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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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오프 수업 후기
11기 정승훈
6월 오프 수업은 서울이 아닌 동기 기상이 있는 경주에서 1박2일으로 했다. 7시도 안된 시간에 집을 나섰다. 서울역에 성한과 정학을 만나 가볍게 커피 한 잔과 핫케익을 먹었다. 신경주역까진 2시간, 송파 집에서 일산가는 시간과 같다. 경주가 이렇게 가까운 곳이었다니.
기상이 선택한 숙소는 아기자기하면서도 편안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저녁 메뉴는 말할 것도 없었다. 숙소에 식당, 간식 장보기까지 많은 수고를 해준 기상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발표순서는 사다리 타기로 정했다. 신화 인물을 정해서 줄거리를 요약하고 좋아하는 이유 세 가지를 밝히고, 나만의 신화를 의식과 함께 발표했다. 다들 준비를 많이 하고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 식당과 숙소 방으로 이리저리 장소를 옮기다 보니 산만했다. 발표는 12시가 되어 끝이 났다. 각자의 신화 인물을 보며 좋아하는 이유도 다 달랐고, 유명한 신화인물보다 자신에게 의미 있었던 인물을 선택한 점이 새로웠다. 신화를 읽으며 기억에도 없던 인물도 있었다.
나는 제일 마지막이었다. 유일한 한국 신화 속 인물이었다. 마고할미를 선택한 이유와 바리데기 공주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서 나의 무의식이 드러났다. 나의 현실의 역할인 딸, 며느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요즘 드는 마음이었다. 교육팀과 선배들에게서 들은 피드백은 어떤 건 아프기도 했고, 내가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다. 하지만 올 한해 변경연 연구원과정을 통해 나를 찾고자하니 직면해야하는 것들이다. 물론 다른 동기들은 아닐 수 있다.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 정말 내가 책을 써야하는 이유 등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봐야 하는 것들이다.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엄마와의 관계를 들여다보면 어떠냐는 제안도 받았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엄마와 잘 지내고 관계가 좋은 딸들도 있겠지만 의외로 애증의 감정을 지닌 채 살아가기도 한다. 그런 면에선 공감대가 형성이 되긴 하겠다.
동기인 정욱이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나, 피올 선배의 교육이 뭐가 문제냐는 질문에서 나는 나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나의 욕구를 들어주지 않고 살았구나, 여러 생각들에 대해 한 마디로 정의하지 못하는 구나를 알았다.
“대부분이 과제를 하면서 과제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아요. 동기들이 여러 명인데 그 사람들도 똑같았어요. 신기하게도 오프 수업에서 만나보면 자기들이 내면에 가지고 있는 그 무언가를 가지고 나왔어요. 11기분들이 과제를 과제처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 과제를 과제처럼 할 것 같으면 굳이 이 과정을 할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과제를 통해 나는 무엇을 찾고 무엇을 발견할 것인가? 그러고 나서 또 어떤 다른 길을 발견할 것인가? 또 ‘나는 평소에 몰랐는데 나에게 이런 점이 있구나.’ 라는 것을 발견하는 과정이 결여되어 있는 것 같아요. 책을 읽을 때에도 과제처럼 읽지 말고 책을 책으로 읽었으면 좋겠어요.” 인창선배의 말이었다.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지난 번 5월 오프 수업에서도 그랬지만 수업보다 이후의 자리에서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서로를 알아간다. 신화와 자기의 무의식이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내가 신화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단순히 많이 접해서 지겨워하는 것이 다 일까, 혹시 나의 무의식에 대해 거부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매주 과제인 북리뷰를 하고 칼럼을 쓰는 것에 급급해서 정말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글쓰기를 잘하고 싶어 스킬만 익히고 있는 것은 아닐까. 또 한 번 나를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