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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대화하는 자리가 빨리 끝나기 바란다면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말을 많이 하면 됩니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건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들이밀고 계속 주장하면 상대방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게 될 겁니다. 틈만 나면 내 말을 쏟아내고 끊을 틈도 주지 않고 말을 계속하면 그 자리는 금방 끝나기 마련입니다. 상대방의 기분이 나빠지는 부수적인 효과도 쉽게 거둘 수 있지요. 그가 대화를 피하게 되는 덤도 하나 얻게 됩니다.
남의 말을 끊지 말라는 가르침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 가르침은 인류가 살아있는 한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지요. 사람은 어떤 자리에서 어떤 대화를 나누든 대부분 자기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하려 합니다. 자제하려고 해도 잘 안 되지요. 의도했던 그렇지 않았던 대화의 자리에서는 말이 많아집니다. 상대방도 다르지 않을 테니 서로 자기 이야기에 열을 올리게 되지요. 한마디라도 더 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말 사이에 빈 공간이 보이면 재빠르게 파고 들어갑니다. 남이 한창 말하는 도중에 끊고 들어가는 일은 흔하고도 흔합니다. 남의 말을 끊지 말라는 가르침은 교과서에만 존재합니다.
일상적인 자리에서 활용하기 좋은 대화의 기술은 무엇일까요. 말을 적게 하고 자기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건 어떨까요. 서너 사람이 모여 있는 자리라면 이미 많은 말들이 돌아다닙니다. 어떤 말이든 할 사람이 있지요. 생활 속에서 갖게 되는 대화의 자리는 무얼 주장해야 하거나 큰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게 아닙니다. 꼭 해야 하는 이야기도, 내 주장을 내세우며 목소리를 높일 이유도 없지요. 오가는 이야기를 들으며 편안한 자리를 즐기면 됩니다. 어느 식당 음식이 맛있네 아니네 하는 게 중요한 일은 아닐 겁니다. 요즘 인기 있는 영화의 의미가 이거네 저거네 하는 것도 그렇지요. 취향과 스타일의 차이일 뿐이지 고개를 내젓고 목소리 높일 일은 아니지요.
자신에게는 재밌고 중요한 이야기도 상대방은 별 관심이 없는 경우가 어디 한 둘 인가요. 옆 사람이 침을 튀기며 길게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 속으로는 언제 끝날까 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내 이야기도 상대방에겐 그렇겠지요. 로마시대 스토아철학자인 에픽테토스는 말을 적게 하는 것이 행복과 지혜에 이르는 길이라고 말합니다. ‘가능한 한 말을 적게 하라. 말을 해야 한다면 스포츠, 음식, 술 그리고 대수롭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라.’고 권하지요. 별 것 아닌 일들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는 건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내 말을 줄이고 들어주는 것으로도 훌륭한 대화가 가능합니다. 내 말을 하지 않을 때, 내 이야기를 적게 할 때, 대화의 자리는 더 즐겁고 재미있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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