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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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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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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24일 08시 38분 등록


앞에 동기들 죽음편지 낭독이 끝나고 드디어 제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저는 그때까지도 손편지와 타이핑 두 개의 편지를 쥐고 마음을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죽음편지를 읽는 곳에는 희미한 불이 켜져 있지만, 선배들이 앉아 있는 곳은 불이 꺼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더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선배들 얼굴을 하나씩 볼 수는 없었지만, 검게 덩치만 보이는 그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마치 한 덩어리가 되어 저를 판단하고 조롱할 것만 같았습니다. 도저히 손편지를 읽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냥 타이핑 친 거 적당히 읽고 끝내면 될걸 굳이 힘든 이야기들을 낯선 이들 앞에서 끄집어내고 싶지 않다는 거부감이 강렬히 올라 왔습니다.

 

바로 그 때였습니다. 스승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 것이. 선배들과는 동떨어져 홀로 앉아 물끄러미 저희들을 바라보는 그 분의 모습이 눈에 잡히는 순간 저도 모르게 마음이 울컥하며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그분의 모습은 참으로 슬퍼 보였습니다. 눈물을 흘리고 계시지는 않으셨지만, 제자들의 가슴 알알이 박힌 이야기를 스승은 올곳이 마음으로 다 받아내고 계셨습니다. 저희만 힘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 용기내보자. 스승님께서 등불이 되어주실 때 저 분을 믿고 의지해 용기내보자.”

그랬습니다. 순간 제 안에선 그 때야말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겹겹이 지고 있는 낡고 오래된 짐을 내려놓을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승님을 의지해서 하지 못하면, 저 혼자는 도저히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용기 내어 손편지를 들고 앞으로 나아갔고, 첫 줄을 읽으며 제 오래된 틀을 깨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울며불며 태어나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 앞에서 눈물, 콧물 질질 짜며 한바탕 살풀이하듯 풀어내니 머리는 띵하고 정신은 얼떨떨했습니다. 자리에 돌아왔지만 이어지는 동기들의 이야기가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기수 모두의 죽음편지 낭독이 끝나고 휘리릭~ 불이 켜지는데 그 때의 당혹감이라니!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은 제 심정을 아는지 선배 한 분이 다가와 꼬옥 안아줍니다.

 

잠시 후 허깅을 풀면서 선배 가라사대,

밥먹으러 가자~! 김치찌개 먹을래? 고등어 구이 먹을래?”

!”

아직 밑바닥 감정에서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김치찌개 고등어라니! 그토록 고차원적인 의례? 의식?을 치루고 뒤돌아 바로 밥이 넘아가냐구욧! 차마 입벌려 말은 못했지만 제 마음은 어린애처럼 삐죽댑니다.

 

너 아직 모르는구나. 실컷 울고 나서 먹는 밥이 얼마나 맛있는지. 가서 먹어봐. 꿀맛일껄~”

제 마음을 읽었는지 선배 한 말씀 걸치십니다. ... 그날 저녁은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대성통곡을 하느라 칼로리 소모가 엄청 나서였는지, 아니면 뭔가 마음에 늘 얹힌 것 같은게 내려가서 후련해서였는지그때는 아직 연구원 과정 첫 스승으로 만나게 될 죠셉 캠벨의 생물은 모두 서로를 위해 서로를 내어주는 존재임을 몰랐기에 쬐금 마니 민망해하며 그러나 엄청 맛있게 우구적 우구적 밥그릇을 다 비웠습니다. 아마 스승님과 선배, 동료들의 푸근한 웃음이 그간의 허전함을 채워서 더 맛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죽다 살아난 입학여행 이후 연구원 과정 첫 수업과제가 바로 캠벨의 <신화의 힘>을 읽고 각자 자신의 신화를 만들어 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전 첫번째 수업에서 드디어 스승님으로부터 황금씨앗을 받게 됩니다. 제 평생 꿈꿔왔으나 아무도 인도하여 주지 않던 바로 그 길. 드디어 그 길로의 문이 제 앞에서 열리기 시작합니다

 

수행 후 내려와보니 대통령님께서 바뀌어 계시네요^^ 더불어 최근에는 뉴스가 가장 기다려지고 즐겁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들리는 세상이 펼쳐지고 있고요.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는 한국의 평화로운 정권교체는 세계 정치사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부디 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이 안으로는 건강한 사회, 밖으로는 제 목소리를 내는 국가로 계속 흘러가기를 간절히 염원합니다.

 

그럼 변경인 여러분도 5월 마무리 잘 하시고 다가오는 초여름 6월에도 여러분 각자의 변화흐름 아자 홧팅입니다. 저는 6월 둘째 주에 뵙겠습니다^^

 

수희향 올림.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1. [출간소식] 박승오 김도윤 '갈림길에서 듣는 시골수업'

변화경영연구소 3기 박승오, 김도윤 연구원의 신간 <갈림길에서 듣는 시골수업>이 출간되었습니다. 누구나 한번쯤 꿈꾸어 보았던, 하지만 선뜻 선택하기에 망설여졌던 귀촌에 대한 고민과 어려움을 여덟 명의 인생 고수들의 삶을 통해 그 실마리를 찾아보고 나아가 삶의 지혜까지 배워볼 수 있는 시골살이 이야기입니다. 귀촌에 관심이 있으시거나 실제 시골살이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의 관심과 일독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822423

 

  1. 수희향의 <1인회사 연구소 – 8주간 창직 워크숍> 모집 안내

1인회사 연구소 수희향 대표가 진행하는 소수정예 <창직 워크숍>6 7일부터 8주간에 걸쳐 매주 수요일 저녁 7 30분부터 진행됩니다. 그동안 창직 워크숍은 지방에서 올라오시는 분들을 위해 주말 원데이 워크숍으로 진행되었는데, 아무래도 시간관계상 아쉬움을 토로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이번에는 강연과 워크숍을 병행하며 한분, 한분 기질에 맞는 창직 로드맵 설계와 직접 시도해보는 실행 워크숍까지를 겸비한 심도있는 8주간 과정을 준비하였습니다. 저성장, 인구절벽 그리고 4차혁명이 맞물려 평생고용이 사라진 시대, 개인들에게 창직은 더 이상 대안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대한민국과 함께 여러분들 또한 글로벌 패러다임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을 여러분들만의 고유한 창직 로드맵을 각자 기질에 맞게 설계해보시기 바랍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리며, 자세한 사항은 다음 포스팅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free&document_srl=821655

 

  1. 홍승완, 박승오 연구원의 <위대한 멈춤> 4주 강연

    변화경영연구소 1기 홍승완 연구원과 3기 박승오 연구원이 68일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반 <전환기, 삶을 바꿀 자유의 시간>이란 주제로 4주 강연을 진행합니다. 평범에서 비범으로 삶을 전환하기 위해 인생에서 멈춤을 선택한 사람들의 전환기인 <위대한 멈춤>에서 제시한 9가지 인생전환도구는 무엇이고, 평범과 비범의 경계는 무엇인지, 삶을 새롭게 시작하고자 하시는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822756

 

IP *.227.9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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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6 07:56:02 *.45.30.238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한적이 있습니다.

신기하게 주어진 상황과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갖고있는 사람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그누구에게도 아니, 하물며 나자신에게도 조차도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게되더라구요.

공감해주고 내이야기에 진심으로 귀기울여 주는 사람을 만난다는것은 큰 행운인것같습니다.

 

"황금씨앗"

어떤 씨앗인지 궁금하네요.

 

글 감사히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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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6 10:36:17 *.227.93.155

살아가면서 좋은 이들을 만나고 관계맺는다는 것이 행운인것을 깨닫는 것만도

큰 행복인 것 같습니다. 경목님은 분명 행복한 분이실듯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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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8 09:43:10 *.222.136.180

우파니샤드에는 "제자가 준비되면 스승이 나타난다."는 말이 있다.

인생을 살면서 정말 오래도록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살았다.

직접경험해보지 못했으니 알 수도 없었고, 느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 같은 우연이 찾아와 스승을 만나게 되었다. (하략)


1인회사 /Page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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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9 14:52:34 *.227.93.155

아. <1인회사> 읽어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마침 저 또한 개정판을 쓰려고

1인회사 를 다시 읽는 중입니다.


혹 읽으시면서 보완하거나 추가로 필요한 부분

말씀주시고 싶으면 메일로 알려주세요.


말씀 잘 듣고 최대한 반영토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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