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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5일 07시 45분 등록


엄청 미인이예요. 이름이 뭐예요?”

“???...... 이수정인데, 그 쪽은 이름이 뭐예요?”

엄정민이라니까요.”

그랬다. 그러니까 나를 엄청 미인이라고 말한 게 아니라 그냥 그의 이름이 엄정민이었던 거였다.

20여 년 전 영어회화 학원에서 회화 파트너로 만났던 사람과 수업이 끝나고 영어 이름이 아니라 진짜 이름으로  자기 소개를 하면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나의 상태는 내가 생각해도 엄청 미인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는 절대 아니었지만 미모에 대한 기준은 주관적인 것. 나 같은 사람을 엄청 미인으로 생각하는 독특한 미인관을 가진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며 약 10초 정도 즐거웠던 것 같다. 아마도 막 화장을 하기 시작하고 살을 빼면서 외모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던 터라, ‘나도 꾸미면 미인 소리 듣는구나라는 생각에 그런 착각도 가능했을 거다.

 

우리는 누구나 착각 속에서 살고 있다. 어차피 착각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다면 부정적 착각 보다는 긍정적 착각이 삶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착각을 해서 좀 더 행복하고, 다른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게 아니라면, 조금 착각하면서 사는 게 뭐 그리 나쁘겠는가. 실제로 많은 심리학자들이 착각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 연구하고, 이를 인정했다. 일부 심리학 교수는 착각의 긍정적 역할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

사람들은 세상을 더 긍정적으로 보고 살짝 왜곡하고 있을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합니다. 맞는 말이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허태균 교수

긍정적 착각은 동기 부여에 매우 효과적이며 장기적으로 성공의 길로 인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UCLA(University of California, LA) 심리학과 셀리 테일러 (Shelley E. Taylor) 교수

 

그렇다고 해도 동기부여가 필요한 경우에 착각할 만한 상황이 매번 발생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착각이 필요할 때,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착각이 아니라 스스로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셀프" 긍정적 착각을 하기로 했다.

몇 년 전 고객 만족을 주제로 사내 강의를 하게 되었을 때, 너무 긴장되어서 목소리가 떨리고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머리가 하얘지는 것 같았다. 착각의 힘이 필요한 때였다. 나는 크게 숨을 쉰 뒤에 강의를 듣기 위해 앉아있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지금 이 사람들은 나의 강의를 듣기 위해 오늘 하루 일도 안하고 여기에 와 있어. 이 사람들에게 고객 만족에 대해서 나보다 더 잘 알려줄 사람은 없어. 내가 최고야. 우리 회사를 고객 만족 1등 회사로 만들려면 이들을 감동시켜야 해. 나 밖에 할 수 없는 일이야. 나는 200만 고객의 만족을 위해 초대된 1등 강사야.’ 그렇게 스스로 단단히 착각한 뒤에 강의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떨리는 목소리로 불안하게 시작했지만, 다행히 준비한 걸 모두 이야기하고 강의를 마칠 수 있었다. 강의가 끝난 후에 동료들 얼굴을 보면서 다시 한번 착각에 빠졌다.

, 모두들 나의 강의에 감동했잖아. 이제 이 분들이 우리 200만 고객을 감동시켜서 곧 고객만족 1등 회사가 될거야.’       

 

지난 해에 첫 댄스 공연을 하러 무대 위에 오르기 전에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착각하기로 했었다.

오늘 여기서 춤추는 사람 중에 내가 제일 잘 추고, 내가 제일 예뻐. 지금 여기 있는 관객들이 모두 나를 보기 위해서 온 사람들이야. 이제 나의 춤으로 관객을 쓰러트리자. 나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해. 나는 춤을 위해 태어났고 무대 위에서 춤을 추다 죽을 거야.’

혹시라도 그 때 누가 나의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면 너무 떨어서 정신이 나갔다며 혀를 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고서는 나는 정말 시작도 하기 전에 주저 앉아버릴 듯이 떨렸었다. 사실 그날 공연에서 나는 아마추어 두 팀 중의 하나였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프로 댄서들이었기에 가장 못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하지만 착각의 힘 덕에 안무를 잊어 버리지도 않았고, 중간에 주저 앉지도 않고, 끝까지 공연을 마치고 내려올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처럼 글이 안 써져서, ‘그냥 쓰지 말까’라는 유혹에 빠지고 싶은 날. 나는 또 한 번 착각의 힘을 빌린다.

‘100여명의 독자들이 너의 글을 기다리고 있어. 50명 정도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언제 글이 올라올까 새로고침을 누르며 기다리고 있다는데, 월요일 아침에 너의 글을 읽어야만 행복한 한 주를 시작할 수 있다는데그 사람들이 이번 주를 다 엉망으로 보내도 괜찮다는 거야? 그분들을 다 실망시키고 그냥 10만원 제하고 말겠다고??? 정말 이러기야?’

그래 쓰자. 뭘 써야할 지 안 떠올라서, 쓰기 싫어서 미칠 것 같지만, 그냥 10만원 까고 편히 잠들고 싶지만, 나의 글을 읽으면서 한 주를 시작할 힘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는데그들이 기다리고 있는데그냥 포기할 수 없지. 다시 기운내서 칼럼 쓰고 자자. 파이팅~!

 

이렇게 나는 이번 한 주도 성공의 길로 인도되고 있다.

 

* ebs 다큐멘터리 '인간의 얼굴2: 3부. 긍정적 착각' 중에서. 


IP *.222.2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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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5 09:23:03 *.124.22.184

월요일 수정씨 칼럼과 북리뷰 기다리는 1인 여기 있어요. ㅎㅎㅎ

긍정의 착각을 자유자재로 활용하시는 그대야 말로 능력자. 게다가 칼럼으로 승화를 시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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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7 01:24:04 *.222.255.24

네. 기다리고 계실 승훈님을 떠올리며 힘을 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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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5 10:09:39 *.75.253.254

엄청 미인이에요. 이름이 뭐에요?”

“???...... 이수정인데, 그 쪽은 이름이 뭐에요?”

엄정민이라니까요.”

 

이런 도입을 쓰려면 어떻게.. 뭐 어디 서울에 좋은 학원이라도 다녀야 하는 건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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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7 01:34:18 *.222.255.24

종로의 파고다 어학원. ㅋㅋ 

쏘리~^^ 뭘 써야할지 생각이 안나서 이번주 스킵할까 하다가 20여년전 기억을 소환해서 썼는데...

좋은 말 고마워요. 내 인생의 젤 민망했던 순간 top 3 안에 드는 일이었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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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5 12:47:18 *.226.22.184

'10만원까'지 그랬수.ㅎㅎㅎ

인간미 없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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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7 01:35:35 *.222.255.24

그럴까 했는데, 기다리고 있을 "팬님"들을 생각하니 차마 잠이 안 오더라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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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5 13:48:08 *.146.87.22

"나의 글을 읽으면서 한 주를 시작할 힘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는데그들이 기다리고 있는데그냥 포기할 수 없지."


아시다시피 저는 글감이 정해져도 마감날이 되야 쓰기 시작하거든요. 저만의 쫄깃함을 즐긴다고 할까?

그런데 사실 저도 누님과 같이 착각을 하고 있거든요 ㅎㅎㅎ


그럴 깜냥도 안되면서 마감날 쓰기 시작하는 이유가 '프로작가의 탐나는 글쓰기'라는 책을 본 뒤에요 ㅋㅋ

라디오 "싱글벙글쇼" 작가이신 박경덕 작가가 일부러 그렇게 쓴다고 하더라구요 ㅋㅋ


그래서 그래 나도 프로작가 마냥 써보자 라고 월요일마다 착각하고 있는데

심리학적으로 이런 이유가 있었네요^^


많은 독자가 기다리는 작가님~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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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7 01:49:40 *.222.255.24

맞아요. 우리 모두 프로 작가라고 착각하고 프로 작가인 척 쓰다보면

정말로 프로 작가가 되어서 글 쓰는 날이 오겠죠.

이게 UCLA 교수가 말한 긍정적 착각의 동기부여 효과이자 

성공의 길로 인도되는 방법이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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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6 08:09:59 *.106.204.231

착각을 착각으로 인정하면 너무 슬플것 같아요. 저도 매일 거울 보면서 진짜 잘생겼다 생각하거든요. 착각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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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7 02:02:18 *.222.255.24

착각을 착각이라고 알면서 하면 긍정적 착각이지만 

사실이라고 믿는 순간 과대망상. ㅋㅋ


슬퍼하진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긍정적 착각을 다른 말로 하면 긍정적 "자기 암시" 또는 "자기 이행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성공하는 사람의 ~가지 습관', 이런데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심리학 용어죠. 

긍정적인 본인의 모습을 그리고 믿으면 결국 그렇게 된다는... 아마도 그렇게 되고 싶어서 노력하다보면 결국 그렇게 된다는 말인 것 같아요. 

그리고 기상씨 거울보며 '진짜 잘생겼다'고 하는 건 착각 아닙니다. 

사실이라고 합시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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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7 16:55:56 *.226.22.184

착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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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8 20:50:58 *.44.162.136

새로고침 누르고 있던 1인 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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