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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10일 09시 36분 등록

“그런데 김영란법에 걸리는 사람이 왜 없지?” 점심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누가 갑자기 던진 말입니다. 논란을 불렀던 김영란법이 시행된 게 작년 9월입니다. 벌써 꽤 많은 시간이 지났습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교원, 언론인들에게 식사는 3만 원 이하, 선물은 5만 원 이하로만 제한했습니다. 업무와 관련된 것이라면 아무리 적은 액수도 처벌을 받습니다. 말하자면 뿌리를 뽑아보자는 거지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적발됐다는 뉴스를 본 적이 드뭅니다. 물론 처벌을 받은 사람은 있습니다. 가뭄에 콩 나듯이 말이죠. 모두들 김영란법을 칼같이 지키고 있는 걸까요? 갑자기 우리 사회가 깨끗해진 걸까요?


우리에겐 수많은 법들이 있습니다. 사회를 조금 더 낫게 만들려는 법들이죠. 운전할 때 횡단보도 앞 정지선을 침범하면 처벌 받는다는 걸 대부분 압니다.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해도 처벌 대상이라는 것도 알지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처벌하는 법안이 나왔을 때도 논란이 있었던 생각이 납니다. 철저한 단속을 하겠다던 경찰의 발표도 있었죠. 지금의 현실은 횡단보도에 사람이 있는데 옆으로 차가 지나가는 겁니다. 운전하면서 전화통화를 하는 건 거의 일상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법은 법대로 생활은 생활대로, 우리는 그렇게 살아갑니다. 취지가 훌륭한 법들은 많지만 우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담배 이젠 끝이야.” “술자리를 일주일에 한번으로 줄여야지.” “내일부턴 일찍 일어 날거야.” “올해는 열심히 운동할거야.” “이렇게 게으르게 살아선 안 되겠다.” 누구나 스스로에게 이런 다짐 해봤을 겁니다. 다짐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에게 징벌을 가하기도 하지요. “앞으로 담배피우면 내가 X다.” “내가 술 마시는 거 보면 만원씩 줄게.” 자학적인 징벌까지 만들기도 합니다. 우리는 숱하게 많은 ‘나만의 김영란법’을 만들었습니다. 아마 지금도 또 다른 김영란법을 만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법을 만들고도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법은 법대로 생활은 생활대로 그렇게 살아가지요.


사회를 향해 합리적이고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 쉬운 일입니다. 사회나 국가제도는 언제 어떻게든 비난과 비웃음의 대상으로 제격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합리적인 잣대를 스스로에게도 들이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자기가 말한 대로 X가 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선언하는 건 아주 쉽지요. 어제보다 더 나은 나로 살겠다는 다짐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운 건, 진짜 달라지고 진짜 그렇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제껏 ‘나만의 김영란법’을 몇 개나 만들었나요. 사람은 합리적 동물이 아니라 합리화 하는 동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스스로를 어떻게 합리화 하고 있나요. ‘나의 김영란법’이 법으로만 남아있는 건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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