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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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기 전 수술을 한적이 있었다. 멀쩡해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수술을 한다고 하니 당시 눈코 좀 고쳐서 연예계에 데뷔하려는 거냐는 흉흉한 놀림이 있었지만 그런 건 아니었다. 정말로 아파서 무릎 수술을 했다. 예전에 다쳐서 인대가 끊어진 것을 모르고 살다가 이상해서 검사를 해보니 이미 인대가 끊어졌다고 한다. 인대는 재생도 안되어서 새로 만들어 넣어야 한다는 당시로서는 청천벽력과도 진단을 의사 선생님의 감기 같은 병에 왜 이리 놀라는 표정 속에서 전해 들었다.
이것 저것 다시 알아보았으나, 결국
몇 달 뒤 무릎에 나사를 박아서 아킬레스건을 새로운 인대로 사용하는 수술을 받았다. 예전 같으면 참
큰 수술이었다고 하는데 의술의 눈부신 발달로 인하여 정말 간단한 수술이 되었다고 한다. 물론 의사선생님의
입장에서 한 말이다. 지금도 환자 입장에선 간단하진 않다. 수술시간은
한 시간도 안 걸리지만 전신마취에 그 후로 거의 5개월을 목발이며, 보호대를
하고 다녔으니 말이다. 병원에서도 대략 10일 가량을 입원에
있었던 것 같다. 병원에 누워 있으니 사람이 멍해지기도 하고 뭔 지 모르게 더 힘든 거 같은 느낌이었다. 병원이 환자를 만든다는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병원에
누워 있으니 할 일도 없고, 여기 저기 둘러보게 되었다. 병원
안을 간단히 산책하고 여러 병동을 돌아보면서 세상엔 아픈 사람들이 참 많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갑자기 미움, 질투, 사랑, 못된 성질, 시기, 화
등등. 이런 것도 수술로 고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몸에 생기는 병 뿐만 아니라 마음의 병도 고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 말이다.
"의사선생님 저 누구누구가 너무 밉고 화가 나요!! 고쳐주세요."
"하하 그런걸로 고민하셨어요. 걱정마세요. 그건
제가 전문이니까요. 자~ 누우세요."
"와~~선생님 정말 미움이 싹 없어졌어요."
"그럼요. 단, 이 수술에 단점은 너무
센 약을 써서 그 사람과 사랑에 빠질 수 있는 부작용이 있으니 조심하세요.”
좋지 않을까? 그럼 이세상은 전쟁, 다툼, 분쟁, 이런 것들이 없는 완벽한 세상이 될 수 있을 텐데 . 인간 사회가 서로 다툼과 한치의 오류가 없는 톱니바퀴처럼 운행되는 “완벽한 세상”.
그런데, ‘완벽’이란 이 단어, 완전무결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이 단어, 과연 정말 현실 가능한 단어인가? 사실 완벽이란 우리 인간의 환상 속의 개념일지 모른다. 물론 물리학적 현상이나 자연 현상에서 ‘완벽’이란 개념이 존재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인간 세계에선 ‘완벽’이 존재할 수 있을까? 영화 메트릭스에서는 ‘매트릭스’란 인간의 정신세계를 조정하기 위한 완벽한 컴퓨터 프로그램이지만 이상하게도 1%의 오류가 생긴다고 한다. 그 알수 없는 오류조차 기계들은 정복하기 위해서 주인공인 ‘네오’와 같은 변종 바이러스 같은 것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메트릭스 속에서 완벽하게 생존할 수 있음에도 1%의 오류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주인공인 네오 조차 오류를 막기 위한 프로그램의 일종이라는 충격적인 진실이 영화 속에 나온다. 이는 어떻게 보면 완벽이란 우리의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것이라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모든 것을 고칠 수 있다면 오히려 그것이 우리 인류에게 재앙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한번 상상해 본다.
" 의사선생님, 저 이 사람이랑 헤어질래요 저 사람 사랑하지 않게 해주세요."
" 문제없어요~자 이쪽으로 오세요"
" 의사 선생님... 좀더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싶어요.. "
" 아~~ 그 정도야 문제없어요. 아주
간단한 수술이에요 "
" 의사선생님, 이 사람 사랑하게 되는게 가능할까요 "
" 오브 코스~~ 1분이면 되요. 정말
초 간단 수술이에요 "
생각만해도 어딘 지 어색하고 우리 인류에게 축복이기 보단 재앙을 가져올 것만 같다. 인간은
어떤 면에서 보면 모순 덩어리이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존재하며 자기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내면 속에 가려진 부분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불완전한 존재이다. 그러나 인간이 가진 불완전한 요소를 보완하고자 한다면, 그 보완된
세계를 상상해 보면 또 뭔가 모순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같다. 역사적으로 많은 이들이 ‘불로장생’ 영원한 삶을 꿈꾸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정말 인간이 영생의 삶을 산다면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세상은 그렇게 조금은 아쉬운 데로 약간의 모자람에 대한 안타까움에 그 나름대로의 멋이 있는 것 같다. 다 고칠 수 없는 모순 덩어리의 우리 인간, 이것이 인간이 가진 매력이자 축복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