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뚱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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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렁이야 지렁이야
비 온 뒤, 화창하게 개인 날.
맑음에, 밝음에 감사하며 산책을 하다 보면 지렁이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왜 이 녀석들은 자신이 땅 위로 올라오면 죽을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꾸역꾸역 길 위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일까?
축축하게 젖은 땅 속에서 숨 쉬고 살아가는 지렁이에게 ‘비’는 쥐약이다. 한꺼번에 많은 양의 빗물이 땅속으로 유입되면 땅 속은 물로 가득 차게 된다. 이제 땅 속은 지렁이들이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에서 익사직전의 지옥이 된다. 이 때부터 지렁이는 살기 위해 땅 위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비가 그치고 다시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면 지렁이는 뱀파이어와 같이 타는 목마름으로 죽어간다. 살기 위해 올라온 곳마저 지렁이에게는 똑같이 죽음을 재촉하는 공간이 된다. 땅 아래, 땅 위 어디에서도 지렁이가 숨쉴 수 있는 자리가 없다.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지렁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익사직전까지 일을 하고 돌아오면 대출금 문자가 도착해 있다.
대학 입학을 위해 학교에서 쉬지 않고 공부를 하고 다시 학원으로 직행한다.
생활비를 위해 학업과 알바를 병행한다.
살려고 올라간 그 어느곳에서도 쉼 쉴 공간이 없다.
지렁이에게는 많은 비가 야속하기만 하다. 우리들에게는 이 사회가 야속하기만 하다.
그저 쉼 좀 쉬면서 살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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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식인종
파푸아뉴기니의 포어족은 최근까지도 동족의 시신을 먹었다고 한다. 뉴질랜드의 일부 섬에서는 아직도 식인 풍습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이 사람을 먹는다? 너무나 미개하고 야만적인 행태 아닌가. 환경적인 요인과 문화의 특성이 그렇다고는 해도 식인 풍습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왜 우리는 식인 문화를 야만스럽고 저급한 문화라고 말하는 것일까?
함께 생활하고 정들었던 가축은 일용할 양식으로 먹거나, 일부러 식용으로 키우는데도 대부분 야만스럽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데 말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마디로 식인은 말이 안되는 행위다. 유사한 생김새, 비슷한 생각, 심지어 감정을 느끼는 것도 알면서 아무 거리낌 없이 죽이고 먹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는가?
너무나 잔인하다. 오직 목적과 본능에만 따른다. 관용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으며, 이기적이다.
식인은 용인되면 안되는 지구상에 살아져야 할 풍습인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에게 묻고 싶다. 식인 풍습을 경멸하고 욕할 자격이 있는지를.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우리는 식인을 배운다. 그것이 식인이라는 것을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학생도 의식하지 못한다. 친구를 끌어내리고 먹어야 자신이 원하는 위치와 지위를 차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당연시 한다. 대학입시도 취업도 사회에서의 진급도, 모두 식인을 하지 않으면 내가 잡아 먹힌다.
내 자신이 식인종이었고, 내 친구들, 선배, 후배 할 것 없이 그냥 우리는 식인종들이었다. 그것을 지각하지 못할 뿐. 언제까지 이렇게 누군가를 먹지 않으면 안되는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인가? 이제라도 내 자신이 식인종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먹고 먹히는 치열한 식인종으로 살고 싶지 않다. 이제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다. 그런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