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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옹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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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12일 16시 21분 등록

"계속 떼쓰면 여기 두고 갈 거야"


키즈 카페에서 우는 아이에게 최후 통첩을 했습니다. 아이는 순간 눈빛이 흔들렸다가 고개를 푹 숙이고는 저를 따라 밖으로 나왔습니다. 밖으로 나오자 아이는 엄마에게로 울며 달려갔습니다. 다음날부터 아이는 저를 슬슬 피했습니다. 식탁에서도 멀리 떨어져 앉고, 밤에 울다 깨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나중에 아내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아이가 '왜 아빠는 자기를 버리지 않는지' 물었다고 합니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그제서야 아차 싶었습니다.

 

왜 아이들은 자기를 버리지 않는다는 걸 모르는 걸까요? 그걸 꼭 말로 해야 아나, 한편으론 답답합니다. 그러나 이건 부모의 착각일 뿐입니다. 부모는 말을 던지고 나면 자신의 선의가 전달되었으리라 생각하고 괜찮겠거니 넘어가버립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변화는 부모의 말이 시위를 떠나 아이 마음에 화살처럼 박힌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말이 발설된 순간이 아니라, 이후 아이 마음속에서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변화가 더 중요한 것입니다.

 

대개의 아이는 두 번 듣습니다. 부모로부터 한 번 듣고 자기 자신으로부터 다시 한 번, 반복적으로 듣습니다. "자꾸 이러면 버리고 갈 거야"라는 말을 듣는 순간 아이의 뇌리에는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새겨집니다. 아이는 종일 고장 난 카세트처럼 부모의 말을 반복 재생합니다. 그러다 문득 "어쩌면 아무도 모르게 아빠가 나를 버릴지도 몰라"라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말을 하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그 위에 자꾸 덧칠을 하는 것입니다.

 

아이 마음은 어른과 다릅니다. 어른은 삶의 거친 표면을 고스란히 밟아 온 탓에 마음에 굳은살이 박혀, 웬만큼 날카롭지 않고는 상처입지 않습니다. 아이 마음은 다릅니다. 종일 뛰어다니는 네다섯 살 아이의 발을 만져보면 아직 굳은 살 없이 말랑말랑합니다. 그래서 일상 속 어른들의 사소한 몸짓과 표현 하나에도 쉽게 상처 입지요. 어른들이 육아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많은 육아책들이 육아는 아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아니라 부모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과정이라 강조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거, 참 쉽지 않습니다. 늘 일상은 책과 다르게 흘러갑니다. 밤새워 읽으며 새긴 굳은 결심은 단 한번의 짜증 폭발로 금새 무너집니다. 수십 권의 책을 읽어도 그것을 삶으로 받아내지 못한다면 다시 뻔한 일상입니다. 실천이 핵심입니다. 어쩌면 부모들에게 필요한 건 이론으로 무장한 육아 이론서가 아니라 그 책을 읽고 실천해 본 옆집 부부의 생생한 경험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성찬의 <부모가 되는 시간>은 자신이 직접 실천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이론과 실제 육아 사이의 간극을 메워주는 좋은 책입니다. 4명의 아이를 키우며 실제 부딪히면서 얻은 경험을 소아 정신과 의사로서 읽은 14권의 육아 고전들과 연결시켰습니다. 이론과 실제의 균형을 맞춘 이런 책이라면 믿을 수 있고, 따라 해볼 수 있습니다. 실천이 진짜입니다. 나는 좋은 부모인가?'는 무의미한 질문입니다. '나는 오늘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가 진짜 질문입니다.  

 

* 오늘 읽은 책: <부모가 되는 시간>, 김성찬, 문학동네

 

 

[알림1] 구본형 선생님께서 아끼시던 책들이 두 단체에 기증되었습니다. 서울 마포구와 강남구의 두 기관에 구선생님의 책들이 비치되어 있으며 누구나 열람 가능합니다. 링크 참조하세요.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notice&document_srl=824436

 

[알림2] 제가 공저자로 참여한 책 <진로 인문학>이 출간되었습니다. 성공과 성취의 좁은 시각이 아닌, 인문학적 시야로 진로를 폭넓게 바라보자는 취지로 철학자 강신주, 인문학자 김경집 등과 함께 강의한 것을 글로 엮었습니다.  http://www.bhgoo.com/2011/8247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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