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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25일 05시 35분 등록
1년 전이나 몇 달 전 혹은 한 달 전에 있었던 기분 좋은 일 기억하나요? 그런 일이 없었다구요? 설마 그럴 리가 있나요. 어떤 일이든 크고 작은 기쁜 일들이 있었겠지요.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뿐이겠죠. 1년 전이나 몇 달 전 혹은 한 달 전, 기분 나빴던 일은 기억하시나요? 아, 정확히 기억하네요. 어떤 X가 어떤 말을 했는지, 어떤 표정이었는지 대부분 기억해내는군요. 기억해낸 게 아니죠. 항상 머릿속에 들어있지요. 그 당시에 있던 그대로, 몇 만 년이 지나도 생생하게 드러나는 화석처럼 말이죠. 

마흔이 넘을 때부터 맞은편 사람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일이 생기더군요. 처음에는 살짝 당황스러웠죠. 이건 뭐지?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기는 하네요. 나이 들면 불쑥불쑥 솟아나는 건망증이려니 합니다. 친한 사람 이름도 종종 잊는데 절대 잊히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X가 했던 말, 그 X의 한 소리, 언뜻 분노가 치솟게 했던 그런 행동이나 말들이 그렇습니다. 참 희한한 일이죠. 중요한 일도 쉽게 잊어버리면서 전혀 중요하지도 않고 마음까지 불편하게 만든 그런 일들은 잊어버리지 않으니까요. 소처럼 속 깊은 곳에 넣어두었다가 불현 듯 꺼내서 다시 우물우물 되새김질까지 하지요. 

우리는 좋은 일은 쉽게 잊어버립니다. 크게 기뻤던 일도 그 때와 같은 크기의 희열을 다시 떠올리지 못하죠. 반면에 나쁜 일들은 참 끈질기게 기억합니다. 어떤 일은 강산이 바뀌어도 그때의 상황, 생각, 느낌까지 그대로 간직합니다. 쏟아져 내렸던 말의 어투, 내 마음을 베었던 감정들, 신기할 정도로 세세하게 기억해냅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사람은 상처에 집착합니다. 기쁨은 쉽게 흘려보내고 상처는 꼭꼭 간직합니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입으로는 연일 말하면서 몸으로는 거꾸로 가는 길을 택합니다. 아이러니한 일이지요. 

내 마음을 다치게 한 사람은 그런 언행을 했는지도 모르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도 상처를 끌어안고 사는 건 참 손해 보는 장사죠. 자신의 이익에 민감한 게 사람인데 감정의 문제에서는 손실을 불사합니다. 쓸데없는 상처에 집착하지 마세요. 기억력을 자랑하지 마세요. 나는 기억력이 나쁘다고 스스로에게 말해보면 어떨까요. 건망증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가끔은 증세가 심하다고 자랑도 하고 말이죠. 머릿속에 지식과 욕심은 가득가득 채우면서 왜 작은 지우개 하나쯤 넣어두지 못하는 걸까요. 내 머릿속에 지우개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쁜 기억들만 지워버리는 마술 같은 지우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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