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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10일 11시 03분 등록

기부푸어족() – 마이너스 통장에서도 인심 나는 종족이 있다

 

기부푸어족을 설명하기에 앞서 우리 부부의 결혼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다. 우리는 전통혼례를 치렀는데 신부입장에서 전통혼례의 미덕을 말하자면, 몸매를 전부 가려버리는 축복된 한복 덕에 다이어트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몸매가 드러나는 웨딩드레스를 입기 위해 거쳐야 하는 몸 관리와 피부관리 등을 할 필요가 없기에 일단 해당금액이 절약된다. 족두리에 연지는 얼굴을 가려주기에 피부관리나 메이컵에도 비교적 덜 신경 쓸 수 있었다. 하객들 사이로 입장한다는 것은 얼마나 벌쭘한가. 그러나 나는 신랑 친구들이 들어주는 가마 속에 앉아 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행차할 수 있었다. 가마가 너무 무거웠다고는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오동나무가 무거웠을 뿐 나의 죄는 아니었다. 홈쇼핑도 아닌 것이 이 모든 것이 놀랍게도 무료였다. 한복도 말도 가마도 모두 무료로 대여가 가능했다.

 

어느 날, 우리 부부는 우리의 결혼식이 얼마나 경제적이었는지 이야기 하다 당시의 신조어였던 웨딩푸어’, ‘하우스푸어’, ‘베이비푸어등을 언급하게 되었고, 이어서 푸어(poor)라는 접미사에 주목하게 되었다. 가난함을 나타내는 접미사 앞에 붙은 것은 크게는 소유였다. 소유를 위해 빚을 지게 된다는 것이 단지 사회구조의 문제일까, 의식의 문제일까. 결혼식만 하더라도 남들만큼 해야겠다는 생각만 버려도 충분히 돈을 절약할 수 있는데. ‘대출을 통한 소유상환을 위한 빠듯한 삶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는 못한다 해도 느슨하게 할 수 있는 사고의 전환은 없을까?

 

사람들이 뭔가를 가지려고빚은 지는데, ‘나누려고빚을 지는 경우는 왜 없을까?”

 

어느 날의 우연하고 엉뚱한 질문에서 그렇게 우리만의 기부푸어라는 개념이 창조되었다. 더 가지려고 빚을 지는 상황이라면, 기부는 말할 것도 없지 않나. 왜 기부나 후원은 충분히벌어서 남는 돈으로 해야 하나? 기부도 대출해서 하자. 안될 게 뭐 있는가? 집을 사고, 자동차를 소유하기 위해서 대출을 하는데 기부를 위해 대출을 못할 이유가 없지 않나?

 

말이 나온 김에 그리고 마음이 바뀌기 전에 우리는 마이너스 통장의 가능한 한도 내에서 적지 않은 금액을 인출하여 희귀난치질환 아이들 후원단체인 여울돌에 후원을 실행하였다. 이왕이면 우리가 하는 업종(한의원)과 관련이 있는 단체가 의미 있겠다 싶어 여울돌을 선택했다. 후원대상 아이들은 희귀난치질환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이었기에 완치는커녕 치료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많았다. 지금의 상태가 더 나빠지지만 않아도 감사한 상황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의료소모품의 소비가 많은 아이들이었다. 영유아의 경우 기저귀와 분유가 계속 필요한 소모품인 것처럼 이 아이들은 특수붕대와 특수연고 등의 고가의 의료용품들이 생활소모품인 셈이었다.

 

우리의 자녀가 희귀난치질환을 겪고 꾸준한 의료소모품이 필요한 상태라면 당연히 빚을 내서라도 필요한 것을 사지 않겠는가? 이듬 해부터는 매달 여울돌 아이들에게 일정 금액을 후원했고 그렇게 아이들과 몇 년 동안 인연을 맺으며 아이들이 커가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그 중 은이(가명)는 북한에 있을 때 백혈병 판정을 받은 상태에서 목숨을 걸고 탈북한 아이였다. 한국에 와서는 원발성 항인지질 항체 증후군이라는 희귀질환 판정을 받았다. 그럼에도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던 은이는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게 되었다. 자신처럼 아픈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으나 건강 상의 이유로 학업을 따라가기 힘들어 심리치료학과로 바꿨다고 한다. 은이는 현재 대학생이지만 지금까지 은이가 보여준 치열한 태도를 생각한다면 사회에 크게 기여할 사람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은이가 대학생이 되기까지 우리를 비롯해 많은 후원자들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고, 그 후원금은 한 아이가 사회에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할 장학금이자 투자라는 생각이 든다.

 

매월 후원금이 자동인출 될 때마다 간혹 가슴이 철렁인다. 가진 것을 더 가지려는 욕망과 가진 것에서 덜어내려는 마음과의 갈등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 갈등은 ‘에이~ 이번 달 적자면 좀 어때?’하는 마음의 승리로 결론이 난다. 개별 가계의 입장에서는 적자일지 몰라도 함께 사는 사회라는 시점에서 본다면 투자가 되기 때문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을 믿지 말자. 마이너스 통장에서도 인심은 날 수 있다. 아니 더 진한 인심은 거기에서 나온다. ‘기부푸어족빚을 내서라도 소유하겠다는 간절함을 빚을 내서라도 나누겠다는 간절함으로 바꾼 사람들이다. 비록 우리가 만든 말이지만 이러한 말이 신조어 사전에 등재될 수 있을 정도로 나눔이 일상이 되는 사회를 꿈꿔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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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0 15:03:42 *.226.22.184

저는 리아씨 만큼은 아니어도 나눌 곳을 찾아보고 늘려보겠습니다. 잊었던걸 생각나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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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11:26:29 *.106.204.231

마이너스 대출을 통한 기부라 정말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남을 도와주는 것, 늘 마음에만 있지 실행이 어렵네요. 오늘은 동사무소에 꼭 가볼 생각입니다. 제가 할수 있는 무언가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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