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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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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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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19일 00시 21분 등록


초등학교 2학년 작은 딸 수린이는 그림을 잘 그립니다. 전국 호수예술제에 그림을 출품해서 4년째 매년 상을 타왔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 작년에 상을 탄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 라는 작품을 제일 좋아합니다. 

너무나 유명한 동화 속 장면입니다. 백설공주 동화책에 등장하는 마녀가 거울을 보며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라고 묻습니다. 작은 딸이 그린 그림 속 거울은 찍찍이를 이용하여 백설공주와 마녀의 얼굴을 골라 붙일 수 있습니다. 두 얼굴을 모두 붙인 그림, 마녀의 얼굴만 붙인 그림, 백설공주의 얼굴만 붙인 그림을 나란히 나열해 보겠습니다. 


50-백설공주 세가지 모두.png

저는 이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흠칫 놀랐습니다. 마녀와 백설공주의 두 얼굴이 하나의 거울 속에 자리잡은 그림은 일년이 지난 지금도 지금도 강렬한 메시지를 전해 줍니다. 마치 제 딸이 저의 마음 속을 그대로 드려다 보며 그림을 그린 것 같습니다. 어제는 싱글벙글 웃다가도 오늘은 분노와 무기력함에 짓눌리는 저의 자화상 같습니다. 선한 자의 얼굴과 악한 자의 얼굴이 번갈아 드러나는 제 모습입니다. 긍정적인 순간과 부정적인 순간이 번번이 교차하는 우리네 인생이 그림 속에 담겨 있는 듯 했습니다. 

저의 직업은 보험회사에서 보험설계사분들에게 보험영업을 강의하는 강사입니다. 영업인은 고객들의 거절을 끊임없이 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고객의 거절이 거듭되다 보면 누구나 마음을 다칩니다. 거절이라는 삶의 부정적 측면에 노출되어 마음이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영업인들을 위해 저는 ‘긍정적인 태도 교육(PMA Training: Positive Mental Attitude Training)’을 반복하여 강의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3~4년을 강의하다 보니 제 스스로 무력감에 허덕였습니다. 

인생은 결코 긍정의 연속일 수 만은 없습니다. 인생은 늘 긍정적 순간과 부정적 순간이 분초를 다투어 번갈아 다가옵니다. 아무리 긍정적인 태도를 강조하더라도 인생의 부정적인 순간이 제 인생을 비켜가지 않더군요. 시시각각 속절없이 다가오는 인생의 부정적인 순간들을 바라보지 않으려 눈을 감거나 저의 시선을 긍정적 측면만으로 돌린다 하더라도, 부정적 순간들이 제 인생에 개입하지 않는 게 결코 아니더군요. 

한계를 느꼈습니다. 부정적 태도를 무시하고 긍정적 태도만을 고집한다는 게 얼마나 얇디 얇은 눈가림인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영업인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는 게 죄를 짓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런 고민 속에서 9기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을 지원하였고, 삶의 긍정성과 부정성에 대처하는 방법을 인문 고전 속에서 보았습니다. 

노자의 도덕경 27장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그러므로 선한 사람은 선하지 못한 사람의 스승이요, 선하지 못한 사람은 선한 사람의 거울입니다. 스승을 귀히 여기지 못하는 사람이나, 거울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비록 지혜롭다 자처하더라도 크게 미혹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기막힌 신비입니다. 
(故善人者, 不善人之師, 不善人者, 善人之資, 不貴其師, 不愛其資, 雖智大迷, 是謂要妙) 

인간의 마음 속에는 선함과 악함이 모두 자리잡고 있습니다. 제 아무리 선한 사람도 한 순간 착각으로 악인이 되기도 합니다. 또 짐승보다 못한 천하의 악인도 때때로 선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독버섯은 인간에게 나쁜 존재이지만 그 독버섯의 부모 되는 버섯에게는 귀여운 자식일 따름입니다. 

노자는 악한 마음을 선한 마음으로 변화하기 위하여 악한 마음을 돌아보지 않고 선한 마음만을 추종하는 짓을 어리석음이라 이야기합니다. 또한 어리석음을 버리기 위해 마음의 고요함을 찾으라 이야기합니다. 고요한 가운데 맑은 눈을 떠서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을 동시에 바라보라 이야기합니다. 이것이 무위(無爲)이며 허심(虛心), 즉 무심한 마음입니다. 

결국 순환입니다. 채우고 나누고 비우는 순환의 삶을 따라야 합니다. 배고픔을 잊기 위해 밥을 먹습니다. 그러나 밥을 소화하여 소변과 대변으로 변화시켜 자연으로 돌려보내지 않으면 우리의 생명은 유지될 수 없습니다. 비우지 않고 움켜쥐기만 해서는 결코 고요한 평화로움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나누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기쁨에 충만한 사람과 기쁨을 나누고, 슬픔에 눌린 사람과 슬픔을 나누고 싶습니다. 

작은 딸의 그림을 안방으로 들어가는 입구 벽에 걸어 놓았습니다. 딸이 그린 그림은 늘 가르침을 줍니다. 거울을 보며 마녀의 모습이 보인다고 노여워할 일도 아니며, 공주의 얼굴의 보인다고 기뻐할 일도 아니라고 가르칩니다. 지금의 모습을 그대로 비춰주는 거울을 늘 고이 간직하라고 가르칩니다. 좀 더 비우라고, 좀 더 나누라고 가르칩니다. 작은 딸이 참 고맙습니다. 

7월 3일 월요일에 아내 김정은의 편지가 이어집니다. 



*****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공지 ***** 


1. 출간소식 『청소년을 위한 진로인문학』 박승오 지음(공저)

3기 박승오 연구원이 청소년 시리즈 강의(서울시 주최)를 엮은 『청소년을 위한 진로인문학』에 공저자로 참여했습니다. 청소년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일독을 권해 드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24744



2. 故구본형 선생님 기증도서 공개서가 안내

돌아가신 구본형 선생님의 홍지동 자택을 정리하게 되면서 보유하고 계시된 선생님의 도서를 공개된 서가가 있는 두 단체 <50플러스 중부 캠퍼스>와 <하늘연코리아(주)의 유기농문화센터>에 기증하였습니다. 이 공개서가들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하니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이용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824436


IP *.202.11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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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9 08:52:15 *.70.26.180
긍정의 역설.
노자의 가르침, 좋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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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9 10:05:04 *.38.8.137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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