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뚱냥이
  • 조회 수 1429
  • 댓글 수 5
  • 추천 수 0
2017년 6월 12일 00시 37분 등록

작은 것은 큰 것을 작게 만든 것일 뿐

 

 

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쯤 퍼즐 맞추기를 해 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요즈음은 어른들을 위한 퍼즐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어 우리들에게는 아주 친근한 놀이친구 입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일정한 모양의 그림조각을 하나하나 맞춰가며, 원래의 큰 그림(혹은 모양)을 완성하는 겁니다. 시간과 집중력, 성취에 대한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가능합니다.

 

우리의 인생을 퍼즐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지금의 고난과 걱정은 꿈을 완성하기 위한 조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고된 노력의 조각들이 꿈을 실현시킨다고 묘사하기도 하지요. 순서가 어떻든 하나씩 맞춰가다 보면 언젠가 자신이 희망한 목표에 다다른다는 의미입니다. 잘못 놓여진 조각은 다시 올바른 자리로 끼워 맞추면 된다는 위로도 해줍니다. 한 마디로 고진감래지요.

 

참 좋은 의미입니다. 희망의 메시지이며, 모두가 꿈을 꾸게 만들어 줍니다. 그런데 다르게 얘기하면 지금의 힘든 시련을 참아야 한다는 의미지요.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은 행복해도 된다는 말입니다. 일종의 최면을 거는 겁니다. 물론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고단함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그저 편하고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꿈을 이룰 수는 없지요. 안락함을 얻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행복할 필요는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여기서 은 무엇일까요? ‘은 미래에 대한 비전이며, 이상(완전함)의 실현이며, 희망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뉴스나 신문을 보면 꿈이 없는 청년세대’, ‘희망 없는 대한민국과 같은 제목의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미래가 불투명하고, 이상을 실현할 가능성은 안보이고, 달성할 목표가 부재하다는 것이지요. 삶에 대한 만족감은 떨어지고, 불행하다고 느끼는 겁니다.

 

왜 이렇게 불만족스럽고 불행한 인생에 우리를 가둬 넣는 것일까요? 그것은 이 곧 이라는 협의(狹義)적 관점으로만 보기 때문입니다. 취업이 꿈의 실현이라는 것이지요. 퍼즐의 완성이라는 겁니다. 이것은 중, 장년층도 마찬가지 입니다. 물론 도 중요합니다. 돈을 버는 것이고,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일을 통한 자아실현’, 즉 꿈을 이루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그것이 현실이지요.

 

공무원은 꿈이 아닙니다. 비전도 아니며 이상(理想)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매년 응시자의 2%를 제외한 나머지는 실패한 인생, 불행한 인생이 되는 것이지요. 대기업과 공공기관도 꿈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으로 꿈을 이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인생이 곧 불행한 인생이지요. 실패한 인생이라는 겁니다. 앞으로 50년은 꿈 없이 사는 것이니까요. 맞출 조각이 없는 것입니다. 무기력한 삶을 살게 되겠지요. 노예로 살게 되겠지요. 꿈이 있다면 오직 칼퇴일 겁니다. 그래서 일은 꿈이 아닌 조각인 겁니다. 행복의 완성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퍼즐에 비유한 인생을 다르게 인식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고진감래가 아닌 감진감래(甘進甘來)’라는 새로운 시각으로의 접근입니다. 그러면 행복할 필요도 없습니다. 즐거움을 찾아 힘쓰면 또다른 즐거움이 찾아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굉장히 많은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많은 꿈을 이룬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희망을 달성한다는 의미이며, 이상을 실현한다는 뜻입니다. 완성에 대한 강박도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누군가에게는 사람이 많은 광장으로 나가는 것이 꿈일 수 있습니다. 어떤 이에게는 지하철을 타는 것이 꿈일 수 있습니다. 또 누군가에게는 형광등을 끄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꿈일 수가 있습니다. 이 꿈의 주인공이 바로 저입니다. 이런 것들이 무슨 꿈이냐고 비웃을 수 있겠지요. 작다고 무시할 수도 있겠지요. 작은 것은 큰 것을 작게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즉 작은 꿈은 큰 꿈을 작게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지요. 저는 작게 만들어진 큰 꿈을 항상 꾸었고 매번 그 꿈을 실현해 왔습니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 행복합니다. 덜 행복한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각자에게는 꿈이 있을 겁니다. 그것이 가능성이 높든 아니든 존재할 겁니다. 꿈을 실현하려는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결국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함 이겠지요. 행복한 삶은 완성이나 종착이 아닙니다. 그러면 정말 끝이니까요. 행복은 과정에서 찾아야 합니다. 작은 것에서 발견해야 합니다. 여행의 목적은 도착이 아닙니다. 도착이 꿈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거기서는 행복을 찾을 수 없다는 말이지요. 고속도로가 너무 막혀 선택한 노상방뇨가 행복입니다. 어렵게 도착한 휴게소에서 먹는 통감자가 행복입니다. 육포를 씹으며 다시 출발하는 것이 행복입니다.

 

이제부터 작게 만든 큰 꿈을 실현해 보세요. 2주안에 부모님 찾아 뵙기, 한 달 안에 변비 탈출, 아침에 10분 일찍 일어나기, 여름에 엄마와 단둘이 여행 등 평소에 놓쳤던 것들을 꿈조각으로 만들어 보세요. 그리고 그것을 제자리에 놓아보세요. 꿈은 이루어집니다. 순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모두 소중한 큰 꿈이니까요. 잘못 놓을 것 같아 걱정이 되나요? 걱정 마세요. 잘못 놓는 꿈조각은 없습니다. 정해진 모양이 없으니까요. 그냥 놓기만 하면 됩니다.

IP *.140.65.74

프로필 이미지
2017.06.12 11:13:27 *.124.22.184

이거 신영복 저자처럼 말투한 거죠? ㅎㅎㅎ

근데 솔직히 안 어울린다. 성한씨 원래 문체, 말투가 좋아요. ^^

공시생이 늘어나는 현상은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해봐야할 거라고 봐요. 나도 이것과 관련해서 글감을 구상해보고 있어요.^^

불현듯 소설형식으로 다시 써볼까 싶네요. ㅋㅋㅋㅋ

프로필 이미지
2017.06.12 14:02:53 *.146.87.11

흐음... 다양한 문체를 시도해 보려고 한 거였는데...일단 알아주셨다는 점에서

성공했네요^^ 호흡까지 한 번 그대로 옮겨보고 싶었는데!


공무원이 꿈인 나라라는 기사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서 글로 옮겨 보았습니다.

그리고 얼마전에 저의 또다른 꿈인 '불끄고 잠자리에 들기'를 실현시켜서

꿈은 멀리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거든요^^


쨌든 웨버님의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특히 소설형식도!! ㅋㅋ

프로필 이미지
2017.06.12 12:39:11 *.226.22.184

창선배님 말투같기도 합니다! 내용은 훌륭!

프로필 이미지
2017.06.12 14:03:56 *.146.87.11

ㅎㅎㅎㅎ 일단 새로운 시도에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7.06.12 14:40:21 *.12.109.231

갈수록 글발 사네. 이번엔 대중교통 안나오나 했더니 여지 없이 나오고 ㅋ

고속도로가 너무 막혀 선택한 노상방뇨가 행복입니다.

렵게 도착한 휴게소에서 먹는 통감자가 행복입니다.

육포를 씹으며 다시 출발하는 것이 행복입니다.

 --> 이거 스웩 있음. ㅎㅎ 성한씨표 '행복 on the road' 계속 연재 기다립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212 [33] 시련(11) 자장면 한 그릇의 기억 secret [2] 2009.01.12 205
5211 [36] 시련12. 잘못 꿴 인연 secret [6] 지희 2009.01.20 209
5210 [38] 시련 14. 당신이 사랑을 고백하는 그 사람. secret 지희 2009.02.10 258
5209 [32] 시련 10. 용맹한 투사 같은 당신 secret [2] 2008.12.29 283
5208 [37] 시련. 13. 다시 만날 이름 아빠 secret [3] 2009.01.27 283
5207 [28] 시련(7)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secret [8] 지희 2008.11.17 330
5206 마흔, 유혹할 수 없는 나이 [7] 모닝 2017.04.16 1237
5205 칼럼 #18 스프레이 락카 사건 (정승훈) [4] 정승훈 2017.09.09 1250
5204 우리의 삶이 길을 걷는 여정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file 송의섭 2017.12.25 1260
5203 7. 사랑스런 나의 영웅 file [8] 해피맘CEO 2018.04.23 1262
5202 9월 오프모임 후기_느리게 걷기 [1] 뚱냥이 2017.09.24 1270
5201 [칼럼3] 편지, 그 아련한 기억들(정승훈) [1] 오늘 후회없이 2017.04.29 1271
5200 7월 오프수업 후기 file 송의섭 2017.07.18 1272
5199 2. 가장 비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아난다 2018.03.05 1277
5198 #10 엄마와 딸 2–출생의 비밀_이수정 [5] 알로하 2017.07.03 1282
5197 11월 오프수업 후기: 돌아온 뚱냥 외 [1] 보따리아 2017.11.19 1286
5196 편지에는 심장이 있다 file [10] 송의섭 2017.05.01 1287
5195 나는 나비 - 5월 오프수업 후기 file [6] 불씨 2018.05.21 1291
5194 # 나는 방송국에서 어떤 일을 하는가? (이정학) 모닝 2018.01.28 1292
5193 [칼럼2] 왜 여행을 떠날까(정승훈) [5] 오늘 후회없이 2017.04.22 1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