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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27일 10시 51분 등록


사람들이 무언가를 먹을 때 가장 맛있는 것에 언제 손이 갈까요? 동료들하고 밥을 먹으며 이야기하다 보니 가장 나중에 먹는다는 사람이 많더군요. 저도 물론 그렇습니다. 맛이 좋으니 아끼고 아끼다 나중에 먹는 것이겠죠. 언제부턴가 그런 버릇을 고치려고 꽤 애를 썼습니다. 맛있는 게 있으면 숟가락을 들면서 속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이번엔 맛있는 걸 먼저 먹어야지.’ 그런데 의외로 쉽지 않더군요. 맛있는 걸 아끼는 버릇을 완전히 고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예전과는 다르게 중간 중간 맛있는 걸 먹는 절충형의 방식을 택했지요.


언젠가 후배와 등산화를 사러 갔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등산화가 두 종류 있더군요. 하나는 9만 원쯤, 또 하나는 12만 원. 둘 중에 더 사고 싶은 건 12만 원짜리였습니다. 문제는 가격이죠. 그때, 후배가 말하더군요. “한번 사면 오래 신잖아요. 이번에 사는 게 인생 마지막 등산화일지도 몰라. 아끼지 말아요.” 물론 농담이었지만 와 닿는 게 있더군요. 후배나 저나 둘 다 마흔 중반이었으니 실제 틀린 말도 아닐 겁니다. 그럼에도 결국 9만 원짜리를 사 들고 나왔습니다. 당장 3만원을 아끼는 게 더 나아 보였거든요.


그 뒤에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우리가 아끼고 있는 건 어떤 것들일까. 왜 아끼는 걸까.’ 그때 산 등산화가 정말 내 인생 마지막 것이었다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그래도 가격이 싼 것을 택했을까요. 그랬을 수 있겠죠. 가족들은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저는 사용하는 물건 중에서 편하고 실용적인 것에 가장 먼저 손이 갑니다. 옷도 새것이나 보기 좋은 것보다 편한 것을 택하고 신발도 마찬가지지요. 펜을 좋아하지만 역시 헐한 것을 먼저 씁니다. 후배의 그 말을 들은 뒤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좋은 것들은 언제 쓰려고 이렇게 아끼는 걸까.


돈은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니 아낄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돈 말고도 우리가 아끼는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지 않나요? 우리는 말을 아낍니다. 물론 좋은 말을 아끼죠. 맛없는 음식을 먼저 먹는 것처럼 서로 긁어대는 말들을 먼저 자주 사용합니다. 서로를 위하고 존중하는 말은 숨겨놓습니다. 언제 쓰려하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감정도 그렇죠. 기분 좋은, 즐거운, 기쁜 감정은 잘 표현하지 않죠. 신경질, 짜증, 분노, 이런 감정들은 아주 애용합니다. 사랑 또한 아끼는 것 중의 하나죠. 숨기고 숨겨놓았다가 결정적일 때 사용합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이런 장면 말이죠. 죽음을 앞두고 힘없이 내뱉는 한 마디. “사랑해.” “사랑한다.”


우리는 좋은 것들을 왜 그렇게 아끼고 또 아끼는 걸까요. 언제 쓰려고 하는 걸까요. 가장 안 좋은 걸 먼저 쓰다가 불현 듯 마지막이 온다면, 안 좋은 것으로 채워진 인생만 남게 되겠죠. 아꼈던 것들은 써보지도 못하고 말입니다. 저는 음식 먹는 방법을 조금은 고쳤습니다. 맛있는 걸 먼저 먹으려고 하죠. 말도 조금은 덜 험한 말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분노보다는 기쁨 쪽으로 기울어지려 애씁니다. 물론 예전 방식을 완전히 뜯어 고치지는 못했지요. 그래도 조금은 바꿨습니다. 그것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살면서 아껴야 할 것들은 참 많습니다. 그런데 아끼지 말아야 할 것도 많다는 걸 우리는 잊어버리곤 합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아끼고 있나요. 그것들은 언제 쓸 생각인가요.




IP *.202.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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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8 12:14:45 *.124.22.184

전 맛있는 걸 먼저 먹어요. 그런데 그게 꼭 좋지만은 않아요. 왜냐, 마지막에 맛없는 걸 먹게되는데, 그럼 전부 맛없는 걸 먹은 거 같아요.  ㅎㅎㅎ

그리고 전 선배님의 말투 진짜 맘에 들어요. 고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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