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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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종교, 머시 중헌디.
11기 정승훈
1985년 처음 조사한 한국 종교인 비율은 42.6%였으며, 이후 10년마다 조사를 해오고 있다. 1995년, 2005년 종교인 비율이 50%를 넘었었다. 2015년 30년 만에 종교인은 43.9%로, 이제 비종교인 과반수를 넘었다. “한국에 지배적인 종교가 없어서 어려울 때 힘을 모을 수 있는 원동력이 부족하다. 반면 안정적인 선진국을 이룬 나라는 어떤 종교든 지배적인 종교가 있어 국민의 마음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를 형성하게 한다.”라고 한국 사회심리를 연구한 허태균 교수는 말한다.
“신에 대한 믿음이 지속된다는 것은 거기에 생명이나 도덕과 관련된 거의 보편적인 가치가 있다는 가장 좋은 증거다.” [철학이야기]에 나오는 구절이다.
캠벨, 스피노자, 니체, 윌 듀란트 모두 자신의 종교를 잃었다. 모두들 집안 대대로 종교를 가지고 있었다. 가톨릭도 있었고 유대교도 있었다. 그들 중 성직자의 길을 가려던 사람들도 많았다. 종교를 버리게 되면 가족과도 의절하고 사회로부터도 외면, 공격당한다. 유대교에서 파문당하면 그 사람과 같이 대화해도 안 되며, 같이 기거해도 안 되고, 접근 거리(4큐빗, 약 1.8M)마저 정해져 있더라. 왕따도 그런 왕따가 없다. 만약 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나였으면 못 견뎠을 거다. 그 당시 시대적으로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컸다는 것이다. 그래서 종교를 모르면 서구사회와 문화, 예술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강사과정을 지도했던 미술사 전공의 교수가 중세그림을 알기위해 그리스로마 신화와 기독교 교리를 배웠다고 했다. 나 역시 성경 공부를 하고 나서 보니 훨씬 서구 역사와 예술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한 민족이 철학을 할 수 있으려면 그전에 먼저 살기부터 해야 한다.” 윌 듀런트의 말이다. 미국은 급속도로 발전을 해왔으며 발전의 속도 탓에 영혼은 무질서해졌다. 그러니 갑작스런 성장과 사춘기 경험을 하는 젊은이 단계라는 것이다. 그럼 한국은 어떤가.
함석헌의 [뜻으로 보는 한국역사]에서 “한국 사람은 심각성이 부족하다. 파고들지 못한다는 말이다. 생각하는 힘이 모자란다는 말이다. 깊은 사색이 없다. (중략) 그래서 시 없는 민족이요, 철학 없는 국민이요, 종교 없는 민중이다.” 라고 말한다. 이는 삼국시대를 경계로 변했다고 한다. 고구려가 망하고 신라가 다른 나라와 손을 잡고 반쪽짜리 통일을 하면서 한민족의 정신이 길을 잃었다는 것이다. 고구려가 만주와 한반도를 하나로 만들었다면 아시아뿐 만아니라 세계사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까지 여긴다. 수많은 외침과 식민지, 미군정까지 수난의 역사였다. 고유한 철학과 종교를 가지고 있기가 힘들었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저력을 믿어보자. 지난 ‘촛불’을 잊지 말자. 2014년 우린 그 어느 고난에도 비길 수 없는 고난을 온 국민이 겪었다. 기술이 부족해서도 아니었고 경제력이 부족해서도 아니었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그 사건을 두고 하나님이 계시는지, 계시다면 왜 그런 일이 벌어지도록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는지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그 이후 한국은 달라졌다. 그동안은 먹고 사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할 사람도 있겠으나 전쟁 후 급속도의 성장은 세계 유래가 없는 일이다. 이제 한국은 철학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우리는 우리의 종교, 철학을 이어오질 못했다. 고유한 종교와 철학이 무엇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인만이 가지고 있는 ‘무엇’이, 동력이 되는 무엇이 있다. 함석헌은 ‘착함(仁)’과 ‘날쌤(勇)’이라고 했다. 그걸 무어라 하던 한국인은 ‘흥’과 ‘한’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민족이다. 혼종된 문화를 가지고 서로 대립도 하고 뭉치기도 한다.
칠레에 유학 가있는 조카의 표현에 의하면 남미는 느슨하고 바쁜 게 없는데 한국에 오면 뭔가 생동감이 있다고 한다. 모두들 열심히 하고 의욕에 넘쳐 있단다. 이를 나쁘게만 보지 말자. 우리에겐 종교도, 철학도 없지만 그 ‘뭔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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