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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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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9일 17시 37분 등록

[일상에 스민 문학] - 여름 휴가 

- 버지니아 울프 <등대로>

 

이 무더위- 잘 들 지내고 계신가요? 휴가 때 어떤 계획들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혹시나, 여행의 계획이 있으신지요? 여행을 갈 때 다들 책 한 권쯤은 가지고 가시는지요. 저는 여행 갈 때 마다 책 몇 권을 챙겨가지만, 실제로 몇 페이지 읽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랍니다. 가족 여행 중에는 책을 읽는 것을 깨끗하게 포기하고 그저 가족들에게 충실한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휴가’- 하면 생각나는 문학이 있습니다. 바로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라는 작품입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많은 작품을 쓰지는 않았지만, 지극히 사변적이고,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힘들다는 편견으로 인해서 그리 많은 분들에게 소개가 되지는 않은 작가입니다. 하지만, 한번 마음을 잡고 그 의식의 세계에 들어가면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지적인 짜릿함을 맛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20세기 초 여름. 스코틀랜드 헤브리디스 군도의 한 작은 별장에서 철학과 교수인 램지가족과 친구들이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주인공 램지는 가부장적이면서 이기적인데 반해 그의 부인은 다정다감한 집안의 천사입니다. 그들의 아들인 6살 난 제임스는 섬에서 한나절 거리에 있는 등대에 가고 싶어 합니다. 램지부인은 그런 아들에게 희망을 줍니다.

 

내일 날씨가 맑으면 우린 등대에 갈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무뚝뚝한 아버지는 아들의 기대를 꺾어버립니다.

 

아니. 내일은 날씨가 좋지 않을 거야

 

결국 아들은 등대에 가지 못하게 됩니다.

그로부터 10년 후, 그들은 다시 같은 별장에 모이게 됩니다. 지난 1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어난 걸까요? 먼저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참혹한 전쟁이었던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집안의 천사 노릇을 했던 어머니가 사망했고요. 장남 앤드류도 전쟁에 참전하여 전사하고, 장녀 프루도 출산 후유증으로 사망했습니다. 가족들은 하나 둘 씩 줄었고, 별장 역시 점점 황량해져갔습니다.

 

별장에 모인 가족들은 따뜻했던 어머니를 기억합니다. 지금은 함께 하지 않지만, 가족들을 보살피고 따뜻하게 감쌌던 어머니의 존재가 가족과 친구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음을 알게 됩니다. 다행히 이번 휴가 때는 날씨가 좋아 제임스는 아버지와 누이 캔과 함께 마침내 등대로 떠나게 됩니다.

 

실제로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아버지는 차가운 성격의 지식인이자 철학자였다고 합니다. 그런 아버지를 대신해 온 가족을 화합시킨 사람은 자상하고 따뜻한 어머니였고, 이런 가정의 분위기가 작품 전반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그래, 물론이지. 내일 날이 맑으면 말이야." 램지 부인이 말했다. "하지만 종달새가 지저귈 때 일어나야 할걸." 그녀가 덧붙였다. (P.11)

 

작가가 이 소설에서 주목한 건 지난 10년 동안의 삶의 어둠이 아니라, 그 어둠을 홀로 밝히며 평화를 선사하는 등대였습니다. 아내가 죽고 10년 후 그토록 이기적이고 위선적이었던 아버지는 등대를 바라보며 자신의 이기적이었던 행동을 되돌아봅니다. 부인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말입니다. 어둠을 초월한 등대처럼 어머니의 따스한 사랑이 10년이라는 시간의 바다를 건너 가족에게 도착한 것입니다.

 

각박하고 타산적인 현대사회,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어머니, 곧 등대와 같은 사람들이 있어 삶이 어둡지만은 않습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이 소설 <등대로>를 통해서 우리에게 묻습니다.

 

이제껏 우리에게 사랑의 등대가 되어준 존재가 있는지를. 우리는 누군가에게 등대와 같은 존재가 되어준 적은 있는지를. 혹시 현실의 어두움에 지쳐서 등대의 불빛마저 찾지 못해 헤매고 있지는 않은지를 집요하게 묻습니다.

 

집중을 요하게 만드는 이 소설 <등대로>를 한번 이 더위에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무더운 여름을 잠시나마 잊게 만드는 소설의 배경인, 스코틀랜드 헤브리디스 군도로 함께 떠나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정재엽 드림. (j.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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