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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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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5일 09시 23분 등록


[일상에 물든 그림]

 

- 폴 고갱 <이아 오라나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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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뉴욕에서 공부를 할 때, UN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같이 근무했던 친구로부터 편지가 왔습니다. 그 친구는 타히티에서 온 친구였습니다. 지금은 UN에서 승승장구하면서 일하고 있지만 당시만해도 낯선 국가에서 온 친구가 유독 저와 친하게 지냈습니다. 거의 10년 만에 온 편지. 편지를 열자, 고갱의 그림이 담긴 엽서가 한 장 담겨있었습니다.

 

안녕? 난 지금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있어. 네가 좋아하던 고갱의 <Ia Orana Maria>라는 그림이 전시되었길래 갑자기 네 생각이 나서 보낸다! 모든 것이 빠르게 지나가는 이메일과 SNS시대, 이 편지가 무사히 도착했으면!“

 

고갱이 그린 <이아 오라나 마리아>마리아에게 축복을이라는 뜻의 마오리족의 말이라고 합니다. 풍요로운 숲 속에 서 있는 붉은 옷의 여인은 다름 아닌, 성모 마리아입니다. 무등을 탄 아이는 아기 예수로, 두 여인이 성모와 예수를 경배하며, 두 손을 맞잡은 타히티식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 낯선 풍경이죠? 그 뒤로는 노란 날개를 단 천사가 이들을 인도하고 있습니다. 그 앞에 놓인 형형색색의 열대과일은 아기 예수께 바치는 정성어린 제물입니다. 꽃과 자연이 자아내는 화려한 문양과 색채는 그림 전체를 끝없는 율동으로 이끌며 원시 자연을 향해 가졌던 화가 고갱의 성모 마리아에 대한 경이로움을 잘 표현합니다.

 

타히티 시절의 거작 중 하나인 <이아 오라나 마리아>라는 그림은 지금은 고갱의 대표작으로 꼽습니다. 하지만 성서와 토속신앙을 결합을 철저히 금지했던 유럽의 보수적인 신앙인들은 이 작품을 야만으로 치부했습니다.  고갱이 내던 자신만의 강렬한 목소리는 늘 문명과 불화를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그는 누가 뭐라하건 원시적 삶속에 담겨있는 존재의 근원을 집요하게 화폭에 담아냈습니다.

 

지난주 아일랜드에서는 인도 뭄바이 태생의 이민자의 아들 버라드 커가 인도인 2세로는 최초로 총리가 되었습니다. 38. 역대 최연소 총리이면서 게이입니다. 세르비아에서는 지난주 차기 총리로 브르나비치가 지명되었고 레즈비언입니다. 이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의 '국방장관'이 모두 여성입니다. 그 나라들은 원래 소수자 인권들이 원래 높았을까요? 아닙니다. 아일랜드는 원래 가톨릭이 사실상 국교인 나라였습니다. 게이총리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 할 일이었습니다. 버라드 커는 말했습니다.

 

나는 반쪽 인도계 정치인도, 의사 정치인도, 게이 정치인도 아니다. 그 모든 것들이 나를 구성하지만, 나를 규정하지는 않는다

 

세르비아는 국민의 85%가 동방정교입니다. 그는 동성애 혐오증이 만연한 발칸 지역의 첫 동성애자 총리이자 세르비아 최초의 여성 총리직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원래 그런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는 힘을, 변화하고자 하는 힘이 넘어서면 그때 사회는 한 발자국씩 진화하게 되는 것이죠. 원래 그런 것은 없다는 것을 매일 깨닫는 요즘이 되었으면 합니다. 타히티의 토속 신앙을 강렬한 색채로 그려낸 성모마리아와 아기예수의 성스러움을 자신만의 목소리로 그려낸 고갱의 그림처럼 말이죠.

 

저도 그 친구에게 오늘 그림 엽서를 띄워야겠습니다.

 

내가 강한 이유는 결코 남들에 의해 흔들리지 않고 내 안에 있는 것을 하기 때문이다.”

- 폴 고갱


 

정재엽 (j.chung@hanmail.net)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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