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뚱냥이
  • 조회 수 995
  • 댓글 수 3
  • 추천 수 0
2017년 7월 10일 11시 51분 등록

하지 말라면, 하지 맙시다

 

 

왜 이렇게 하지 말라는 게 많아~? 박정희야 전두환이야?”

2006년 개봉한 영화 타짜의 명대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저는 군사정권 시절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얼마나 엄격한 규제와 통제가 있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역사적 증거와 자료, 부모 세대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았을 때, 지금보다는 대단히 자유가 억압된 사회라는 것은 명백합니다.

 

지금은 미니스커트를 입으며 무릎 위 몇 센치인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장발을 하고 경찰과 숨바꼭질 할 필요도 없습니다. *통금은 폐지되어 밤새고 통근해도 무방합니다. 광화문 한 복판에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어도 제재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 국가는 개인이 누군가에게 어떠한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속박할 수 없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속박의 삶을 살아오고, 또 살아가고 있습니다. 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한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그 주체는 바로 부모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는 우리의 자유를 철저히 억압했습니다. 우리의 생각과 의지를 제한했습니다. 밥을 먹고 바로 누우면 소가 된다는 말은 생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낭설이었습니다. 거짓말을 하면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어진다고 했지만 실제로 DNA의 변이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의 자체적인 금지법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의 부모님들은 박정희, 전두환 前 대통령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하지 말라는 것들이 많을까요? 정답은 모두가 다 알고 있듯이 자식 걱정때문입니다.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밥을 먹고 바로 누우면 소가 된다는 말은 자식이 부지런한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며, 내 새끼가 체하면 안된다는 속앓이입니다. 거짓말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말은 정직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원하는 작은 소망입니다. 갖가지 금지법으로 지금까지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자식이 아무 사건, 사고 없이 인생을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부모의 간절함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자유의 침해와 속박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습니다. 장마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무더위는 피서를 생각나게 합니다. 더위를 피해 많은 사람들이 계곡과 바다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곳을 피서지라고 하지요. 피서지에서는 안전불감증이 기승을 부립니다. 집에 놔두고 온 안녕(安寧)’을 생각나게 합니다. ‘안녕의 공백은 막무가내와 무모함이 채웁니다. 피서객들의 이런 안전불감증과 막무가내, 무모함은 위험천만한 행태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피서를 앞둔 여러분! 호우특보로 인한 입산통제는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닙니다.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는 것이 제도의 구속에서 벗어나는 행위가 아닙니다.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것이 자신의 멋짐을 과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말 그대로 막무가내와 무모함입니다. 1층까지 빨리 내려가겠다고 15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는 것과 같습니다. 매년 늘어나는 여름철 인명사고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요? 이제는 다른 관점에서 호소해 보고자 합니다.

 

부모님의 말씀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은 위험한 행동을 절대 하지 말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비가 많이 오면 물가에 가지 말고, 구명조끼는 꼭 착용하고 안전수칙은 필히 지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자연을 즐기지 못하게 하는 압제가 아닙니다. 피서지 출입금지법도 아닙니다. 여러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것이 아니지요. 그저 내 자식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부모의 간절함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부모님의 달콤한 속박을 기꺼이 받아 들여야 합니다.

 

여러분이 자유라고 생각하는 무모함과 막무가내가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님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누군가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동이기에 국가의 통제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지 말라는 게 왜 이렇게 많아라고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을 위한 부모님의 금지법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피서를 즐기는 모두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부모님의 자유를 보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안전한 2017년의 여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하지 말라는 행동은 제발 하지 맙시다.”

 

 

*통금은 해방 직후부터 시행되었음

IP *.140.65.74

프로필 이미지
2017.07.10 14:50:49 *.226.22.184

술 마시지 말자.

프로필 이미지
2017.07.11 00:06:21 *.18.218.234

이번 주는 그 분이 안왔거나 약이 떨어졌구만.

약발과 글발의 상관관계를 다음 칼럼 주제로 해봐. ㅋ


성한씨의 칼럼에서 울림을 많이 받는 독자가 여기 있으니 다시 화이팅!

나는 요새 글 쓸 때 '단 한 명의 독자'만 상상하기로 했어요.

프로필 이미지
2017.07.11 11:55:25 *.106.204.231

피노키오와 소는 방금 아이들에게 내가 한 말인데. 나도 똑같은 부모가 되어가는 듯.


하지말라는 거 하면 제일 재미있긴 하더만. 누군가는 하지 말라고 하고 누군가는 자꾸 하려고 하고

이 대립구조는 영원한거겠지.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692 모든 위기는 또 다른 기회다 정승훈 2020.03.06 1119
4691 [에드와르도] 나는 어떤 사람인가? 정승훈 2020.08.13 1121
4690 생각대로 인생은 가고, 말은 씨가 된다 file [6] 송의섭 2017.08.21 1125
4689 #34 환상속의 '하면 된다' [1] 불씨 2019.01.27 1133
4688 판타지 그림책을 아시나요? file [5] 정승훈 2020.06.12 1133
4687 내 영혼을 바꾼 불멸의 문장들 [5] 어니언 2020.05.24 1134
4686 2월 오프수업 후기 - 책이냐? 글이냐? file 불씨 2019.02.17 1135
4685 어쩌다 남중생 수업풍경- 장난이 서로에게 상처로 [2] 지그미 오 2020.08.23 1137
4684 칼럼 #15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정승훈) [6] 정승훈 2017.08.12 1145
4683 6주- 태교의 시작과 끝 엄마의 행복 [1] 콩두 2020.09.04 1145
4682 인생을 바꾸는 한마디 [4] 불씨 2020.05.31 1151
4681 슈렉을 통해 다시 생각해보는 아름다움의 기준 file [4] 정승훈 2020.06.05 1152
4680 나와 닮은 나무 [6] 타오 한정화 2018.05.26 1161
4679 #9 백치미의 미학(美學)적 고찰_이수정 [1] 알로하 2017.06.26 1162
4678 2019 .2월 오프 수업 후기- 하나의 과녁을 [2] 박혜홍 2019.02.17 1163
4677 <칼럼 #8> 작은 것은 큰 것을 작게 만든 것일 뿐 [5] 뚱냥이 2017.06.12 1167
4676 그의 꿈 박혜홍 2019.03.11 1169
4675 폴란드로 간 북한 전쟁고아들은 어떻게 됐을까? file [2] 정승훈 2020.07.22 1175
4674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2] 불씨 2018.06.10 1179
4673 #21 -한 장의 사진에 담긴 삶과 인생(이정학) file [3] 모닝 2017.10.09 1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