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박노진
  • 조회 수 9769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05년 7월 12일 21시 17분 등록
유한킴벌리 연구 - CEO의 말 1

1. 원칙 없이는 혁신도 없다.

내 별명은 ‘문풍진’이다. 유한킴벌리 입사 환영회식 때 노래를 불렀는데 노래를 못한다며 거절하다가 희망가를 불렀는데 회사의 어르신들이 어린 사람이 노인네 행세를 한다며 ‘문풍진’이란 별명을 붙여 주셨다. 이 별명처럼 내 생활방식은 극단적으로 보수적이다. 그러나 일하는 방식은 혁신적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전산화, 경영혁신을 부르짖으며 개척적으로 일했다. 보수적인 성향의 나 같은 사람이 혁신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은 혁신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가 가장 기본적이면서 근원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다. 근본을 세우고 지키려면 보수적일 수밖에 없고 그 방법은 혁신적일 수밖에 없다.

나는 그저 기본을 강조했다. 영업사원들에게 고객에게 돈이 되는 일을 해주라고 말했다. “유흥은 잠시 즐기면 끝이다. 고객의 회사 차원에서 경쟁력이 되는 새로운 기술, 새로운 매대 관리, 새로운 영업 관리를 가르쳐주는 컨설턴트가 되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남들이 유흥이나 학연, 지연으로 접근할 때 당신들은 전문성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업사원들로부터 공감은 얻었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얼마 후 큰 마트로부터 주요 품목을 철수하라는 공식적인 연락을 받았고, 곧 회사 주요 품목 20% 정도의 영업루트가 막혔다. 그때 회사와 영업사원들은 갈림길에 놓였지만 고맙게도 나를 믿어주었다. 개개인의 스킬과 지식을 팔면서 견뎠고, 정실이나 유흥대신 기술과 경쟁력으로 접근하면서 대리점과 독립 슈퍼들을 강화하게 되었다. 나중에는 이렇게 강화해놓은 소형 유통이 중요한 성공의 기반이 되었다.

나는 프로세스가 좋다면 결과도 좋을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있다. 시스템과 프로세스 중심의 접근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을 전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결과도 신뢰할 만하다.
훌륭한 프로세스는 두 가지 전제를 갖는다. 첫째, 올바른 메커니즘을 개발해야 하고, 둘째, 가치가 있는 생산품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 올바르지 않거나, 가치 없는 생산품을 만드는 프로세스는 대량살상무기처럼 인간에게 해악이 될 뿐이다.
경영혁신은 좋은 프로세스를 만드는 필수적이며 중단 없는 프로세스라고 생각한다. 기업을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살아가는 유기체로 만드는 것은 생존과 경쟁력의 원천이다.
단기업적의 결과에 집착하는 손쉬운 혁신은 불필요한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기 때문에 경영혁신은 프로세스에 대한 고려와 장기적 시각 등 균형 잡힌 태도가 필수적이다.

경영혁신에서 이론과 기법보다 사람이 절대적으로 우선한다. 일부 기업들은 직원들을 함부로 대하고, 기계에 신경을 쓴다. 그러나 우리는 기계는 하드웨어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기계가 있어도 그것을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어차피 사람의 몫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대형 유통 중심의 영업정책보다는 5만 5천개의 대리점 채널을 강화해 나갈 수 있었던 것도 이론이나 기법, 기계가 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형체인에 의존한 기업들이 가격을 낮춰도 우리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웬만한 중견기업도 쓰러지는 살벌한 환경에서 우리가 버틸 수 있는 것은 사람 중심의 혁신 전략을 펼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바탕위에서 구성원의 능력을 높여주는 평생학습과 위임경영 등을 잘 활용한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결국 높은 성과를 위해서는 사람이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람의 학습과 혁신이 우리 회사의 중심 전략이고 그 나머지는 그것을 보조하는 도구인 것이다.

IP *.247.37.15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212 [33] 시련(11) 자장면 한 그릇의 기억 secret [2] 2009.01.12 205
5211 [36] 시련12. 잘못 꿴 인연 secret [6] 지희 2009.01.20 209
5210 [38] 시련 14. 당신이 사랑을 고백하는 그 사람. secret 지희 2009.02.10 258
5209 [32] 시련 10. 용맹한 투사 같은 당신 secret [2] 2008.12.29 283
5208 [37] 시련. 13. 다시 만날 이름 아빠 secret [3] 2009.01.27 283
5207 [28] 시련(7)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secret [8] 지희 2008.11.17 330
5206 편지에는 심장이 있다 file [10] 송의섭 2017.05.01 937
5205 #4 시지프스의 손_이수정 [8] 알로하 2017.05.08 938
5204 [칼럼#5] 아빠의 망토(이정학) [3] 모닝 2017.05.15 939
5203 #19 - 소원을 말해봐(이정학) [5] 모닝 2017.09.18 939
5202 #10 엄마와 딸 2–출생의 비밀_이수정 [5] 알로하 2017.07.03 940
5201 희망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1] 송의섭 2017.10.02 940
5200 존경하는 남자 이야기 [5] 박혜홍 2018.05.28 940
5199 11월 오프모임 후기_설레임을 기다리겠지... [1] 뚱냥이 2017.11.21 941
5198 #26. 그렇게 안하고 싶습니다. [1] ggumdream 2017.11.27 941
5197 어떤 사장이 될 것인가 [3] 송의섭 2018.01.01 941
5196 1. 새로 태어난다는 것은 무엇인가? 해피맘CEO 2018.02.26 941
5195 마흔, 유혹할 수 없는 나이 [7] 모닝 2017.04.16 942
5194 [칼럼2] 왜 여행을 떠날까(정승훈) [5] 오늘 후회없이 2017.04.22 942
5193 #2 어디에 있을 것인가?(이정학) [5] 모닝 2017.04.23 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