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ggumdream
  • 조회 수 1376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17년 6월 20일 11시 58분 등록

모두들 내가 살고 있는 경주까지 내려와 주었다. 경주에서의 수업준비를 위해 숙소부터 식당까지 준비를 위해 나름 노력을 많이 했다. 어디에서 수업을 하건 무엇을 먹든 무엇이 우리의 대의를 방해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하나라도 더 좋은 조건에서 수업을 하고 싶었다. 결과는 최소한 실패는 하지 않은 것 같다.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속까지 들여다 볼 수는 없지만 그들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걸 보니 그렇다. 그렇게 소소가에서의 우리의 수업은 시작되었다.

 

이번 주 수업은 나의 신화창조였다. 장례식 수업이후 또다시 시작된 손발이 오글거리는 주제였다. 나의 신화를 찾고 나만의 의식을 갖는 것이었다. 주제에 대해서 한달 전에 받았지만 쉽게 나의 신화가 떠오르지 않았다. 수업을 몇 번 안해봤지만 이번처럼 주제나 구성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한 것은 처음이었다. 시간은 다가오지 뭘해야 할지 모를 때 압박감은 극에 달했다. 신화 책을 꺼내어 놓고 뒤적이기를 수십번 끝에 하나의 신화가 나에게 다가왔다. 바로 아이네이아스였다. 알다시피 아이네이아스는 트로이 전쟁의 패장이었다. 패장으로 끝날수도 있지만 그는 다른 길을 택했다. 신의 계시에 의한 새로운 땅의 개척이었다. 그렇게 해서 여정을 떠났고 마침내 로마제국 시조인 왕국을 건설하게 된다.

 

그런 아이네이아스의 상황을 나에게 끌어왔다. 첫 번째 인생을 끝내고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하는 나는 나만의 왕국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나에게 찾아온 변경연 연구원. 이 연구원의 과정은 내게 나만의 왕국을 찾는 하나의 여정이다. 물론 그 과정의 끝에 무엇을 발견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그렇지 않다 할지라도 영웅의 여정이므로 그 여정에서 얻을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스토리를 잡고 나의 신화를 창조하였다. 영웅의 여정에는 기본적으로 시련과 모험으로 가득차 있다. 나만의 무의식을 끌어와 여정을 만들 수도 있지만 나는 지금 우리 연구원과정의 교육팀과 도반들을 차용해 쓰고 싶었다. 아쉬운 점은 도반들에 대해 그동안 지켜봐왔던 느낌과 생각으로 도반들의 신화 캐릭터를 가져왔어야 했는데 도반들 각자 정했던 신들을 그냥 가져와 내 신화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그렇게 뼈대를 잡고 스토리를 구성하였다. 그리고 준비한 나만의 의식. 이 역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진부한 의식을 가져왔다. 웃음을 주는 의식을 준비하고 싶었지만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하자 해서 떠올린 나만의 의식을 선배의 표현처럼 제 2의 장례식처럼 준비했다. 선배들과 동기들의 조언을 들었다. 10기 피울 선배는 이제 전역하는 군인이므로 군인으로서의 사고 체계나 습관들을 전환시키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라는 말을 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부터 시작된 군 생활이므로 알게 모르게 내 몸에 그러한 사고방식과 행동들이 자리잡았을 것이다. 나는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아마 많은 것들이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조급함을 가지지 마라 하지만 조급함을 가지고 변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8기 콩두선배의 주옥같은 조언과 함께 아이네이아스 신화의 깊은 해석과 미처 내가 생각하지 못한 나의 상황과 매치시켜 주어 감동이었다. 늙은 아버지를 업고 어린아들의 손을 잡고 가는 아이네이아스에서 늙은 아버지는 그동안 살아왔던 짐이었고 어린아들은 아직 이루지 못한 꿈, 소망이라고 하시면서 내 그동안의 군인의 삶을 버리는 삶이 아닌 나에게 늙은 아버지와 같은 존재로 의미있는 것을 앞으로 인생에 가져가고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꿈과 소망을 이룰 수 있는 여정을 격려해주었다.

 

이어진 동기들의 신화창조를 보면서 그들의 신화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느껴졌었다. 모두들 의미있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번 수업을 통해 처음으로 접한 신화. 나에게는 커다란 울림이었다. 그냥 그저그런 뻔한 이야기나 전설이 아닌 인간의 무의식과 원형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렇게 10시간 수업을 끝마치고 우리들의 2라운드의 항해는 시작되었으나 시작하기도 전에 우리는 좌초되었다. 누군가에게는 2017년이 아닌 1988년의 군대로 다가온 것이었다.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었다. 그러나 차분히 생각해보자. 그리고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그때 그 자리가 아니어도 일어날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 사람이 아닌 이상 그사람을 완벽히 알수 있을까?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집사람 생각도 몰라 싸우기 일쑤인데...어쩌면 변명으로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벌어졌다. 그리고 이제는 어떤 결론으로 다가올지 모르지만 최대한 빨리 수습을 할 수밖에 없다. 슬프고 이루 말할수 없는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교차하지만 그 감정에 빠져 있을수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하나의 여정이다. 부디 좋은 선택을 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 수업에 참여해주신 선배님들에게도 이 지면을 빌어 감사드린다.

 

8기 콩두 선배

4개월(?)된 아기와 남편분과 찾아주셨다. 그리고 수업에서 해주신 주옥같은 멘트. 그리고 신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풀어내주시는 모습에 엄청난 내공을 느꼈다.

 

10기 피울선배

면접여행이후 두 번째로 참석해주셨다. 날카로운 비판과 격려. 처음 봤을 때 선배님의 언행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지만 이내 선배 특유의 기질임을 알았다. 그리고 거침없이 얘기하는 선배의 모습에서 당당함과 역시 한 칼하는 선배의 지식과 지혜에서 우러나온 코멘트. 감사드린다.

 

10기 에움선배

역시 면접여행이후 두 번째로 참석해주셨다. 그리고 이어진 뒷풀이에서도 새벽 끝까지 같이 해주신 선배. 그리고 마지막 총평에서 우리 기수의 이번 과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주신 점도 감사드린다.

IP *.106.204.231

프로필 이미지
2017.06.20 12:06:55 *.124.22.184

기상씨의 여러 수고가 이번 수업에 가장 큰 공헌이었어요.

기상씨 말처럼 일은 벌어졌고 어떻게 될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어요. 하지만 이를 계기로 우린 더 성숙하고 잘하리라 생각돼요. 기상씨가 있으니 든든해요~

프로필 이미지
2017.06.22 12:01:17 *.222.255.24

아켈로스의 정기가 담긴 "아켈로수"를 마셨으니 원하는 대로 변화할 수 있을 거에요.

아켈로수 빨이 떨어지면 무한 리필 가능합니다. ㅋㅋ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52 6월 오프수업 후기-우리의 신화는 시작되지 않았다 [4] 뚱냥이 2017.06.20 1382
551 6월 OFF수업 후기(송의섭) [8] 송의섭 2017.06.20 1626
550 6월 오프수업 후기 - 나만의 신화를 만들기 위해 떠난 여행 [3] 모닝 2017.06.20 1396
549 6월 오프수업 후기 (윤정욱) [3] 윤정욱 2017.06.20 1320
548 6월 오프모임 후기_이수정 [3] 알로하 2017.06.20 1330
» 6월 오프모임 후기(김기상) [2] ggumdream 2017.06.20 1376
546 [칼럼#9] 히파티아처럼 되기를 희망한다. (정승훈) file [1] 정승훈 2017.06.25 1349
545 칼럼#9 아버지의 편지 file [1] 윤정욱 2017.06.26 1346
544 신부님께서 말씀 주신 교육에 대해서 [2] 송의섭 2017.06.26 1306
543 #칼럼 9-대화의 프로토콜, 당신에게 로그인하고 싶어요(이정학) [2] 모닝 2017.06.26 1399
542 (보따리아 칼럼) 우리 아이는 까막눈 [1] 보따리아 2017.06.26 1365
541 #9. 나는 오늘도 도를 닦는다. [1] ggumdream 2017.06.26 1415
540 #9 백치미의 미학(美學)적 고찰_이수정 [1] 알로하 2017.06.26 1370
539 <칼럼 #9> 국가대표 답게 플레이 합시다 [1] 뚱냥이 2017.06.26 1337
538 [칼럼 #10] 철학, 종교, 머시 중헌디 [6] 정승훈 2017.07.02 1393
537 (보따리아 칼럼) 나는 존재한다. 그러나 생각은? [4] 보따리아 2017.07.02 1293
536 칼럼 #10 전셋집을 구하며 [5] 윤정욱 2017.07.03 1375
535 # 칼럼 10 같이 노는 사람 - 친구(이정학) [6] 모닝 2017.07.03 1481
534 #10 엄마와 딸 2–출생의 비밀_이수정 [5] 알로하 2017.07.03 1281
533 <뚱냥이칼럼 #10> 위대한 성인과 함께 살아가는 행운 [5] 뚱냥이 2017.07.03 1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