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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신화에 가이아가 있다면 한국엔 마고할미가 있다.
11기 정승훈
각 나라마다 모(母)신이 있다. 모신은 대부분 땅, 대지의 신이다. 그리스로마에는 가이아가 있다면 한국에는 마고할미가 있다.
‘어머니’ 또는 ‘산모’란 의미의 인도게르만어 단어에서 유래. ‘가이아’의 또 다른 명칭으로 ‘게(γῆ. Ge)’가 있는데, 어원적 의미는 ‘땅’, ‘대지’ 또는 ‘지구’이다. 기원전 7세기 경 그리스의 서사시인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에 따르면, “세계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흐르는 무한한 혼돈(카오스)밖에 없었다. 긴 시간이 지난 후 이 혼돈 속에서 '모든 것의 어머니'인 가이아가 탄생했다.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지상과 땅 밑에 두 신을 창조했다.” 가이아는 ‘카오스’와 더불어 혈연관계 없이 태초부터 존재한 신이다.
“태초에 존재한 것은 카오스이고, 그 다음에 넓은 젖가슴을 가진 가이아가 태어난다. 가이아는 눈 덮인 올림포스 산과 넓은 길이 나 있는 대지의 가장 깊은 곳인 칠흑같이 어두운 타르타로스에 거처하는 영생불멸(永生不滅)의 신들의 영원토록 안전한 장소이다.”
가이아는 배가 불뚝 나오고, 짧은 구수머리와 왕관을 쓴 중년 부인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가이아 [Gaia] - 태초의 신 (그리스로마신화 인물백과)
BC 5세기경에 만들어진 적화식 아테네 암포라로 베를린 고대박물관에 소장
한국의 마고(麻姑)할미는 구비설화를 통해 전국적인 분포를 보이면서 전승되는 여성거인신이다. 대체로 마고할미라는 명칭을 지니지만 지역에 따라 다른 명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설문대할망, 서해안의 개양할미, 강원도 삼척의 서구할미, 경상도 동부 지역의 안가닥할미 등이 여성거인신적 존재로서 그 행위나 성격이 마고할미와 동일한 지역적 변이형으로 파악된다. (한국민속신앙사전: 마을신앙 편, 2009. 11. 12., 국립민속박물관)
하청엔 마고할미성(하브름성, 하브름은 할미라는 말)이라고 해서 고성(姑城) 산꼭대기에 살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삼척엔 서구할미라고도 불리는 상서로운 할미가 북평 취병산 산말랑이(정상)에 살았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선물을 주지 않으면 해코지를 해서 그 지방 최효자에게 시켜 물리치게 했는데 여우였다고 한다. 또 마고할미(따귀할미라고도 함)가 태백산부터 아래로 금산과 낙동강을 만들었다고 한다. 천태산 마고할미는 장사라 방귀에 집이 흔들흔들 했다고도 한다. 경남 창원에는 등대 옆에 섬이 두 개있는데 마고할미가 공기놀이하던 돌이라는 전설이 있다. 원주 귀래에는 돌로 만든 마고할미 바위가 있다. 어느 장군이 머리를 떼어 굴렸다. 그 돌에서 피가 나 다시 올렸더니 피가 멈췄다. 그 때 기울어지게 올려 바위는 아직도 삐딱하다고 한다.
제주도에는 설문대 할망이라는 전설이 있다. “설문대 할망이라는 할머니가 있었어. 할망이 어찌나 큰지 한라산을 베고 누우면 발끝이 제주도 앞 관탈섬(제주도 북쪽에 있는 섬)에 닿았어. 빨래도 관탈섬에다 놓고 한라산 꼭대기를 팔로 짚고 서서 빨았어. 할망이 오줌을 누려고 한쪽 발은 성산읍 오조리 식산봉에, 다른 쪽 발은 일출봉을 딛고 앉았어. 그런데 할망 오줌 줄기가 어찌나 센지 제주도 한쪽이 떨어져 나간 거야. 그래서 성산리 앞바다에 작은 섬이 생겼어. 제주도에 많이 있는 오름(기생 화산)은 할머니가 치맛자락으로 흙을 나를 때 치마에 난 구멍으로 흙이 떨어져 생긴 거야.” (한국 여성사 편지, 2009. 12. 3., 책과함께어린이)
그리스로마신화의 가이아는 많은 자녀를 낳았다. 세상이 혼돈뿐이었던 카오스에서 티탄족을 낳고, 외눈박이 키클롭스 삼형제와 머리 50개와 팔 100개가 달린 거인 삼형제 헤카톤케이레스, 괴물 티폰 등을 낳았다. 가이아는 다산으로서 모신으로 여겨졌다.
반면 한국의 마고할미는 많은 지명에 얽힌 전설의 거인으로, 한국 태초의 지형을 만든 창조신으로 전해진다. 한 역사학자에 의하면 오랜 기간 여성임금인 마고 임금이 마고성에 살았고 이후 한국의 단군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단군신화보다도 훨씬 전인 것이다.
한국의 구전, 전래동화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100편으로 정리되었다. 그 후 그 100편을 재탕, 삼탕하는 동화책이 계속 출판되고 그러면서 많은 구전동화들이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구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은 독일의 그림형제처럼 전국을 돌며 이야기들을 모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더불어 한국구비문학대계라는 자료집을 만들었다. 이후 자료집에 근거하여 아이들이 보는 다양한 그림책으로 출판되고 있다. 마고할미 이야기도 구전내용을 그대로 담은 것에서부터 현대판으로 바꾼 것까지 다양하다.
[마고할미] 정근/보림출판사 [우리 집에 온 마고할미] 유은실/푸른숲주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