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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7번입니다.
“기상님은 7번 유형이에요.” 수희향 선배님은 그렇게 나에게 말씀을 해주셨다. 지난 6월 초에 나는 서울에서 애니어그램 최고 권위자이신 수희향 선배님의 워크샵에 참석하였다. 평일 경주에서 서울까지 가기에는 여러가지 사정이 있었으나, 내가 변경연을 내신하고 연구원이 된 이유와 내가 직장을 그만두는 결정을 하면서 추구했던 길을 찾기 위해 어떻게 보면 가장 기본적인 출발을 위해 약간의 희생을 감수하고 참석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이 과정에 참석한 자체가 7번 유형의 특성을 나타내는 것이었고, 그렇게 궁금했던 나를 처음으로 대면할 수 있었던 인생에 몇 안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사실 직장에 다닐 때 부하들이 항상 새로 들어오면 하는 대표적 검사가 MBTI였다. 그러나 나는 막상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 질문지는 대충 몇 번 본적은 있지만 그런 단순하게 묻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나’란 인간에 대해 정의를 내린다는 것이 불편한 사실이었고 또한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이었다.
애니어그램은 사실 변경연 장례식에서 처음 접했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고 자신은 몇 번 유형이라는 것도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변경연 이전까지만 해도 나와는 별 관계가 없었던 것들이 나에게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책도 보고 검사도 받아보면서 나란 인간에 대해 알아보고자 했는데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신뢰할만한 변경연 선배님이 직접해주신다니 이런 기회가 어디 있나 싶어서 욕심을 내고 참석하였다. 처음에 기대한 것은 MBTI처럼 질문지를 내어주고 거기에 내가 답을 찾는 형식으로 진행될줄 알았다. 그러나 웬걸 그런 뻔한 틀을 기대한 나를 선배님은 완전히 깨주셨다. 질문은 가장 어려운 질문 하나로 시작했다. “나는 누구인가?”. 변경연 내신을 하면서 작성한 미스토리이후 또다시 나를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나중에야 왜 이런 질문을 했는지 알았고 그랬다면 다른 참가자들처럼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간에 나를 많이 나타낼수 있는 그런 답을 했을텐데 조금은 엉뚱한 답을 적었음에도 역시 전문가에게는 그렇게 긴 답변은 필요없었던 모양이다. 내가 적었던 답을 기본으로 해서 개인 면담을 진행했고, 이어진 부모님과의 관계의 질문을 끝으로 그렇게 프로그램은 종료가 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그리고 모두가 궁금해하는 자신의 유형 발표가 이어졌다.
나는 7번 유형이었다. 사고형 인간이면서 고통 회피 낙천주의자였다. 내가 사고형 인간이었다니! 처음에는 믿기질 않았다. 나는 머리보다는 감정에 가깝고 관계지향적 유형이라 생각했는데 뜻밖의 결과였다. 그러나 이어진 얘기와 결과를 여기저기 찾아보니 내가 그동안 행동했던 것들과 생각했던 것들과 일치함을 알게 되었고, 내가 이런 인간이었구나를 깨달았다.
7번유형은 사고형 인간으로 그 중 에너지를 외부로 쓰는 외향형이다.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세상 모든 것을 경험해보고 그 중 가장 안전한 방법을 찾으려 한다. 생각도 많지만 반면 호기심이 발동하면 그 즉시 충동적으로 행동에 옮긴다. 과잉생각과 과잉행동이 동시에 일어난다. 7번이 외적으로 위기를 맞으면 좌불안석하며 충동적으로 이런저런 일을 시도하거나 반대로 불안을 잊기 위해 재미를 좇으며 현실 도피 성향을 보인다.
그제서야 나는 내가 왜 이렇게 하고 싶어하는 일이 많음을 단적으로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을 경험해보고 가장 확실한 방법을 찾는 어떻게 보면 경험주의자였다. 이론보다는 직접 몸으로 부딪쳐보고 거기서 답을 찾으려 했던 것 같다. 그제서야 나의 모든 성향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물론 7번 유형의 인간에 나를 억지로 끼워맞추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들기는 하지만 어쨌든 나를 돌아볼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나는 지금 인생의 전환기의 길목에 서있다. 내가 누구이고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고 있고 책을 통해,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오프수업을 통해, 각종 매체를 통해 수많은 채널을 통해 그렇게 탐색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조셉 캠벨이 얘기한 인생여정 3단계가 있다. 입문→심연통과→재탄생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나는 현재 입문에 서있다. 그리고 이 세상에 가장 권위있는 과정인 변경연을 하고 있는 정말 좋은 기회를 얻었다. 만약 변경연이 없었다면 나는 입문조차 못하고 입문을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7번 유형의 가장 큰 단점은 단적으로 얘기해준다. 호기심으로 입문단계는 쉽게 뛰어들지만, 그만큼 심연단계를 통과한 경우는 다른 유형보다는 드물다는 것이다. 갑자기 가슴속이 뜨끔해진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호기심과 왕성한 의욕으로 입문했던 것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실로 그것을 통해 내가 얻은 것이 있었으며 끝까지 해낸 것이 있었던가! 7번은 어려움에 부딪히거나 조금만 흥미를 잃어버리면 그 즉시 뛰어난 사고력을 발휘해 지금 하는 일을 중단해야 할 자기 변명을 찾고 포기하는 것을 합리화한다. 탁월한 생각이 아킬레스건이 되는 것이다. 이것만큼 그동안의 내 인생을 적나라하게 지적해주는 것이 있었나 싶다.
7번 특유의 호기심을 살려 자신의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고 늘 변화를 추구하는 주체적 삶을 살기 위해서는 심연 기간 중 뛰쳐나갈 이유을 그럴싸하게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당분간 전문성을 갈고닦을 이유를 자신에게 설득하는게 필요하다. 객관적 분석과 생각이 뛰어난 사고형인 만큼, 한 걸음만 물러서서 생각하면 누구보다 스스로 자신을 설득할 사고력을 지니고 있다. 뛰어난 사고력으로 스스로 포기할 변명거리를 줄것이냐 자신을 설득할 것이냐가 심연통과의 열쇠다.
그러나 7번의 가장 큰 장점 중에 하나가 왕성한 호기심에 이어 밝고 명랑한 긍정성이다. 나는 정말 절대긍정인 사람이다.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수도 있지만 그때뿐이고 사실 그 부정적인 결과가 그 이후 나를 어떻게 하지는 않는다. 나는 다음날 공부못한 시험이 있어도 잠도 잘자고 잘먹는다.
나는 지금 나의 천복을 찾아 열심히 걸어가고 있고 내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변경연이라는 든든한 조력자를 만났고 그리고 내가 어떤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순히 변화를 추구하고 변화하고 싶어서 시작했던 것이 어느새 지금의 자리까지 와있다.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걸어왔던 끊임없는 멈춤을 이제는 하고 싶지 않고 절대로 그렇게 되어서도 안된다. 나에게는 지금 이 시간이 나를 변화시킬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이 기회마저 예전과 똑같이 자기합리화, 자기 변명이라는 이름으로 포기할 수는 없다. 7번. 번호도 좋다. 9개의 숫자 중 행운의 7번. 행운이 왔으니 기회를 잡아야 한다. 이번만큼은 절대 양보하거나 포기할수 없다. 전진하자. 승리하자. 승리의 깃발을 보이지 않은 저 고지에 꼭 꽂으리라.
"7번유형은 사고형 인간으로 그 중 에너지를 외부로 쓰는 외향형이다.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세상 모든 것을 경험해보고 그 중 가장 안전한 방법을 찾으려 한다. 생각도 많지만 반면 호기심이 발동하면 그 즉시 충동적으로 행동에 옮긴다. 과잉생각과 과잉행동이 동시에 일어난다. 7번이 외적으로 위기를 맞으면 좌불안석하며 충동적으로 이런저런 일을 시도하거나 반대로 불안을 잊기 위해 재미를 좇으며 현실 도피 성향을 보인다."
이 글 보면서 딱 저를 보는 것 같았어요 ㅠ 저도 그럼 7번 유형..? (애니어그램 검사 한 번 받아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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