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의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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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비게이션이 도입되지 않은 시기에 운전을 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처음가는 모르는 지역으로의 이동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가장 많이 택했던 방식은 지도를 펼친 다음, ‘대략 어디로 가서, 몇번 국도로 진입한 다음, 어느 이정표쯤에서, 어떻게 가야겠다.’라는 식으로 정리를 한다음 목적지에 도착하는 방법이었다. 그 다음으로 가장 많이 택했던 방법은 길을 아는분께 자문을 구한 후, 도로의 상황이나 그만의 노하우로 가는 방법이 있었고, 가장 Best는 뭐니 뭐니 해도 길을 아는 사람과 동행해서 목적지에 도착하는 방법이 최고였다.
그런 의미에서 네비게이션의 출현은 아주 유용했다. 가고자 하는 곳을 입력하기만 하면, 길이 자동으로 검색되었고, 혹여나 실수로 잘못된 길로 들어서면 곧장 재탐색하여 다시 길을 안내해 주니까, 안내만 잘 따라가기만 하면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은 시간 문제가 된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조금 빠른 속도로 달린다 싶으면 제한속도를 알려주기도 하고, 복잡하고 막히는 도로나 예상치 못한 사고의 소식도 빨리 빨리 알려주니까, 그(?)를 믿고 따르기만 한다면 어디든 틀림없이 도착하게 해 주는 운전의 필수품이 된지, 어언 10년이 되었다.
이번주는 공자님의 말씀, 「논어」를 읽었다. 책을 읽는 내내 사장님께서 예전에 하신 말씀, “평소에 그렇게 지루하던 공자님 말씀이 창업을 하니까, 그렇게 쏙쏙 박히더라”가 머리속을 헤집고 다녔었다. 그런데 ‘뭐라고 하셨었는지?’가 도무지 기억나질 않아, 이참에 정리할 요량으로 질문을 드렸더니 역시나 한 말씀 주신다.
“어려움에 봉착해 보니까 사고의 틀이 흔들리고, 지혜가 숨고, 삶의 원리가 흔들리더라. 휘청거릴 때 중심이 필요한데, 그 중심을 공자님이나 맹자님께서 잡아주시더라.”
흔들림의 중심을 잡아주는 성현의 가르침. 그래 그거였다. 지식을 잡아 머리속에 마구 넣는게 필요했던게 아니라,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방향을 정리하고 출발하는게 중요했다는 말씀이었다. 살다보면 굴곡이 생기고, 길을 잃기도, 어려운 여건에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곤 하는데 그때 재탐색하는 방향키가 고전이었다고 일러 주셨다. 책을 읽는 동안 몇몇 부분에서 ‘그때 그랬어야 했는데…’라는 뉘우침이 생기는 걸 보니, 사장님의 말씀이, 공자님의 「논어」가 ‘삶의 네비게이션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길에 대한 신뢰가 있을 때, 우리는 안내에 스스로를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보는 것, 읽는 글, 듣는 소리에 얼마만큼의 신뢰가 있을까?, 그 신뢰의 대상에 대해 얼마만큼의 실행능력을 가지고 있을까?’가 자꾸만 되뇌어 진다. 귀한 말씀 중 두 구절 정도가 마음을 떠나지 않고 있었는데, 반성이 되고 가야할 길에 대한 마음 닿음이라 생각하여 두구절을 옮겨본다. 페이지 218과 236에 있는 말씀.
. 안으로 반성하여 꺼림칙하지 않다면 무엇을 근심하고 무엇을 두려워 하겠느냐?
. 윗사람이 예(禮)을 좋아하면 백성들은 감히 공경하지 않을 수 없고, 윗사람이 의로움을 좋아하면
백성들
이 감히 복종하지 않을 수 없으며, 윗사람이 신의를 좋아하면 백성들이 감히 진정으로 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얼마 전에도 회사식구들에게 고백한 내용이지만, 최근들어 이(利)와 득(得)에 많은 부분을 골몰 했었다. 틀린건 아니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었는데, 그건 나아진 것 없이 관계만 각박해 졌었기 때문이었다. 후배들도 이(利)와 득(得)의 관점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는데 문제가 생기고 있었다. 누굴 탓하겠는가?
어느덧 2017년도 반절이 지나가고 있다. 곧 사업 반기 결산을 할 것이고, 결산을 통한 재탐색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과거의 경우, 살아야겠다는 명분으로 숫자만으로 길을 모색한게 사실이었는데, 이번에는 조금은 다르게 길을 모색해 볼 참이다. 사람을 들여다 보고, 함께 가는 길에서 우리의 네비게이션으로 길을 나설 생각이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 공자님 말씀에 꼭 하나 대답해 볼 참이다.
안으로 반성하여 꺼림칙하지 않다면 무엇을 근심하고 무엇을 두려워 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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