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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5일 00시 02분 등록

 <엄마의 글쓰기>의 출간예정일이 두 번 밀렸습니다. 애초에 작년 12월 출간계획이 잡혀 있었지만, 작년 겨울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이슈들 때문에 초보저자의 저서가 출간되자마자 묻힐 가능성을 고려하여 한 번, 올해 4월로 다시 출간일을 잡았지만 5월에 장미대선을 치르면서 같은 이유로 다시 한 번 출간이 미뤄진 겁니다. 출간계획이 두 번이나 지연되자, 이 책이 과연 세상 빛을 보게 될까 걱정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 돌아보니 출간이 지연되길 참 잘된 일 같습니다.


 작년 2016년은 저에게 역사적인 해였습니다. 그토록 원했던 작가라는 꿈을 이루게 된 해였으니까요. 작년 1월 남편과 함께 쓴 첫 책 출간을 하고서 바로 두 번째 책 계약을 하고 또 같은 해 12월에 두 번째 책 출간을 앞두게 되니, 아무리 중심을 잡으려 해도 마음은 이미 무중력 상태였습니다. 출간지연 소식에 훅 가라앉은 마음 상태로 원고를 다시 읽었습니다. 붕 떠 있던 문장들을 하나하나 제거했습니다.


 4월 출간이 6월로 미뤄지면서, 마치 때를 기다렸다는 듯 평소 약했던 장기가 매일 출혈을 일으키는 거였습니다. 일상생활이 불가했고 더 묵히면 빈혈로 쓰러질 수 있다는 의사의 진단에 따라 바로 수술실로 향했습니다. 목숨을 담보해야 하는 큰 수술이 아니었음에도, 아이들을 친정에 맡기고 병원 침대에 누운 엄마가 된 상황은 자신을 돌아보기 딱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수술을 마치고 한 달의 회복기간 동안, 저는 제 인생이 딱 한 달만 남아있다고 상상했습니다. 배우가 되어 그 상황에 몰입했습니다. 단 한 가지 질문에만 집중했습니다. ‘난 무엇을 남길 것인가?’ 


 다시 원고를 펼쳤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았나?’, ‘내 삶 속에 남겨야 할 이야기는 무엇인가?’ 사춘기를 지나는 큰아이가 줄기차게 물었지만 여태 피해왔던 질문들이 떠올랐습니다. “엄마, 자위해봤어?”, “엄마, 월경은 안 해도 되는 거야?”, “엄마, 섹스는 어땠어?”, “아이는 어떻게 나오는 거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저를 한없이 당황스럽게 만들었던 그 질문들 말입니다. 스스로에게 시한부를 선고한 저는 못 쓸 이유가 없었습니다. 전문가의 언어를 인용하지 않고 저의 언어로만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소박하지만 진실한 언어로 저의 초경이야기와 첫 자위의 경험과 성관계, 임신과 출산,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해 천천히 써 내려갔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지 못해 후회만 남은 학창 시절과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해 힘들었던 직장 생활에 대해, 이제라도 좋아하는 공부를 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된 것에 대해, 사랑하고 사랑받은 것에 대해, 상처준 것과 상처받은 것에 대해 썼습니다. 워킹맘이라는 여성노동자의 삶에 대해, 가부장제에 삶의 주도권을 넘기지 않고 남녀차별과 남아선호사상에 맞서 저항하며 살아온 여성의 삶에 대해 썼습니다. 남성 중심 사회가 강요하는 수동적인 여성의 성이 아닌, 자기 성의 주체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 꾹꾹 눌러 썼습니다. 


 다 쓰고 보니 못 쓸 것도 없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좋은 글은 자기 삶을 있는 그대로 쓴 글’이라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제 삶을 있는 그대로 담은 <엄마의 글쓰기>는 좋은 글입니다. 또 ‘글을 쓰는 것보다 더 좋은 인간 교육이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라고도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엄마의 편지와 아이들의 답장을 담은 <엄마의 글쓰기>는 좋은 인간 교육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사례입니다. 자녀를 키우는 데도 자신을 키우는 데도 글을 쓰는 것만큼 좋은 건 없는 것 같습니다. 두 번의 지연 끝에 이번 달 안에 <엄마의 글쓰기>가 출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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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202.11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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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5 07:38:43 *.142.201.137

"그렇다면 제 삶을 있는 그대로 담은 <엄마의 글쓰기>는 좋은 글입니다."


오랫동안 이오덕선생님과 글쓰기연구회 선생님들의 문집에서 큰 영향을 받은 저로서는

하늘에서 이오덕선생님께서 싱긋 웃으시겠다 싶을 정도로,  고마운  말입니다.


수술을 계기로 또 한 번 경계를 허무는 모습도 아주 보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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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5 20:40:13 *.202.114.135

고맙습니다~ 선배님. 제주에서 잘 지내고 계신가요? 아름다운 곳에서의 멋진 작품 기대하며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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