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gum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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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자에 대하여
세계의 사람들은 셰익스피어를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영향력 있는 극작가’라고 말한다. 또한 근대 영국의 중요한 식민지였던 인도와도 맞바꿀수 없는 사람이라고 얘기한다. 그만큼 그는 영국에서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사람이다. 내가 이 과정이 아니라면 정말 언제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책을 이번 주에 시작했다. 그동안의 책과는 너무나 다른 희곡형태의 소설이라 우리과정에 맞는 책인가 싶을 정도였다. 7월 달에 책은 ‘사피엔스’, ‘삼국유사’이다. 굳이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나는 ‘인간’이라는 말 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사피엔스의 인간에 대한 유래와 특성, 진화를 생각하게 되었고, 삼국유사를 통해 우리 선조들의 사상, 민족성, 역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이 나에게 주는 것은 무엇일까? 1500년대의 희곡이 2017년에도 읽혀진다는 것은, 그리고 유럽이 아닌 동양의 한국에서도 읽힌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인간에 대한 감정을 가장 잘 표현했기 때문일 것이고, 영어와 한글은 똑같을수 없기에 과연 번역이 얼마나 맞을까 싶은 오류를 감안하더라도 언어의 예술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닐 것이다. 단순히 ‘널 사랑해’와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는 이카루스처럼 무모해보이지만 그래도 너라면 이카루스가 되고 싶어’는 천지차이일 것이다. 나는 이번 책을 통해서 그것을 느껴보려 한다.
그런데 가장 확실한 극작가인 셰익스피어의 일생은 놀랍게도 의문투성이다. 아이러니 하지 않나!
그나마 확실한 사실 몇 가지만 정리하자면 이렇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엘리자베스 1세가 통치하던 16세기 중반 영국 남부의 작은 마을 스트래트퍼드 어폰에이번에서 태어났다. 정확한 생일은 모르고 1564년 4월 26일에 유아세례를 받았다는 기록만 있다.
셰익스피어는 1580년대 말쯤에 런던으로 진출해서 극작가 겸 단역 배우로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1594년에는 새로 설립된 ‘시종장관 극단’의 일원이 되었으며, 1599년에는 극단 동료들과 함께 신축한 글로브 극장의 공동 소유주가 되었다. 1603년에 즉위한 제임스 1세의 후원 하에서 ‘시종장관 극단’은 ‘국왕 극단’으로 명칭을 바꾸고 승승장구했다. 말년에 셰익스피어는 ‘신사’(젠틀맨)로 인정받아 가문의 문장(紋章)을 만들 정도로 저명인사가 되었다. 그는 1616년 4월 23일에 52세를 일기로 사망했는데, 어떤 사람들은 셰익스피어의 탄생일과 사망일이 똑같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여기 덮인 흙을 파헤치지 마시오 / 이 돌을 건드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축복이 / 이 뼈를 옮기는 자에게는 저주가 있으리라.” 고향에 있는 무덤 묘비에 새겨진 이 시도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라지만 역시 확증은 없다.
셰익스피어의 외모는 잘 알려져 있다. 유명한 [초판 2절판] 작품집에 그의 초상화가 들어있고, 그 원형으로 추정되는 ‘챈도스 초상화’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 묘사된 대머리에 콧수염 기르고 귀고리를 단 남자가 ‘진짜’ 셰익스피어라고는 누구도 장담 못한다. 이것 역시 셰익스피어의 생애를 둘러싼 갖가지 혼란 가운데 하나다. 즉 증거가 있기는 하지만 결코 충분치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윌리엄 셰익스피어라는 위대한 극작가’의 존재 자체가 송두리째 부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다만 구구한 의문을 만들어낼 정도로 성가시긴 하다.가령 셰익스피어의 ‘이름’만 해도 그렇다. 오늘날은 Shakespeare로 통일되었지만 한때는 Shagspeare, Shakspere, Shakestaffe, Shaxberd 등으로 다양하게 표기되었다. 왜? 당시의 영어는 철자법이 제멋대로라서 where를 wher, whair, wair, wheare, were, whear 등으로 다양하게 표기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셰익스피어의 친필 서명 6개도 철자가 전부 다르며, 그중 Shakspere와 Shakspeare는 있어도 Shakespeare는 없다. 심지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에서는 지금까지도 Shakspere라는 철자를 고수할 정도다.
오늘날 세계 문학의 거장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되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지만, 만약 그의 사후에 작품집이 간행되지 않았더라면 사정은 전혀 달라졌을지 모른다. 셰익스피어가 사망한 지 7년 뒤인 1623년에 오랜 친구이자 동료였던 존 헤밍과 헨리 콘델이 그의 희곡 가운데 18편을 모아서 출간했는데, 이것이 바로 [초판 2절판](퍼스트 폴리오) 작품집이다.물론 그 이전에도 셰익스피어의 희곡이 간행된 적은 있었지만, [초판 2절판]은 그때까지의 여러 가지 판본을 비교함으로써 오류를 최대한 바로잡은 최초의 비판본이라는 의의를 지닌다.
셰익스피어의 위대함과 진부함은 종이 한 장 차이
현재 전해지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희곡 38편, 소네트 154편, 그리고 장시 2편 등이고, 제목만 전해지는 작품도 있다. ‘희극’과 ‘비극’, 그리고 ‘사극’으로 분류되는 희곡 중에서는 [한여름 밤의 꿈], [말괄량이 길들이기], [폭풍우], [십이야], [베니스의 상인], [로미오와 줄리엣], [리어 왕], [맥베스], [햄릿], [오셀로], [줄리어스 시저] 등이 걸작으로 손꼽힌다. 각 작품의 완성 연도를 정확히 알기는 힘들지만,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헨리 6세] 1-3부가 맨 처음이며, [헨리 8세]가 맨 마지막 작품인 것으로 추정한다.운문 중 일부는 셰익스피어의 생전에 간행되었다. 장시 [비너스와 아도니스](1593)와 [루크리스의 능욕](1594)은 후원자 사우샘프턴 백작에게 바치는 헌사를 담아 간행되었고, 난해한 알레고리 시 [불사조와 비둘기]는 1601년에 다른 사람의 시집에 수록되었다. 평론가 해럴드 블룸이 “셰익스피어의 천재성을 완벽하게 발휘한 작품”이라고 격찬했던 소네트 역시 그의 생전인 1609년에 간행되었는데, 이 시집의 헌사에 나타난 헌정 대상인 이니셜 W. H.가 누구를 가리키는지를 두고 숱한 해석이 나온 바 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관해서는 수많은 연구 논문과 저서가 간행되었다. 지금도 관련 단행본이 대략 하루 한 권씩, 관련 논문이 매년 수천 종씩 나올 정도다. 앤서니 홀든의 말처럼 페미니스트, 마르크스주의자, 포스트모더니스트, 탈식민주의론자 등이 저마다 입맛에 맞게 셰익스피어를 난도질한 지도 오래다. T. S. 엘리엇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갖가지 틀에 맞춰 해석하려는 시도가 워낙 많았으므로, 이제 유일하게 시도되지 않은 방법은 그의 작품을 ‘있는 그대로’ 보는 방법뿐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오늘날 셰익스피어에 관한 연구, 저술, 공연 등의 활동은 엄연히 하나의 ‘산업’이 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이에 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아서, 셰익스피어에 대한 과대평가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물론 이런 비판은 꽤 오래 전부터 있었으니, 가령 셰익스피어에 관한 최초의 기록 가운데 하나도 험담이었을 정도다. 볼테르와 톨스토이도 셰익스피어를 깎아 내렸으며, 현대의 저명한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도 “셰익스피어는 다른 사람이 이미 쓴 내용을 뒤따라 썼을 때에만 진정으로 훌륭한 극작가”라고 비아냥거린 바 있다.
한편으로는 이런 비판도 일리가 있다. 실제로 셰익스피어의 희곡 가운데 순수한 창작은 몇 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개는 당대에 널리 알려진 여러 소설이나 희곡을 각색한 내용이었고, 때로는 남의 작품에서 특정 구절을 그대로 베낀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 셰익스피어가 당대에도 종종 ‘표절 작가’로 비난을 받았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만 해도 표절이나 모방은 비교적 흔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셰익스피어의 희곡이 지닌 독보적인 예술적 가치를 깡그리 무시할 수는 없으리라. 사실 우리는 셰익스피어의 위대함뿐만이 아니라 그 진부함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때 인기만점의 통속극이었던 그의 희곡이 오늘날은 대중과 멀어진 채 상아탑에서 일종의 ‘경전’으로 취급되는 것은 역설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왕가’를 ‘재벌가’로 바꿔놓기만 해도, [햄릿]이나 [리어 왕]이나 [맥베스]는 오늘날 웬만한 영화나 드라마 못지않게 우리에게 친숙한 줄거리다. 만약 지금 당장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가지고 연속극을 만들어도 웬만한 드라마보다는 더 낫지 않을까. 적어도 그 대사마다 ‘명대사’ 아닌 것은 없을 터이니 말이다.
사후 수백 년 간 절대적이었던 셰익스피어의 권위
셰익스피어 당시에만 해도 영국에서는 공문서나 학술서를 라틴어로 작성했고, 심지어 최초의 ‘영어 문법책’조차도 라틴어로 되어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1611년에 간행된 ‘흠정역 성서’(킹 제임스 성서)와 함께 영어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 셰익스피어는 ‘신조어’의 대가이기도 했다. 그의 작품에 사용된 단어는 약 2만 개인데 그중 신조어가 약 2천 개에 달한다. “가령 우리가 입만 열었다 하면 열 마디 가운데 한 마디는 신조어라고 생각해 보라.” 빌 브라이슨의 말은 셰익스피어의 언어적 천재성을 한 마디로 요약해준다. 셰익스피어가 만들어낸 갖가지 표현은 오늘날 영어에서 관용어구로 자리잡았다. 가령 “살과 피”(flesh and blood, 혈육), “마음의 눈”(in the mind's eye, 기억), “더러운 행실”(foul play, 반칙) 등이 그렇고, “지나간 것들의 기억”(remembrance of things past)과 “소리와 분노”(sound and fury)와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는 각각 마르셀 프루스트와 윌리엄 포크너와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제목으로도 쓰여 더욱 유명해졌다(물론 프루스트의 소설의 영어 제목은 이제 프랑스어 원제에 더 가까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In search of lost time)로 대체되었지만).
셰익스피어의 가장 중요한 업적인 희곡은 중세의 연극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평면적이고 진부한 인물 대신 햄릿, 폴스태프, 이아고, 맥베스 같은 입체적이고 사실적인 인물을 창조함으로써 일대 혁신을 이루었다. 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셰익스피어의 등장인물을 가리켜 “그들은 물론 허구의 존재이지만, 그 사실성은 우리의 사실성을 능가한다”고 단언한다. 나아가 셰익스피어는 희극과 비극 모두에서 비교적 고르게 걸작을 남겼다는 점에서 역대의 어느 극작가와도 다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기본적으로 무대 공연을 위한 것이었다. 사후에도 그의 작품은 꾸준히 공연되었고, 시대에 따라 여러 가지 새로운 해석과 시도가 이루어졌다. 1879년에 셰익스피어의 고향 스트래트퍼드에서는 ‘왕립 셰익스피어 극단’(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RSC)이 설립되어 이후 연극 공연과 배우 양성에 기여했다. 특히 [햄릿]은 수많은 배우들의 출세를 보장하는 확실한 등용문으로, 20세기에만 해도 존 배리모어, 존 길구드, 로렌스 올리비에 같은 명배우들이 햄릿을 연기해 격찬을 받은 바 있다.
셰익스피어 원작 영화도 수백 편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로렌스 올리비에 주연의 [헨리 5세](1944)와 [햄릿](1948), 프랭크 제피렐리 감독의 [로미오와 줄리엣](1968) 등이 유명하다. 가장 독특한 영화로는 일본의 거장 감독 쿠로사와 아키라의 [거미의 숲](1957)과 [란](1985)이 손꼽히는데, 각각 [맥베스]와 [리어 왕]을 일본 중세 사극으로 각색해 호평을 받았다. 최근에는 셰익스피어의 생애와 작품을 교묘하게 재구성하고 현대적으로 풍자한 코미디 [셰익스피어 인 러브](1998)가 아카데미상을 휩쓸며 새삼 이 극작가에 대한 관심을 일깨웠다. 사후 수백 년간 문학계에서 셰익스피어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벤 존슨은 “그는 한 시대를 위한 작가가 아니라 온 시대를 위한 작가”라고 격찬했고, 괴테는 자신은 셰익스피어의 소유물이 되었다고 고백했고, 빅토르 위고는 “셰익스피어가 곧 연극”이라고 단언했으며, 조이스는 무인도에 떨어질 경우에는 단테보다 셰익스피어의 책을 들고 가겠다고 장담했고, 심지어 버지니아 울프조차도 [자기만의 방]에서 뿌리 깊은 성차별의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셰익스피어와 똑같은 문학적 재능을 지닌 누이”에 관한 비유를 든 바 있다.
셰익스피어는 문학 외의 분야에서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의 작품 가운데 한 장면을 묘사한 수많은 그림 중에서는 라파엘전파의 화가 존 에버레트 밀레이가 [햄릿]의 내용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오필리아](1852)가 유명하다. 음악 중에서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토대로 한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오셀로](1887)와 [폴스태프](1893)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우리 귀에 가장 익숙한 셰익스피어 관련 음악은 아마도 멘델스존이 작곡한 극 부수음악 [한여름 밤의 꿈](1843)에 나오는 ‘결혼 행진곡’이 아닐까.
‘진짜 정체’를 둘러싼 구구한 주장들
셰익스피어에 관해 논할 때면 심심찮게 따라붙는 묘한 이야기가 하나 있다. 바로 셰익스피어의 ‘정체’를 둘러싼 구구한 추측이다. 물론 오늘날 셰익스피어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윌리엄 셰익스피어’라는 극작가 겸 배우가 16세기 중후반에 영국에서 살았다는, 그리고 오늘날 전해지는 유명한 희곡 및 소네트의 작가라는 데에 대부분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사실은 당대의 다른 인물의 필명에 불과하다는 식의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끈질기게 떠돌아다녔다. 어째서일까?
한편으로는 앞에서 말했듯이 셰익스피어에 관해 오늘날 우리가 아는 바가 극히 적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막대한 명성을 생각해 보면 셰익스피어에 대한 기록이 그토록 드물다는 것이야말로 정말 수수께끼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가 살았던 16세기까지만 해도 영국 내에서는 지금처럼 체계적인 기록 보존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단적으로 말해 우리는 셰익스피어에 관해서뿐만 아니라, 당대의 다른 저명한 극작가나 그들의 희곡에 관해서도 상당 부분을 ‘모르고’ 있다. 즉 셰익스피어만 예외는 아니라는 뜻이다. 셰익스피어 전문가인 스탠리 웰스는 셰익스피어의 ‘진짜 정체’를 둘러싼 구구한 주장들이 하나같이 속물근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따끔하게 지적한다. 즉 오늘날의 기준으로는 결코 대단한 이력이나 학력을 지니지 못한 시골 출신의 일개 극작가가 그런 걸작을 줄줄이 써냈다고는 믿을 수 없다는 오만함이 그 배경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셰익스피어만 아니라면 누구라도 좋다”는 마음가짐으로 당대의 유명한 지식인이나 명사 가운데서 ‘천재 희곡작가’의 위상에 더 잘 어울릴 법한 인물을 물색한다는 것이다.
셰익 스피어는 가공의 인물이고, 그 실체는 동시대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왼쪽)이나
극작가 크리스토퍼 말로(오른쪽)라는 주장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프랜시스 베이컨 가설’은 19세기에 미국의 델리아 베이컨이란 여성이 제기해서 유명해졌다. 십중팔구 본인의 성(姓)도 ‘베이컨’이라는 점이 이유가 아니었을까. 그녀는 프랜시스 베이컨이 ‘진짜’ 셰익스피어였다는 가설을 내놓은 다음, 거기 어울리는 결정적인 증거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물론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프랜시스 베이컨이다”라는 근거 없는 주장은 이후 150년이 지난 지금가지도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고 있다.
내친 김에 “셰익스피어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라는 악명 높은 발언에 관해서도 알아보자. 흔히 제국주의적 망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이 말의 원래 맥락은 이랬다. “만일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 잉글랜드인을 보고 인도와 셰익스피어 둘 중 어느 것을 포기하겠느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우리는 이렇게 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인도야 있든 없든 상관없으나, 셰익스피어가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말입니다! 어쨌든 인도 제국은 언젠가는 잃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우리는 셰익스피어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박상익 옮김) [영웅숭배론]에 나오는 토머스 칼라일의 이 말은 인도나 인도인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경제적 가치’(영국의 식민지인 인도)보다는 ‘정신적 가치’(셰익스피어)가 더 중요하다는 뜻을 강조하려는 것이었다. 물론 인도와 영국의 과거사를 생각해 보면 오해의 여지가 있는 표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칼라일의 본의를 왜곡해서는 곤란하리라.
스탠리 웰스는 오늘날 셰익스피어가 지닌 가치를 이렇게 말한다. “셰익스피어를 좋아할 도덕적 의무는 없으며,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하나도 부끄러울 것이 없다. (...)전 세계의 사람들 수백만 명은 그에 관하여 들어본 적도 없다. 하지만 (...)그를 전적으로 피하기는 어렵다. 영어에는 그의 작품들에서 유래하거나 관계있는 표현들이 가득 스며 있다. 모든 세대와 모든 장르의 작가와 예술가들이 그의 영향을 받았다. (...)셰익스피어는 분명 수백만 사람들에게 심미적인 즐거움이고 지적인 자극물이다. 그를 물리칠 길이 없다. 뭐라고 할까. 그는 수도관 속을 흐르는 물 같은 존재다. 수도관은 닳아 버릴지 모르지만, 물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이종인 옮김)
2. 내 마음에 무찔러 드는 글귀
햄릿
17. 그 옛날 번영을 자랑하던 로마제국도 위대한 영웅 시저가 살해되기 전날 무덤들이 텅텅비고, 수의를 몸에 휘감은 시체들이 나와 길거리를 걸어다녔다지 않던가. 하늘의 별은 화염의 꼬리를 달고, 이슬은 핏물이 되어 내렸으며, 태양은 빛을 잃고, 밀물과 썰물의 바다를 지배하는 달조차도 말세가 온 듯 사그라졌다더군. 다시 말해 선왕의 망령도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재앙의 서곡을 알려주기 위해 나타난 것이 아닌가 싶네.
위대한 사람이 태어나거나 죽으면 항상 따라다니는 장면. 그러나 근래의 위대한 사람이 죽으면 그냥 죽었다는 뉴스가 나온다. 셰익스피어라서 그런지 표현들이 고급스러워 보인다.
18. 닭이 울자 죄인이 호출 당하기라도 한 것처럼 깜짝 놀라더군. 새벽에 닭이 날카로운 울음소리로 해의 산을 부르면 동이 트는 것과 동시에 공기와 땅위를 떠돌던 헛것들이 모두 자신의 거처로 도망간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지금 알게 되었어.
동양이나 서양이나 아침이 되면 사라지는 것은 똑같네. 다만 귀신과 유령이라는 차이일 뿐.
20. 그야말로 한쪽 눈에는 눈물을, 다른 쪽 눈에는 웃음을 띤 채 장례식은 즐겁게, 결혼식은 슬프게, 기쁨과 슬픔을 똑같이 저울질하면서 왕비를 맞아들인 셈이오.
22. 냇물처럼 흐르는 눈물과 슬픔으로 일그러진 표정 등은 그저 꾸밀 수도 있는 것이지요.
22. 그러나 그것도 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신을 모독하는 행위이며, 남자답지 못한 태도다. 다시 말해 신의 섭리에 역행하는 행위이며, 다 신앙이 부족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간이라면 죽음을 피할수 없는 일, 어찌 부질없이 반항하며 슬퍼해야 하는가, 그것은 하늘을 배반하는 일이며 망자에게도 옳지 못한 행동이고, 자연을 거역하는 일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도 아버지의 죽음은 필연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일 아닌가.
23. 아아, 참으로 더럽혀진 육체여! 차라리 녹아 버려 이슬이 되거라. 전능하신 신은 왜 자살을 금하는 율법을 정해 자살을 못하도록 하셨는가! 아, 지루하고 멋없고 살 가치조차 없는 세상살이여! 정말 지긋지긋하구나. 에잇, 더러운 세상! 황폐한 뜰에는 잡초만 자라고 주위는 온통 악취로 숨을 쉴수 없구나.
24. 오, 생각하기도 싫구나. 약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인가! 한 달도 되기 전에, 니오베 여신처럼 온통 눈물에 젖어 아버지의 상여를 따라가던 신발이 채 닳기도 전에 숙부의 품에 안기다니. 오, 신이시여! 이성이 없는 짐승이라 해도 그 분보다 더 오래 슬퍼했으련만, 숙부와 결혼을 하다니, 내가 헤라클래스와 전혀 닮지 않았듯이 아버지와 조금도 닮지 않은 자와 한 달도 안되어 결혼하다니. 마음에도 없이 흘린 눈물의 소금기로 쓰린 눈동자의 핏발이 채 가시기도 전에 결혼하다니. 오, 어머니! 어쩌면 이렇게 빠르게 결정하셨나요? 그토록 민첩하게 불륜의 잠자리로 치달을 이유라도 있었나요? 이것은 선한 열매를 맺을 수 없다. 하지만 이 가슴이 터지는 한이 있더라도 입을 다물고 있어야지.
어머니에 대한 햄릿의 증오의 상태를 잘 묘사한 듯. 자식을 잃어버린 니오베를 빗대고 있다. 그래서 그리스 신화가 필요하다.
25. 제사상 음식을 차린 뒤에 그것으로 잔칫상을 차리니 얼마나 경제적인가. 이런 꼴을 볼 바에야 차라리 천당에서 원수를 만나는 게 낫지. 호레이쇼. 난 지금도 아버님의 모습이 선하게 떠오른다네. 아, 아버님을 뵌 듯해.
28. 정말 아버지의 모습 그대로라면 지옥이 아가리를 벌리고 내게 침묵을 명한다 하더라도 말을 걸 것이다.
30. 아무리 정숙한 여인도 비껴 가기 어려운 것이 이 세상의 험담이란다. 봄에 싹트는 새싹은 활짝 피어나기도 전에 벌레에게 먹히기 십상이고, 아침 이슬처럼 싱싱한 청춘일수록 무서운 독사의 밥이 되는 법이야.
30.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말 것, 엉뚱한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지 말 것, 잡스러운 친구를 사귀지 말 것, 일단 사귄 친구들이 진실하다면 놓치지 말 것, 햇병아리들과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말 것, 싸움판에 끼여들지 말 것, 하지만 일단 끼여들면 철저히 해치우도록 해라. 다시는 너를 얕보지 않도록 말야. 그리고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되 말을 삼갈 것, 어떠한 판단이든 신중할 것, 옷맵시를 내되 눈에 띌 정도로 내지 말 것, 품위가 있도록 말야. 옷은 인격을 나타내니까. 프랑스 고관대작들과 세련된 상류사회 양반들은 이 점에 있어서 아주 우수하지. 돈을 빌리지도 말고 꾸지도 말 것, 돈을 빌려주면 돈도 잃고 친구도 잃는다는 걸 명심하거라. 게다가 돈을 빌리면 절약하는 마음이 무뎌진다는 걸 잊지 말고, 무엇보다도 네 자신에게 충실할 것, 그렇게 하면 밤이 지나 낮이 오듯이 다른 사람에게도 충실해지기 마련이란다. 그럼 잘 가거라. 내 충고가 네 마음 속에 무르익기를 기도하마.
먼 길 떠나던 아버지가 아들에게 건네는 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똑같구나. 간단하게 말해도 다 알아들을텐데. 아비의 마음은 그게 아닌 것 같다.
32. 안 그러면 속된말로 나를 웃음거리로 만들게 될 거다.
딸의 사랑보다는 자신의 명예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권위적인 아버지
41. 사람은 제각기 할 일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지 않겠나. 모두가 그래. 자, 나는 말야, 이제부터 기도하러 가야겠네
41. 성 베드로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건대 기분이 상했을 거야. 그것도 매우 상했겠지. 사실 아까 우리가 본 유령은 악귀가 아니라는 것만은 말해 두지. 유령과 무슨 얘기를 주고받았는지 알고 싶겠지만, 제발 참아주게, 그나저나 자네들은 내 친구이기도 하고 학자이며 군인이기도 하니까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게.
친구들에 대한 햄릿의 우정을 느낄수 있다. 정말 나라도 기분이 상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성베드로의 이름으로 말했을까? 그리스도가 아니고. 성베드로는 공자의 제자 자로처럼 실수투성이 제자인데 의아스럽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드로는 12사도 중 제 1의 위치에 있다고 한다. 배신을 한 베드로를 용서한 예수의 위대함이 그를 교황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42. 오늘 밤 본 것을 절대로 발설하지 않겠노라.
45. ‘그 녀석은 여자라면 사족을 못 씁니다.’라는 돌이킬 수 없는 말을 하지는 말게.
46. 원래 지혜롭고 선견지명이 있는 사람들은 으레 먼말치에서 뒤통수를 치는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직접적인 진실을 알아내는 법이야.
아들들이 일반적으로 제일 싫어하는 방법인데
51. 도대체 왕권이란 무엇이며 신하의 본분은 무엇인지, 어째서 낮은 낮이며 밤은 밤인지, 시간은 왜 있는 것인지 따지는 것은 낮과 밤과 시간의 낭비일 뿐입니다. 다시 말해 간결한 건 지혜의 핵심이요, 외관상의 장황함은 포장일 뿐입니다.
52.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그렇게 된 것은 반드시 어떤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원인 없는 결과는 없기 때문이지요.
55. 만일 죽은 개의 살덩어리에 햇볕이 내리쬐어 구더기가 끓는다면, 햇볕이 썩은 고깃덩어리에 키스하는 게 아니고 뭐겠는가.
57. 지나치게 잘 지내는 것이 행복이라면 행복이겠지요. 그렇다고 행운의 여신의 모자 깃을 잡은 것은 아니고요.
57. 행운의 여신의 발바닥에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58. 나는 호두 껍데기 속에 갇혀 있더라도 무한한 우주의 왕이라고 자처할 수 있네. 이 고약한 꿈만 꾸지 않는다면 말야.
58. 그 꿈은 바로 왕자님의 야망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야망의 본질은 결국 꿈의 그림자일 테니까요.
59. 아니, 꿈이 바로 그림자야.
59. 그렇습니다. 야망은 허망한 거죠. 그리고 그림자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을 뿐이고요.
59. 하긴 내 고마움이 반 페니의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네.
59. 자네들 얼굴에 소환당했다고 씌어있는걸. 능청을 떨기에는 아직 미숙해. 왕과 왕비께서 자네들을 불러들인게 분명해
60. 그래서 그런지 아름다운 이 땅도 황량한 갑(岬)처럼 느껴진다네. ..... 인간은 세상을 빛내는 아름다움이며 짐승들의 귀감이지. 그런데 내게는 모두 흙덩이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네. 인간이 하찮아졌어. 여자들도 물론 마찬가질세. 웃는 걸 보니 자네들 생각은 그렇지 않나 보군
갑(岬) : 산골짜기
61. 어린 배우들이 나와서 꽥꽥 소리를 질러대야만 박수갈채를 받거든요. 그게 유행이죠. 이제 예전 연극들은 통속극이라 해서 배척당하는 시대가 되었지요.
마치 우리 부모님이 요즘 가수들을 보고 하는 얘기같다. 저게 노래냐고.
65. 아에네이스가 디도와 이야기를 나누는 대목 말야.
아이네이아스도 나오는구나. 이렇게 유명한 사람을 몰랐었다니.
65. 피로스가 늙은 왕을 향해 분노의 칼을 내리치자 왕이 힘없이 쓰러졌도다.
신화를 모르면 햄릿을 보는 재미가 반감이 될 듯
66. 자고로 배우는 시대의 축소판이자, 연대기야. 죽은 후에 고약한 묘비명을 얻는 것보다는 살아 생전에 배우들의 혹평을 듣는게 더 괴로운 법이니까.
68. 사랑하는 아버지가 참살당해 복수를 하라는 독촉을 받고도, 창부처럼 입으로만 나불대며 저주를 퍼부어대고 있으니. .... 죄인들이 연극을 보다가 깊이 감동되어 자신의 죄과를 자백한 일도 있다지 않은가. ... 그때 안색을 살펴 급소를 찔러 보자. 움찔할때는 망설일 필요가 뭐 있겠어. ..... 그러니까 유령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해. 연극이야말로 가장 좋은 방법이군. 이 연극을 통해 왕의 본심을 알아내야겠어.
70. 악마의 본성을 사탕발림으로 감추는 일이어서 찔리지만 세상에 흔히 있는 일이니라.
70. 저 한 마디가 내 양심을 찌르는구나. 분칠한 창부의 얼굴이라 한들 내 행실보다는 추악하지 않으리라. 오, 죄악의 무거운 짐이여!
71.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가혹한 운명의 화살을 맞고도 죽은 듯 참아야 하는가. 아니면 성난 파도처럼 밀려드는 재앙과 싸워 물리쳐야 하는가. 죽는 건 그저 잠자는 것일 뿐, 잠들면 마음의 고통과 육신에 따라붙는 무수한 고통은 사라지지. 죽음이야말로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결말이 아닌가. 그러면 또 꿈도 꾸겠지. 아, 그게 문제로다. 이 세상의 고민에서 벗어나 죽음 속에 잠든 때에 어떤 악몽이 나타날지 생각하면 망설이지 않을 수가 없지. .... 그저 칼 한자루면 이 모든 것을 깨끗하게 끝장낼 수 있는데, 그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 때문에 우리는 이 세상에 남아 현재의 고통을 참고 견디는구나.
명대사가 여기에 나오는구나. 오늘에서야 명대사의 전문을 보게된다.
72. 만약 당신이 정숙하고 아름답다면, 그 둘 사이가 서로 친하지 않도록 조심하시오.
72. 정숙함과 아름다움만큼 잘 어울리는 게 어디 있습니까?
72. 천만의 말씀! 아름다움이 정숙한 여인을 타락시키는 것은 정숙함으로 능력으로 아름다움을 숭고하게 이끄는 것보다 쉬운 법이오.
72. 믿지 말았어야 좋았을 것을. 아무리 이덕을 인간 본성에 접붙인다 해도 본성은 사라지지 않는 법이오.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소.
72. 거만하고 복수심에 불타서 어떤 죄를 저지를지도 모르고, 하여간 분별력도 모자라고, 나 같은 녀석이 이 세상을 꿈틀거리며 기어다닌들 도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소?
73. 만약 당신이 굳이 결혼한다면 지참금 대신 나의 저주를 보내리다. 비록 눈송이처럼 결백하다 할지라도 이 세상 구설은 피할수 없는 법이오. 수녀원으로 어서 잘 가시오. 그래도 굳이 결혼해야겠다면 바보하고 하시오.
햄릿이라는 인물이 가면 갈수록 마음에 들지 않는다.
73. 너희 여자들은 덕지덕지 분을 쳐발라 하느님께서 주신 낯짝을 영 딴판으로 만들어버린단 말야. .... 더 이상 결혼해선 안 돼. 이미 결혼한 놈들은 한 쌍만 빼고 도리 없이 살게 해야지. 하지만 미혼인 자들은 그냥 사는게 좋아. 어서 수녀원으로 가.
여자들은 이 대사를 보면 셰익스피어를 싫어할 듯
73. 귀인의 눈매, 군인다운 기량, 학자다운 언변은 이 나라의 꽃이고 풍속의 거울이었는데, 만인이 우러러보던 분이 완전히 폐인이 되셨구나.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자가 되었어. .... 활짝핀 꽃처럼 아름다운 청춘의 용모와 자태도 광란의 독기를 머금고 시들어 버리다니! 아, 어쩌면 좋아! 옛날 그 아름다운 일을 보았던 눈으로 참혹한 현실을 봐야 하다니. 아아, 이 불행이여!
74. 무언가가 마음속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기에 저렇게 우울한 거야. 그것이 터져 나오는 날에는 내게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몰라. 그걸 미연에 막으려면 선수를 처야지. 이럼 어떨까? 햄릿을 영국으로 보내는 거야. ...... 높은 지위에 있는 자의 광란은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일이지.
75. 그들은 난폭한 회교도 타마칸트나 폭군 헤롯왕보다 한술 더 뜨는 작자들이야. 제발 그 짓만은 말아 주게. ..... 연기는 대사에, 대사는 연기에 조화시켜야 되느니라. ..... 무엇이든지 지나치면 연극의 목적은 벗어나는 법, 연극의 목적은 예나 지금이나 말하자면 자연을 거울에 비추어 보이는 일이지. 옳은 건 옳은 대로, 그른 건 그런 대로 고스란히 비추어, 그 시대의 시대상과 양상을 보여주는 것이니까.
77. 가진 것 없는 자에겐 아첨할 이유가 없지. 달콤한 말만 하는 혓바닥을 가진 놈에겐 우둔한 세도가나 핥게 하고, 관절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무릎을 가진 놈은 아첨으로 이득이 생기는 데 가서 무릎을 굽실거리라지. ..... 격정의 노예가 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에게는 필요하네. .... 나의 추리력도 불의 신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처럼 지저분한 것이 되고 말겠지.
78. 카멜레온처럼 거짓 약속으로 꽉 찬 공기만 마시고, 거세된 수탉인들 이렇게 기를 수는 없을 거에요.
82. 의지는 단지 기억의 노예에 불과하기 때문이오. 태어날 때의 기세는 강해도 금세 사라져 버리는 것, 마치 설익은 과실처럼 지금은 가지에 매달려 있지만 익으면 흔들지 않아도 땅에 떨어지게 마련이오. 우리는 스스로 진 마음의 부채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소. 격정에 사로잡혀 한 맹세도 격정이 사그라지면 함께 꺼져가듯 세상에 영원이란 없는 것이오. 그러나 우리의 사랑도 운명과 더불어 변하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오. 다만 사랑이 운명을 이끄느냐, 아니면 운명이 사랑을 이끄느냐의 문제일 뿐이오. .... 이처럼 우리의 의지와 운명은 한 배에 탈 수 없는 거라오. 그러니 당신도 지금은 재혼할 생각이 없겠지만, 내가 죽고나면 그런 생각도 따라서 죽고 말 것이오.
83. 폐하나 저희처럼 무고한 영혼에는 해가 없지요. 죄를 지은 놈은 찔리겠지만 우리는 떳떳하죠.
85. 이 나라는 주피터 신에게 버림받아 더러운 공작새가 다스리고 있도다. 공작새는 너무 과분합니다.
87. ‘풀이 자라기를 기다리다 말이 굶어 죽고‘란 말이 있지
88. 누르는 구멍을 잘 아는 척하고선 내 마음속에 비밀을 빼내려고 저음에서 고음에 이르기까지 소리를 울려 보려는 심사였군. 이 작은 악기엔 아름다운 가락과 절묘한 소리들이 들어 있지. 이 사람아. 그래 날 피리보다 불기 쉬운 줄 알고 호락호락 덤벼들었나? 날 무슨 악기로 취급해도 상관 없네만 날 소리 나게는 못할 걸세.
89. 지옥이 세상을 향해 독기를 뿜어대는 지금이라면 나도 능히 사람의 뜨거운 피를 흘리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기다려라. 지금은 어머님께 가볼 시간, 천륜을 어겨선 안 된다. 굳게 먹은 내 마음에 어머니를 살해한 네로의 잔인한 영혼이 깃들게 해서는 안 돼. 아무리 가혹한 짓을 하더라도 자식으로서의 정은 잊지 말자. 말로는 칼끝처럼 날카롭게 찌를지라도 진짜 칼을 휘둘러서는 안 되지. 혀와 마음을 따로 분간하지. 말로 어머니를 매질하더라도 행동으로 옮겨서는 안되지.
90. 나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시시각각 커지는 위험을 곁에 둘 순 없도다......그 위험한 건 쇠사슬로 묶어 놓아야 안심이 되는 법이다.
91. 나, 내 죄의 악취가 하늘을 찌르는구나. 인류 최초의 무서운 저주를 받은 카인의 형제 살인죄. 아, 기도드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정작 기도를 드릴 수는 없구나. 아, 이 손에 하늘이 은혜로운 비를 내려 눈처럼 희게 해줄 수는 없을까? 죄인을 구제해 주지 못한다면 어찌 자비라 할 수 있는지?
91. 그렇다. 아직도 희망은 있다. 내죄는 이미 과거의 것, 그러나 어떤 기도를 드려야 한단 말인가? ‘흉악한 살인죄를 용서하소서’라고? 그런 안 될 일이겠지. 이 왕관, 왕위, 그리고 왕비가 아직 내 손에 있으니. 죄를 지어가면서 얻은 소득을 그냥 지닌 채 용서받을수는 없을까? 썩어빠진 이 세상에선 죄로 물든 부정한 손도 황금으로 덧칠하면 정의를 밀쳐낼 수 있을 것이다. 아냐, 천상에서는 그것이 통하지 않아. 우리의 모든 죄상을 일일이 실토해야 돼. 그럼 어떡하지? 그래, 참회하자. 하지만 참회할 수도 없는 경우에는 어떡하지?
92. 강철같은 심장이여, 갓난아기의 근육처럼 부드러워져라. 그저 모든 것이 잘 해결되기를 빕니다.
92. 저자가 기도하며 영혼을 깨끗이 씻고 승천할 차비중에 죽여 버리는 일이 복수란 말인가? 어림없는 소리. 칼이여, 제자리에 들어가거라. 숨을 죽이고 있거라. 저 악당이 불륜의 쾌락을 탐닉할 때, 혹은 도박을 하거나 욕설을 퍼부을 때, 그밖에 무엇이든 구제받을 수 없는 못된 짓에 빠져 있을 때 복수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그의 영혼은 지옥의 저주를 받게 되겠지. 어머니가 기다리시겠다. 너를 지금 살려 두는 것은 너의 고통을 연장시키기 위해서다.
93. 나의 기도는 하늘로 날아갔지만, 나의 마음은 지상에 남아 있구나. 마음이 따르지 않는 빈말이 어찌 하늘에 닿겠는가.
95. 어머니는 간악한 행동으로 여인의 정숙함을 짓밟았고, 정결한 부덕을 위선으로 불리게 했으며, 청순하고 아름다운 이마에서 장미꽃을 떼어버리는 대신 수치로 벌레먹게 했고, 백년해로의 서약을 백지로 만들지 않았습니까? ..... 어머니 나이쯤 되면 정욕도 사그라져 분별심에 복종하게 마련이니까요. 꽃을 본 나비처럼 어찌 물불을 가리지 못하며 여기서 이리로 옮긴단 말입니까? 아직도 욕정이 타는 걸 보니 감각은 있는 모양이십니다. .... 아무리 눈이 멀었다해도 이런 차이를 구분 못할 만큼 판단력을 잃진 않았을 거에요.
97. 손과 눈이 없어도 귀가 있고, 다른 아무 감각이 없다면 코라도 있을게 아닙니까? 아니 올바른 감각의 쇠진한 부분이라도 남아 있다면야 이렇듯 우둔한 행동을 할 수 없을 거에요. 아 수치심이여, 너의 부끄러운 마음은 어디로 갔느냐? 지옥의 악마여, 늙은 여체에도 욕정의 불씨를 당긴다면 피끓는 젊은이들에게 도덕 따위는 초처럼 누그러져 자기 열로 녹아 버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니겠느냐? ...... 차가운 서리까지도 불처럼 타오르고 이성이 정욕의 뚜쟁이 노릇을 하는 판에 말이다.
97. 아무래도 지워지지 않을 시커멓게 멍든 내 영혼의 얼룩을 말이다.
99. 제발 부탁드리오니 양심에다 그렇게 위안의 고약을 바르지 마세요. 속은 썩어문드러지니까요. 어머니, 더 늦기 전에 하느님께 죄를 고백하고 참회하세요. 과거를 뉘우치고 앞으로는 죄를 짓지 마세요. 죄로 물든 잡초에 비료를 뿌려 번성시키지 마세요. 저의 솔직한 진언을 용서하세요. 하긴 요즘같이 타락한 세상에서는 정의가 부정에게 용서를 빌어야만 하지만요. 뿐만 아니라 옳은 일을 하는데도 굽실거리며 눈치를 살펴야 하는 세상이지만요.
99. 정절이 없더라도 있는 척하세요. 습관이라고 하는 괴물은 악습에 대한 감각을 죄다 먹어 버리지만 또한 천사와 같은 일면도 있어 항상 점잖고 착한 행동을 하게 되면 처음에는 어색한 옷 같아도 어느새 쉽게 몸에 어울리게 해준답니다. 오늘 하룻밤만 참으시면, 다음번에는 참는 것이 쉬워지실 거에요.
100. 이 늙은이를 죽인 것은 저도 안타깝스니다. 그러나 이 모든게 하늘의 뜻이겠죠. 신은 이 늙은이를 통해 저에게 벌을 주시고, 또한 저를 이용하려 했던 이 자에게 벌을 주신 겁니다.
100. 돼지 같은 왕이 유혹하거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세요. 볼을 음탕하게 꼬집히며 귀여운 생쥐라고 부르게 하세요. .... 아무리 아름답고 정숙하고 현명한 왕비라 하셔도 이와 같은 중대사를 상대는 마녀의 앞잡이의 두꺼비, 박쥐, 수쾡이놈인데 숨겨버릴 수가 있겠습니까?
100. 만일 말이 숨결에서 나오고, 숨결이 목숨에서 나온다면 네가 한 말을 입 밖에 낼 목숨이 내게 없단다.
102. 파도와 바람이 서로 다투듯 광기를 부리는 거라고나 할까요.
103. 미치긴 했어도 돌 속에서도 순금이 있는 것처럼 자기가 저지른 일에 참회의 눈물을 흘리더군요.
103. 남을 헐뜯는 말이 이 세상 끝까지 날아가 퍼뜨린다 해도 우리의 명성만은 상처를 입히지 못할 것이오. 나갑시다! 불안과 놀라움으로 이 가슴이 터질 것 같소.
104. 흙과 섞었다네. 둘은 서로 친척이거든. ...... 해파리 같은 녀석들에게 왕자 된 몸으로서 함부로 응답할 수는 없지. ..... 국왕의 총애를 쭉쭉 빨아들이는 해파리들이지. 하기야 자네들 같은 패거리가 왕에게도 필요하겠지. 마치 원숭이가 입안 한구석에 사과 한쪽을 물고 있다가 언제든지 필요하면 삼켜 버리는 거와 같지. 왕은 언제든 자네들을 쥐어짜기만 하면 될 테니까. 하지만 자네들은 곧 말라비틀어져 죽겠지. ..... 머저리 귀엔 독설도 우이독경이라고 했겠다.
104. 시체는 왕과 함께 있지만, 왕은 시체와 함께 있지 않지. 왕이란 어떤 물건인고 하니.
106. 경박한 민중들의 사랑을 받으니 엄벌을 내릴 수도 없고, 도대체 민중이란 자들은 이성이 아닌 눈으로 판단한단 말야.
저자의 민중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
107. 먹고 있는 중이 아니라 먹히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 구더기 같은 정치꾼들이 모여 그 늙은이를 먹어대는 중이지요. 구더기란 먹는 일에는 제왕이거든요. 우리가 다른 동물들을 살찌게 해서 잡아먹듯이 우리 자신을 살찌우는 것은 바로 구더기를 위해서죠. 살찐 왕이나 야윈 거지나 결국은 둘 다 같은 식탁에 오르지요. 그렇게 끝장이 나는겁니다.
110.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속으로 곪아터져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거 말야.
110.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하루하루가 단지 먹고 자는 것뿐이라고 한다면 도대체 짐승과 다를 게 무엇인가? 신이 인간에게 이토록 위대한 사고력을 주신 것은 미래와 과거를 내다보라고 한 것이 아닌가? .... 사고력을 넷으로 나누었을 때 하나가 지혜고 나머지 셋은 두려움인가. ‘이 일은 꼭 해야 한다.’고 하면서 입으로만 떠들어대고 허송세월하고 있느냐 말이다.
111. 저토록 계란 껍질 만한 사소한 일 때문에 젊은 청춘들이 일어나거늘, 사람의 명예가 위태로울 땐 지푸라기 하나를 놓고도 당당히 싸워야 한다. 그런데 도대체 내 꼴은 뭔가? 아버님은 살해당하고, 어머님은 더렵혀지고, 복수를 위해 이성도 정열도 폭발해야 할 지경인데, 사생결단을 못 내고 죽치고만 있다니. ...... 이제부터는 내 마음아, 잔인해져야 한다. 복수심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자.
112. 죄의 시달림을 받는 자들은 하찮은 일조차도 큰 재앙의 전주곡처럼 들리지. 그래서 죄진 마음은 숨기면 숨길수록 더욱 드러난단 말야.
113. “사랑하는 내 임을 어떻게 알아낼까? 죽장에 미투리에 파립 쓴 순례자가 바로 내 임이라네.”
116. 침착해질 수 있는 피가 내 몸에 한 방울이라도 남아 있다면 나는 내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고, 내 아버지는 창녀의 남편이고, 어머니의 순결한 이마 한복판에는 창녀의 낙인이 찍힐 것이다.
116. 양심이나 신앙은 모조리 지옥에나 가버려! 나에겐 현세도 내세도 없소. 어떻게 된들 상관않겠소. 나는 다만 아버지을 위해서 철저히 복수하겠소.
117. 자기 가슴의 피로 새끼를 기른다는 펠리컨처럼 내 피를 쥐어짜서라도 환대하겠소.
118. (왕에게)당신에겐 회향푸과 메발톱꽃을, (왕비에게)당신에겐 지난날을 뉘우치는 이 회한의 꽃을 드릴게요.
119. 죄 있는 곳에는 응징의 철퇴를 내려쳐야지.
122. 별이 궤도를 벗어나면 움직일 수 없듯이 나도 왕비가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네. .... 마치 나무를 돌로 변질시키는 광천수처럼 그에게 족쇄를 채워도 오히려 장식인 것처럼 찬양해. 그러니 과인이 쏜 화살은 부메랑처럼 표적에 닿지도 못한 채 내 손 끝으로 돌아와 버리지.
123. 나 역시 수염이 다 뽑히는 상황인데 무사태평한 멍청이는 아니니까.
124. 그건 따지고 보면 젊음의 모자에 달린 빨간 리본 같은 거지. .... 왜냐하면 젊은이에게 가볍고 어수룩한 복장이 부유함과 위엄을 나타내는 노인의 모피 의복만큼이나 어울리는 법이니까.
125. 적당한때야말로 사랑의 불꽃을 강화시키기도 하고 약화시키기도 하지. ..... 따라서 일단 마음먹은 것은 즉시 실행에 옮겨야 해.
126. 설령 교회안이라도 당장 그의 목을 자를 것입니다. ..... 아무리 신성한 장소라도 살인죄는 없어지지 않지.
128. 염치고 뭐고 가릴게 뭐냐. 실컷 울고 나면, 나약한 내 마음도 사라지겠지. ..... 불덩이처럼 분노가 타오르지만, 지금은 어리석은 눈물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군요.
131. 바싹 마른 대가리를 행주 짜듯이 머리를 쥐어짤 건 없다네. 아무리 채찍질한다 해도 둔마가 빨리 달릴 순 없지. ..... 정답은 바로 우리처럼 무덤 파는 사람들이라네. 우리가 파놓은 집은 이 세상이 끝장나도 끄떡없을 거거든. 자, 이제 자네는 주막 집에 가서 술이나 한 통 받아오게
132. 인간의 유골이 던지고 노는 놀이감의 값어치밖에 안 된단 말인가?
135. 물이라는 게 망할 놈의 시체를 썩게 하는 데에는 그만이거든요.
136. 황제 시저도 죽어 흙이 되어 벽의 구멍 막는 바람막이가 되었을지도 몰라. 아, 한때 세상을 호령하던 그 사람들이 고작 흙이 되어 모진 겨울바람을 막는 흙담이 되다니!
137. 아름다운 처녀에게는 아름다운 꽃을! 고이 잠들거라. 널 햄릿의 아내로 삼아 신방을 꽃으로 장식해 주고 싶었는데, 무슨 연유로 너의 무덤 위에 꽃을 뿌리고 있구나.
138. 저 펠리안 산보다도 높이, 하늘을 찌르는 푸른 올림포스 산보다 더 높이 흙을 쌓아 올려라.
139. 헤라클래스가 아무리 힘을 쓴다 해도 고양이는 여전히 야옹거릴 것이요. 개는 멋대로 놀아날테니까.
140. 치밀한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면 때론 무모한 행동이 대신 도움을 준다네. 우리 인간이 아무리 일을 엉성하게 꾸며도 일을 마무리 짓는 것은 하늘의 섭리라는 걸 알 수 있지.
146. 세태의 파도타기를 하면서 뻔지르르한 사교술과 거품 같은 미사여구로 사려 깊은 사람들을 기만하여 살아가는 놈들이 수두룩하지.
147. 난 전조 같은 것을 두려워한 적이 없어. 공중에 나는 참새 한 마리 떨어지는 것도 하느님의 뜻 아닌가. 죽음이 지금 찾아오면 나중에 찾아오지 않고, 나중에 찾아오면 지금 찾아오지 않는 거야. 그러니 마음의 각오가 중요해. 어차피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목숨인데 될 대로 되라지.
154. 여러분은 이곳에서 행해진 잔혹한 시해 행위를, 우발적인 판단, 뜻밖의 살인, 강요당한 채 할 수 없이 행해진 교묘한 처형, 간계가 빗나가서 도리어 꾸민 자들의 머리 위에 떨어진 사정들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셀로
158. 내가 무어 놈 아래 있지만, 그건 다 나 자신을 위해서이지, 절대로 사랑과 의무 따위에 눌려사가 아니거든요. 그저 겉으로만 그렇게 보일 뿐, 흑심을 품고 있는 이 속을 하늘을 알겠지요.
무어인은 이베리아 반도를 정복한 이슬람교도들을 총칭한다. 아라비아인 ·베르베르인 ·흑인의 혼혈로 구성된다. 저자는 왜 무어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을까? 신분이나 계급은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인종차별 등 세상의 편견을 깨부술려고 했으나 어찌할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대상을 보여주기 위한 것인가.
161. 따님께서 나리의 허락도 없이 나가 겉과 속이 시커먼 불한당한테 자신의 의무와 미모, 지혜와 행운을 몽땅 빨리고 있지나 않은지 말입니다.
164. 나는 아름다운 데스데모나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네. 그런 여자를 조롱 속과 같은 가정 안에다 가둬둘 이유가 뭔가 말이네?... 그 어떤 보물도 자유로운 생활보다는 좋을 수 없다네.
166. 오늘 밤 장군님은 큼직한 보물선 한 척을 수중에 넣으셨답니다. 만일 합법적인 것이 된다면, 영원히 운이 트일 정도로 대단한 전리품이 되겠지요.
175. 저는 저에게 두가지 의무가 주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저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아버님의 은혜에 대한 의무를 저버리지 말아야겠지요. 아버님은 저에게 은혜를 아낌없이 베풀어주셨습니다. .... 하지만 지금은 여기 제 남편이 있습니다. 어머님이 외할아버지보다 아버님을 더 소중히 여기셨듯이 저 역시 무어인을 제 남편으로서 정성껏 섬기려 하옵니다.
175. 슬퍼하는 것도 희망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오. 모든 일이 끝나면 그것도 같이 끝나는 법이오. 지나간 불행에 빠져 있으면 새로운 불행이 찾아와 끝이 없는 법이오. 운명이 불행을 안겨 줄지라도 그것을 견뎌내면 웃어넘길 수가 있는 법이오. 도둑을 맞았어도 낙천적으로 생각하면 언제든 그것은 보충하는 것 아니겠소? 하지만 마냥 슬퍼하고 있으면 자기 자신마저 잃어버릴 것이오.
176. 충고도 충고 나름으로,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나 받아들일수 있지, 마음의 고통을 참을 수 없는 사람에겐 듣기 거북한 말에 불과하지요. 도무지 충고라는 말은 달고 쓴 양면이 있어서 아무렇게나 쓸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말일 뿐이지요. 요컨대, 위로의 말만 듣고 멍든 가슴이 아물었다는 얘기는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176. 습관의 힘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라 제게는 오히려 험한 싸움터가 푹신하고 안락하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어려운 일을 피하지 못하는 성미니만큼 터키 정복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78. 댁의 사위는 피부만 검을 뿐이지 인물은 잘났소이다.
179. 이처럼 사는게 고통스러울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나아
179. 나 같으면 그까짓 씨알머리 없는 계집년 때문에 물 속에 뛰어들 바에야 차라리 인간 세상 하직하고 원숭이가 되는 게 낫죠.
179. 그 저울 한쪽에 정욕의 접시가 매달려 있고, 다른 쪽에는 이성의 접시가 매달려 있는데, 이것들이 서로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면, 우리는 비열한 본능에 사로잡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기 쉽죠.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이성이 있어서 욕정을 억제할 수 있답니다. 당신이 말하고 있는 사랑도 결국은 이런욕정의 한 토막이라 할 수 있죠.
181. 이렇게 해서 꾸민 많은 일들이 시간이라는 자궁 속에서 달이 차면 결실을 맺어 세상에 얼굴을 내밀지요.
189. 언제나 아름다우면서도 결코 오만하지 않으며, 말을 잘하면서도 절대 떠벌리지 않고, 궁색하거나 인색하지 않으면서도 사치스럽지도 않고, 원망을 멈추고 분노를 날려 보낼 줄 알고, 대구 대가리가 좋다고 연어 꼬리를 내주지는 않는 분별력을 갖추고 마음속을 다스릴 줄 아는 여자.
191. 산더미 같은 파도가 저 올림포스 산까지 솟구쳐 올랐다 천국에서 지옥의 구렁텅이로 떨어지듯 곤두박질쳐도 괜찮소.
207. 입안에 원수 같은 적을 집어넣고 정신을 홀랑 빼앗기다니
209. 이게 바로 지옥의 신학이라는 거지! 악마가 인간에게 가장 검은 죄악을 부추길 때는 지금 내가 그러듯이 우선 천사 같은 모습으로 유혹을 하는 법이거든
213. 부관이 상처를 입히신 분이 키프로스의 명사라 고관들과 썩 가깝게 지내는 관계로 당신을 파면시킬 수밖에 없다고 하시는군요.
218. 내가 그대를 사항하지 않는다면 내 영혼은 파멸되어도 좋소. 만일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된다면 그대는 세상에 혼돈이 오리.
220. 최악의 생각을 최악의 단어로 표현해도 좋으니
220. 아무리 고결하고 깨끗한 가슴속에서라도 불결한 관념과 더러운 생각이 합리적이고 올바른 생각과 섞여있게 마련이니, 재판을 하는 판관은 얼마나 순수할까요?
221. 명예라는 것은 한번 도둑맞으면 훔친 놈은 부자가 되지 못하지만 빼앗긴 쪽은 가난해지기 마련입니다.
221. 질투심이란 희생물을 맘대로 조롱하고 잡아먹는 푸른 눈의 괴물이랍니다.
222. 가난하나 만족하고 사는 사람은 어떤 부자도 부러워하지 않는 법이지만, 제아무리 부자라도 가난해질까 봐 항상 두려워하는 사람의 마음은 한겨울처럼 쓸쓸하게 마련입니다.
222. 나는 의심하기 전에 확인해 보고 의심이 들면 증거를 찾을 거야. 증거가 잡히면 답은 한 가지, 사랑이 아니면 질투심을 당장 버리든지, 이 둘 중 하나겠지!
225. 만일 데스데모나가 도저히 길들일 수 없는 야성의 매라면 설령 그 발목에 맨 끈이 내 소중한 심금일지라도 나는 그녀를 풀어 줘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바람을 가르며 자유롭게 살아가게 하리라. ..... 이게 나의 위안이란 그녀를 증오하는 것이라네. 오, 결혼은 저주리니, 이 갸날픈 인간들을 우리 거라 부르면서도 그네들의 육욕은 어쩔 수 없다네. .... 이 세상에 나올 때부터 지워진 이것은 죽음처럼 피할 길 없는 운명이니, 우리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이 팔자를 타고나는 것이라네.
228. 무어 녀석은 벌써 내가 준 독약에 맛이 갔어. 억측이라는 건 본질이 독약이라서 처음에는 맛이 고약한 줄 거의 느끼지 못하다가도, 차츰 핏속으로 퍼지면 온몸이 유황불처럼 타오르게 되는거지.
229. 너는 되살아난 내 분노에 따르기보다는 차라리 개로 태어난 것이 좋았을 것라고 후회하게 해주겠다.
229. 근거도 없이 네놈이 내 아네를 중상하고 날 괴롭힌 거라면 기도를 올려도 소용없고, 동정심을 기대하지도 말고 포기하라. 하늘이 통곡하고 땅이 놀랄 온갖 짓거리를 해도 네놈의 지옥행에 보탬이 되는 일은 없을 테니까.
230. 오, 잔인한 세상이여! 곧고 바름녀 안전치 못한 법이지만, 덕택에 한 가지 교훈을 얻었습니다. 사랑이란 위험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니, 앞으로는 절대로 친구의 사정 같은 건 헤아리지 않을 겁니다. 원망만 사기 십상이니까요.
230. 이젠 현명해질겁니다. 바보같이 정직하게 굴면 사람만 잃는 법이니까요.
235. 이건 아낌없는 사랑과 풍요를 나타내는 증거요. 따뜻하면서도 축축한 당신의 이쪽 손은 방종을 멀리하도록 금식과 기도와 경건한 예배가 필요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소. 바로 여기에 젊은 악마 한 놈도 보이는 군. 하지만 이건 착하고 인정이 많은 손이라오.
236. 옛날에는 마음이 서로 통해야만 손을 주곤 했는데, 요즘에는 마음도 없이 손만 주나 보군
237. 태양이 200번이나 공전하는 동안 죽지 않고 살아온 마녀가 예안자의 광기로 한 올 한 올 짠 작품이라오. 그 명주실을 뽑아낸 누에도 신성할뿐더러 물감은 어떤 도사가 처녀들의 심장을 달여 낸 진액으로 만든 거라더군.
239. 대포가 당신의 부하들을 공중 분해시킬 때도 그토록 침착하시던 분이 화를 내시다니, 그야 동생을 악마처럼 불어 날리시는 모습도 본 적이야 있지만 뭔가 큰 일이 생긴거로군.
239. 인간의 본성이란 목표가 위대할수록 저급한 것들과 씨름하게 마련이니까.
240. 의심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런 대답이 통하지 않는 법이죠. 이유가 있어서 의심하는게 아니라, 의심하기 때문에 의심하는 거니까요. 의심은 스스로 생기고 스스로 태어나는 괴물이랍니다.
253. 이 대지가 여자의 눈물로 잉태할 수 있다면, 네년이 흘리는 눈물 방울방울마다 악어가 태어나겠지.
258. 그 일이라면 하늘도 코를 막고 달도 눈을 감고 만나는 모든 것에 입을 맞추는 음탕한 바람마저 깊은 동굴 속에서 숨어 귀를 틀어막을 것이다.
278. 흥하느냐, 망하느냐, 오늘밤이야말로 일의 성패가 확실히 판가름나는 아슬아슬한 고비가 되겠구나.
279. 먼저 촛불을 끄자. 그러고 나서 생명의 불을 끄자. 타오르는 불꽃은 꺼졌다가도 환한 빛을 되살릴 수도 있지만, 위대한 조물주의 절묘한 걸작품인 너는 한번 꺼져버리면 다시 불붙여 줄 길이 없구나. 프로메테우스의 불씨를 내 어디에서 찾아낼 수 있겠는가?
283. 거대한 일식과 월식이 일어나 태양과 달이 빛을 잃고, 놀란 지구가 입을 딱 벌릴 것만 같군.
284. 그럼 살인은 불협화음이 되어 버렸군. 달콤한 복수는 거친 음악이 되어 버렸고.
288. 나는 바람처럼 자유롭게 말을 할거에요. 하늘과 인간과 악마들 모두가 나를 말려도 말을 할 거라고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밝혀내고 말거에요.
290. 자기 운명을 뜻대로 다스리지 못했으니 모든 게 끝장난 거지요.
291. 그대의 이런 모습으로 인해 최후의 심판날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내 영혼은 천국에서 곤두박질쳐서 지옥의 악마들에게 내맡겨질 것이다. ...... 오, 저주받은 노예놈아! 악마들아, 나를 내쫓아라! 이 거룩한 모습을 간직하지 못하도록 나를 찬바람 속에 내던지고 유황불로 지글지글 태워 버리고 불타는 심연 속으로 깊이깊이 처넣어라!
293. 그러면 무분별하기는 하지만 아내를 깊이 사랑한 사람을, 쉽게 질투하진 않지만 일단 질투에 빠지면 극도로 혼란스러워하는 사람을, 자신의 종족 전체보다도 더 귀한 진주를 스스로 던져 버린 비천한 인도인 같은 사람을, 부드러움에 익숙하지는 않지만 차분히 가라앉은 두 눈에서 아라비아의 고무나무가 진액을 흘리듯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사람을 설명해야만 할 것이오.
294. 이 스파르타의 개 같은 놈아!
리어왕
299. 저는 아버님을 자유로운 우주보다 사랑합니다. ..... 세상의 어떤 즐거움이 아버지를 향한 제 효심보다 나을 수가 있을까요? 저는 아버지에 대한 효심에서 세상의 기쁨과 행복을 찾는답니다.
300. 언니는 아버지를 최고로 사랑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결혼할 수 있었나요? 만일 제가 결혼을 한다면, 저는 남편에게 제 사랑의 반을 바쳐야 할 것입니다.
301. 지옥의 여신 헤커트의 비법과 밤의 어둠에 걸고, 대우주에 걸고 맹세하노니 너와 부모 자식간의 혈연관계를 부인할 뿐만아니라 앞으로는 너를 영원히 타인으로 취급하겠다. 스키타이 야만족이나, 식욕을 채우기 위해 제 자식을 잡아먹는 놈이라 해도 이제껏 내 딸이었던 너보다는 더 가깝고 측은하고 편하게 여겨질 것이다.
301. 저애는 오만함을 정직이라고 부르는가 본데 오만과 결혼하라고 해라. 나는 자네들이 마련해 줄 100명의 기사를 거느리고, 매달 번갈아 가며 자네들의 성에 머무를 것이다.
305. 아름다운 코델리아 공주, 그대는 가난하지만 더욱 풍요롭고, 버림을 받았으므로 더욱 소중하며, 경멸을 당했으므로 더욱 사랑스러운 분이 되셨습니다. 따라서 나는 이 자리에서 당신과 당신의 미덕을 꼭 붙잡겠습니다. 버려진 것을 주웠는데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아,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모두 차갑게 등을 돌렸는데, 제 사랑은 오히려 뜨겁게 타오르니 말입니다.
311. 인간이 재난을 당하는 걸 해나 달, 별 등 자연 탓으로만 돌리니 말야. 대부분 자업자득으로 생기는 게 재난 아닌가. 마치 하늘의 뜻에 따라 바보가 되고 주정뱅이, 사기꾼, 악당, 음탕한 인간이 되는 것처럼 여기다니.
319. 충실한 개는 개집에서 쫓겨나 매질만 당하고, 아첨쟁이 암캐는 따뜻한 난롯가에 누워 냄새를 폴폴 풍기고 있지요.
319. 속을 다 보이지 말고, 아는 걸 다 말하지 말라.
가진 것 이상으로 꾸어 주지 말고 걷느니보다는 말을 타라.
들어도 전부 믿지 말고 내기엔 적게 걸어라.
325. 이년의 배를 불모지로 만들어다오. 이년 몸속에 있는 생식 기능을 말려 타락한 육체에서 어미의 명예가 될 아이를 낳지 않게 하라! ..... 그리하여 부모의 은혜를 모르는 자식을 두는 건 독사의 이빨에 물리는 것보다 더 아프다는 걸 깨닫게 하라!
326. 잡고 보니 여우가 딸이 아닌가! 당연히 숨통을 끊어야 하는데 이 모자를 팔아 목 매는 밧줄을 살 수 있다면 광대는 뒤따라가야지
327. 걱정을 하며 사는 것보다는 애당초 문제의 뿌리를 뽑아 버리는 게 좋아요
346. 아비가 누더기를 걸치면 자식은 장님이 되어 모르는 척하지만 아비가 돈주머니를 차고 있으면 자식은 전부 효자가 되지. 운명의 여신은 매춘부처럼 가난한 사람에게는 문을 잠그네.
354. 악한 자 옆에 더 흉악한 자가 있으면, 그 악한 자가 선하게 보일 수도 있다더니, 최악이 아니라는 것이 위안이 될까. ..... 인간이 삶에 필요한 것말고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면 짐승이나 다를 바가 없지
361. 가난이라는 게 참으로 신기하구나. 비천한 것도 고귀하게 만드니
364. 입에 먹을 것을 넣어준 손을 물어뜯는 것과 다를바 없지
366. 아비의 피를 빨아먹는 펠리컨 같은 딸들을 낳은 몸뚱이니까.
367. 알몸으로 하늘의 매서운 시련을 겪느니 차라리 무덤 속에 있는게 낫겠다. 여기 있는 우리는 모두 자신을 숨기느라 옷을 입고 있는데, 너는 태어날 때의 모습 그대로구나. 옷을 입지 않으면 인간은 모두 너처럼 두 발 달린 짐승에 불과해. 벗어버리자. 이 따위 빌려 입은 옷들은 벗어버리자.
377. 신분이 높은 분이 저렇게 고통받고 있는 것을 보니 내 불행은 새 발의 피로구나. 세상의 즐거운 일이나 행복한 광경 뒤에는 저토록 마음의 고통을 받는 사람이 있지. 하지만 벗이 같이 슬퍼한다면 마음의 고통도 줄어들리라. 국왕폐하께서 저토록 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내게 닥친 고통을 쉽게 견딜 수가 있겠다. 내가 아버지 때문에 고통을 받듯이 국왕께서는 따님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구나! 톰, 꺼저라! 언젠가 네 누명이 밝혀질 때까지 가자. 네 정당성이 입증될 때, 네 정체를 밝혀라.
379. 수염을 뽑다니, 세상에 이보다 더한 치욕은 없습니다! 수염은 흰 놈이 뱃속은 시커멓구나. 부인이 뽑은 턱수염은 하나하나 다시 살아나 부인을 저주하게 될 거요.
380. 네 잔인한 손톱이 늙은 왕의 눈알을 후벼파고 포악한 네 언니의 산돼지 같은 어금니가 왕의 신성한 옥체를 물어뜯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왕께서는 심한 폭풍우를 맨몸으로 맞으시면서도 오히려 비가 더 쏟아지기를 바라셨다. 그렇게 무서운 상황이라면 늑대가 너의 집 앞에서 짖어댄다 해도 문을 열었을 것이다. 다른 일은 몰라도 날개 달린 복수의 여신이 분명 너희들한테 복수하는 것을 나는 기필코 보게 될 것이다.
383. 불행의 밑바닥까지 떨어져 가장 비천한 처지에 빠지면 다시 올라갈 수도 있는게 아닌가, 인생의 절정에서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일이야말로 슬픈 일이야. 그러나 최악의 사태에서 희망이 솟아나는게 아닌가. 그렇다면 나는 기꺼이 수용하리라. 보이지 않는 바람이여. 불어라. 너로 인해 불행의 구렁텅이로 떨어졌지만 이젠 하나도 두렵지 않다.
384. 누가 ‘지금이 최악의 상태’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조금 전보다 더 최악의 상태에 놓인 것을. ... 더 나빠질 수도 있으니, ‘이것이 최악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한은 최악이 아니다.
385. 이 불쌍한 톰에게는 한꺼번에 악마가 다섯 마리나 달라붙었어요. 음탕한 오비디컷, 벙어리 왕자 홉비디댄스, 도둑질 하는 마후, 살인마 모도, 쓸고 닦는 플리버티지베트 말이에요.
386. 하늘의 재앙을 묵묵히 견뎌내는 넌 운명을 이겨낸 놈이구나. 내가 처참한 꼴이 되고 보니, 네가 오히려 행복해 보인다.
388. 오 고네릴, 당신은 바람이 세게 부는 날 얼굴에 붙은 먼지보다 못한 사람이오. 자기를 낳아준 부모를 멸시하는 인간이 제 본분을 지킬 리가 있겠소? 자기를 길러준 줄기에서 그 가지인 제 몸을 도려내는 그러한 여자는 결국 시들어서 땔감밖에 쓸 데가 없을 거요.
388. 악한 여자에게는 지혜롭고 선한 가르침도 악하게만 들릴거요. 더러운 것들이 더러운 맛밖에는 모르는 것처럼, 도대체 당신들은 미친 호랑이가 되어 무슨 짓을 한 거요?
389. 이러한 악행들을 묵과하신다면 인간들은 깊은 바다의 괴물들처럼 서로 잡아먹는 야수가 될 것입니다.
399. 비록 제가 이 고통을 더 견뎌내고 신들의 거역할 수 없는 뜻에 따른다 해도 이 몸은 언젠가는 타다 남은 양초의 심지처럼 저절로 타고 말 것입니다.
399. 인간이 제 목숨을 간절히 끊고 싶어하면 정말 귀중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아버님도 정말로 여기가 당신이 생각하시는 그 장소라고 믿고 계시다면 의식을 잃으셨을지도 몰라. 혹시 살아 계신가.
402. 그들은 허리 위는 여자지만 허리 아래는 짐승이다.
404. 우리가 그토록 첫울음을 우는 것은 이 거대한 바보들의 무대에 나온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야.
406. 저는 운명에 시달릴 대로 시달린 하찮은 몸이지요. 여러 가지 슬픔을 겪은 탓에 남의 불행에도 쉽게 동정심을 갖게 되었소.
410. 무덤 속에서 나를 끌어내지 마라. 너는 천국의 축복받은 영혼이지만 나는 지옥의 바퀴에 결박당해 있어. 내 눈물은 납처럼 녹아 흘러 내 얼굴을 태우고 있단다.
411. 네가 독약을 마시라면 난 기꺼이 마시마.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 안다.
418. 최선을 다하고도 최악의 사태를 맞는 것은 우리가 처음이 아닙니다. 학대를 받으신 아버님을 생각하면 기운이 빠지지만 저 혼자라면 운명의 시련에 맞설 수 있답니다.
418. 감옥으로 가자. 네가 나를 용서하고 축복을 빌어주면 나는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겠다. 그곳에서 노래하며 옛 이야기를 하고 궁중 소식을 전해 들으며 지내자꾸나.
418. 코델리아야, 너 같은 희생양에 대해서는 신들도 스스로를 향을 피워 줄 것이다. 우리를 떼어놓으려는 자는 하늘에서 횃불을 가져와 여기를 불태워야 할 거야. 눈물을 닦아라. 우리가 그 자들 때문에 울어선 안 돼. 그들이 병에 걸려 썩어 문드러지기 전에는 울지 마라.
419. 인정 같은 건 칼을 찬 군인에게 전혀 필요 없다는 걸 명심하고, 지금 어떻게 할 것인지 말하라. 명령대로 하느냐,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살든지, 둘 중의 하나만 답하라.
428. 하늘이여, 무너져라, 땅이여, 꺼져라!
431. 이 가혹한 시대를 우리가 짊어지고 가야만 하오. 가장 나이 많으신 분께서 가장 큰 괴로움을 겪으시다니. 우리 같은 젊은이들은 이만큼 커다란 시련은 견딜 수도 없거니와 그만큼 오래 살지도 못할 것입니다.
맥베스
435. 아름다운 것은 추한 것, 추한 것은 아름다운 것이지. 안개 속을, 더러운 공기 속을 뚫고 날아가자.
437. 독수리가 참새에게, 사자가 토끼에게 습격을 받았을 때처럼 두 장군께서도 약간 당황은 하셨죠.
443. 모를 일이구려. 살아 있는 자의 작위를 내게 주시다니!
443. 글래미스 영주에 코더 영주라! 이제 가장 큰 것만 남아있군. .... 그걸 믿으시면 코더 영주뿐만 아니라 왕관까지 바라게 될 거요. 좀 염려가 되는구려. 악마의 사자들이 우릴 파멸로 이끌려고 일부러 그런 예언을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소.
443. 이런 유혹이 나쁜 징조일 리가 없어. 좋을 리도 없지. 만일 그게 나쁜 징조라면, 어째서 내게 성공의 단맛을 미리 보여두었겠는가? 나는 이제 코더의 영주야. 그런데 왜 이렇게 심장이 두근거리며 무서운 환영이 떠오른단 말인가? 정녕 좋은 징조라면 이럴 리가 없잖은가? 눈앞에 전개되는 두려움은 마음의 공포와는 비할 바가 못되구나.
444. 만일 내가 왕이 될 운명이라면 내가 애쓰지 않아도 언젠가는 왕관을 쓸 게 아닌가.
444. 새로 입은 옷은 몸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어색한 법이니까.
445.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446. 컴벌랜드 공이라? 어이없는 장애물이 끼어들었군. 여기서 주저앉느냐, 아니면 뛰어넘느냐가 문제로다. 오, 별들이여, 빛을 감추어라! 나의 검고 깊은 야망은 비추지 말거라. 눈이여, 내 손이 무슨 일을 하든 눈을 감아다오. 해치우고 나면 두려움으로 보고 싶어하지 않을지니!
448. 다만 걱정되는 건 당신의 성격이에요. 지름길을 택하기엔 인간의 착한 마음씨로 가득한 당신의 심성이 문제겠지요. 당신은 큰 인물이 되실 분답게 야심이 있지만, 그것을 성취해 낼 만한 잔인함은 없어요. 무엇이든 손에 넣고 싶어하시지만 잘못될까 생각이 많으시죠. 하지만 속으로는 “얻고 싶거든 행동으로 옮겨라‘고 소리치고 계시죠.
449. 던컨 왕이 운명의 힘에 이끌려 이곳으로 오고 있도다. 자, 오너라, 악령들이여! 내 여자다운 생각을 모두 없애고, 내 심장과 혈관 속에 잔인함이 넘치도록 하게하라. .... 자, 오너라, 살인의 앞잡이들이여! 내 품안으로 와서 내 단 젖을 쓰디쓴 담즙으로 바꾸어다오. 눈에 보이지 않게 인간의 악행을 부추기는 자들아. 지금 어디 숨어 있느냐? 오너라, 어둠의 세계여! 지옥의 검은 연기를 뿜어 저 칼에 찔린 희생자들의 몸뚱이를 가려주려무나.
450. 세상을 속이려면 세상과 똑같은 표정을 지으세요. ... 겉으로는 청초한 한떨기 꽃처럼 보이되, 그 꽃 속에는 독사를 숨기세요.
453. 내세의 재앙 따위는 신경 쓸 필요가 뭐 있겠는가. 문제는 현세에서 심판을 받는다는거야. 살인하는 법을 배운 사람은 반드시 가르쳐 준 사람에게 되갚고 마는 법이거든. .... 안된다. 나를 몰아붙이는 건 오로지 이 야망뿐이야. 그러나 조심을 하지 않으면 나는 말도 타기 전에 나동그라지겠지.
455. 힘과 용기를 짜내어 이 무서운 계획을 실행에 옮겨 봅시다..... 마음 속의 흉악한 음모는 가면으로 감추고 말이오.
457. 어슬프게 영예를 얻으려다 오히려 모든 것을 잃는 일이 없다면, 그리고 내 충성스러운 마음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면 기꺼이 상의하지요.
458. 마녀들은 헤커트에게 재물을 바치고, 살인마는 여자의 침실을 범한 타르킨의 걸음걸이로 목표를 향해 살금살금 가는구나.
460. “이젠 잠을 잘수가 없다! 맥베스가 잠을 죽여 버렸다.”
461. 포세이돈이 바닷물을 퍼부으면 이 손에 묻은 피를 깨끗이 씻어낼 수 있을까? 그럴 리가 없다. 오히려 내 손에 물든 푸른 대양이 온통 붉게 되리라.
467. 아아, 내가 한시간 전에만 죽었다면 차라리 행복했을 텐데. 이제 세상에 중요한 일이란 없구나. 모든 것이 부질없다. 명예도 덕망도 모두 사라졌도다. 술은 깡그리 말라버리고 남은 것은 지게미뿐이로다.
469. 저들과는 어울릴 수가 없구나. 마음에도 없는 슬픔을 겉으로 과장되게 나타내는 일은 배반자들의 상투적인 수법아니냐?
472. 글래미스 영주, 코더 영주, 그리고 왕위까지, 모든 게 마녀들이 예언한 대로 되었구나. 그것들을 손에 넣기 위해 네가 몹쓸 짓을 했겠지. 그렇다면 맥베스, 네 머리 위에 또 하나의 예언이 찬란히 빛나고 있다는 걸 명심해라. 왕위는 네 후손에게 계승되지 않고, 바로 내 자손에게로 넘겨질 거라는 걸! 너한테 딱 맞아떨어졌듯이 내가 받은 신탁도 이루어지겠지.
473. 밴쿠오에 대한 두려움이 내 몸을 친친 감아오고 있지 않은가. 왕자다운 품격에 대담무쌍한 기백, 저돌적인 용기는 누구도 따를 자가 없지. 내가 진실로 두려워하는 건 밴쿠오 한 명 뿐이구나. 그놈 앞에서는 내가 늘 압도를 당해, 마치 안토니우스가 시저 앞에서 머리가 올라가지 않는 것처럼
474. 결국 밴쿠오의 자손을 위해 내 영혼과 손에 던컨의 피를 묻힌 꼴이 된 게지
477. 살인을 하고 이렇게 불안하게 사느니 차라리 살해당하는 편이 낫겠다.
496. 누가 숲을 움직일 수 있겠는가. 그리고 땅에 뿌리를 내린 나무에게 누가 명령할 수 있겠는가.
498. 시간아, 그대가 먼저 나를 앞질러가는구나. 아무리 계략이 좋다 해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면 모든게 허사로다.
503. 권력 앞에선 대꼬챙이 같은 의지나 덕 있는 인물도 변절하지요. 용서하시지요.
514. 추악한 소문이 나돌고 있소. 자연을 거역하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하오. 독으로 병든 마음은 귀가 없는 베개에 대고라도 말하고 싶는게 인간이오. 왕비님께서 지금 필요로 하는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 성직자요. 신이시여, 우리들의 무력함을 용서해 주소서. 상처를 입힐 만한 물건은 다 치워 버리고 항상 지켜보시오.
518. 보고 따위는 더 이상 필요 없다. 도망갈 놈은 모조리 도망가도록 내버려두어라. 버넘 숲이 던시네인으로 옮겨오기 전에는 난 두려울 게 없다.
519. 마음속에서 슬픔의 뿌리를 캐고 기억에서 뿌리깊은 근심을 뽑아낼 수는 없는가? 뭔가 상쾌한 망각의 약을 써서 마음을 짓누르는 독소를 일시에 제거하란 말이다.
519. 그것은 환자 자신의 마음에 달린 일입니다.
519. 그것이 죽음이든 파멸이든, 버넘 숲이 던시네인으로 옮겨오지 않는 한 난 두려울 것이 없다.
526. 놈들이 나를 말등에 묶어 놓았구나. 도망칠 수 없을 바에야 미친 곰처럼 싸우는 수밖에 도리가 없지. 도대체 여자 몸에서 태어나지 않은 자가 누구냐?
529. 이 협잡꾼 같은 마녀들아, 애매 모호한 말로 사람을 혼란에 빠뜨리고 약속을 지키듯이 속삭이면서, 실제로는 그 희망을 깨뜨려 버리는 이 마녀들아! 다시는 너희들을 믿지 않겠다.
530. 군인으로서 훌륭한 최후를 마쳤다는데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비록 인생을 짧게 살다 갔어도 최선을 다한 것입니다.
3. 내가 저자라면
보완이 필요한 점
1. 4대 비극을 처음으로 읽었다. 그런데 솔직히 난 마치 한 편의 막장드라마를 보는 듯 했다. 왜 이런 희곡이 유명한 희곡이 되었을까 하는지 개인적으로는 의문이 든다. 그 시대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되는 그런 내용이기 때문에 유명하게 된건가.
2. 배경, 인물, 사건을 다르지만 4대 비극이 묘하게 공통적으로 느껴지고 유사점들이 보였다. 확연하게 다른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배신, 욕망, 사랑 등.
3. 단점이자 장점이 될 수 있겠지만 셰익스피어 희곡들의 대사나 내용이 너무 선명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얼마 전에 읽은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희곡은 정말로 난해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다양하게 해석되는 방식들이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 서술하는 것은 저자의 선택일 것이다.
이 책의 장점(독자의 눈으로- 이 부분이 이래서 좋았다, 이런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등 등)
1. 쉽게 읽히고 모든 것이 선명하다. 희곡들의 결말은 모든 것을 알려주었고 관객과 독자들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주는 점이 좋았다.
2. 각 비극에 나오는 대사들의 비유와 말들은 화려했다. 아마 여기서 독자들에게 셰익스피어의 울림이 전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난 개인적으로 리어왕에서 에드가와 리어왕의 미쳤을 때의 대사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의미 없는 듯 하면서 모든 의미를 내포한 그런 글을 썼다는 것에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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