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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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2017년 7월 28일 10시 44분 등록

벌써 7월이 다 갔습니다. 대학원 방학을 한지도 2주가 지났네요. 저는 요즘 아주 한가합니다. 제가 하는 일은 여름과 겨울에는 한가한 편입니다. 나비커리어맵 2기도 졸업을 시켰으니 코칭을 하거나 수업을 할 일도 없습니다. 방학하고 한동안은 무너진 인간관계를 복원하러 다녔습니다. 학기 중에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 안부를 나누는 일로 분주했습니다. 그렇게 하나둘 밀린 일들을 클리어하다보니 이제는 정말 무료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지난 주에는 매일 오전에 판교도서관에 갔습니다. 유니코써어치 Chief Carer Coach로 일하며 쓴 '이직 가이드' 칼럼을 정리하기 위해서였죠. 이 원고들은 내년 초쯤 출간될 예정입니다. 유니코써어치 대표님과 컨설턴트들의 글을 추가해 '4차 산업혁명에 대처하는 커리어 전략'을 주제로 최신의 채용트랜드와 경력개발 전략, 이직의 기술을 담을 예정입니다. 저는 27개의 꼭지글을 썼는데요, '정말 이직을 해야하는 때는 언제인가, 이직 준비는 어떻게 해야할까, 면접과 평판조회, 연봉협상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와 같은 질문에 대한 실질적인 팁을 제공했습니다. 이직에 성공한 제 코칭 고객들의 사례도 넣어 현장감도 살렸습니다. 기대가 되시나요?


원고를 다듬다보니 마음 한 켠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몽글몽글 피어올랐습니다. 벌써 네번째 책인데도 책을 낼 때는 항상 생각이 많아지죠. '이번 책은 잘 될꺼야'란 기대감과 '이번 책이라고 별 수 있겠어'하는 체념이 교차합니다. SNS를 하다 보면 '책을 내고 인터뷰와 강의 요청이 쇄도한다, 방송에 출연한다, 벌써 2쇄를 찍었다, 인생이 180도 변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저에게는 정말 꿈만 같은 일입니다. 책을 내고 나서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을 여러번(!) 당했거든요. 마치 저를 놀려주려는 몰래카메라처럼 세상 사람들은 합동해 모른 척을 하는 듯합니다. 이번 책은 어떻게 될까요? 책에게도 저마다의 운명이 있다는데 이 책은 어떤 운명을 가지고 태어날까요?


매일 저녁에는 동영상 강의를 듣습니다. 논문을 쓰기 위한 조사방법론과 통계기초이론입니다. 강의는 강사의 목소리와 슬라이드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듣다보면 금방 지루해지고 머리속이 엉킨 실타래로 가득해집니다. 중3이래로 수포자였던 제가 다시 통계를 공부하고 있으니 인생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가을 학기에 들을 수업들을 미리 예습하라는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흉내는 내고 있는데 진도가 나가지 않습니다. 그래도 듣는데 의미를 두면 되겠지요? 예습에서 모든 걸 이해하면 가을 학기가 너무 쉬워질 수 있으니까요.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지만 시간이 너무 느리게갑니다. 펼쳐 놓은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잠은 오지 않고 생각만 많아지는 밤이 많습니다. 생산성을 생각하는 저의 불안증이 다시 도졌나봅니다. 다음 달 매출을 생각하니 조급한 마음이 생깁니다. 제 마음을 알았는지 구본형 선생님이 이런 글을 보내주셨네요.  


나는 세 가지 종류의 시간의 강줄기를 만들어냈다. 하나는 나를 위해 흐르는  시간의 강이다. 이 시간이 강물 위에서 나는 읽고 생각하며 자연과 만나고 쓴다. 이것은 고독한 시간이다. 알지 못하는 것들의 시간이며, 그들이 정체를 눈치채는 시간이다. 이 시간의 강물 위해서는 내가 나를 떠나지 않는다. 이 흐름 속에서 나는 나의 세계를 만들고 부수고 다시 만들며 즐긴다. 또 하나의 시간의 강줄기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었다. 나는 내 가족을 위해 늘 시간을 남겨놓았다. 친구들을 위해서도 늘 시간을 남겨놓았다. 나는 그들을 위해 언제고 한가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다. 나는 건달이다. 낮에도 술을 마실수 있도록 그들과 만나는 다음 시간은 비워두었다. 세 번째 시간의 강줄기는 세상과 내가 만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은 대체로 책과 강연과 홈페이지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졌다. 나는 사람들을 찾아 나서지 않았다. 그들이 나를 찾아내주기를 바랐다. 

    

언제나 자신을 '건달'이라고 하셨던 선생님이 오늘은 문득 그립습니다. 

저도 여름방학동안은 건달처럼 살아봐야겠습니다.

그대의 여름은 어떤 모습인가요?

  


[알림1] 이범용 꿈벗의 첫번째 책 <습관홈트>가 출간되었습니다. 작은 습관의 실천을 통해 삶을 바꾸는 방법을 담았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려요.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notice&document_srl=826906

 

[알림2] 김정은 연구원의 두번째 책 <엄마의 글쓰기>가 출간되었습니다. 한땀한땀 엄마의 마음으로 손바느질해 엮은 책이니 많이 축하해주시고 널리 알려주세요. http://www.bhgoo.com/2011/826270#12

 

[알림3] 로이스(이한숙) 연구원이 운영하는 아티스트웨이에서 <베트남 다낭 힐링투어>를 기획했습니다. 여름 휴가 계획을 못 세우신 분들은 참고하세요.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free&document_srl=827418



IP *.35.2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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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30 22:58:28 *.158.25.187

나는 사람들을 찾아 나서지 않았다. 그들이 나를 찾아주기 바랐다.


제게도 참 고독이 필요한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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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31 13:27:16 *.35.229.12

저도 사람들이 저를 찾아주길 바라는데 구본형 선생님같은 나무가 아니라 들풀이라서요.

요즘은 자신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작업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고독뿐 아니라 함께함도 필요한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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