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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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말해요 – 세 번째 이야기
저희 부부가 함께 쓴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이 8월 1일자로 4쇄를 찍었습니다. 일주일에 300여권의 새 책이 쏟아져 나오는 도서시장에서 기특하게도 살아남아 꾸준히 팔리고 있다니 신기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만큼 가족관계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마음도 아픕니다.
140여일의 긴 파업으로 벼랑 끝에 선 아빠, 직업병을 얻어 회사를 그만 두면서 전업주부로 살면서 육아를 해보려 하지만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할 것 같아 불안해 하는 엄마, 일곱 살과 세 살이 될 때까지 부모와 떨어져 살아야 했기에 가족이라는 애착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두 딸. 말 그대로 해체 위기에 직면했던 저희 가족이 책이라는 매개체로 다시금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만 4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입니다.
그 사이 작은 딸은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습니다. 피아노는 체르니 100번을 연습하고 있고 그림도 계속 그려서 호수예술제에서 상도 벌써 4번을 탔습니다. 큰 딸은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고 태권도 3품 검은띠가 되었습니다. 학교 방과후 수업으로 중국어와 플루트를 4년째 배우고 있습니다. 아내는 지난 7월, 두 번째 책 <엄마의 글쓰기>을 냈습니다.
가족들이 이렇게 성장하는 사이 저는 무엇을 했는지 뒤돌아 봅니다. 우선 글을 꾸준히 썼습니다. 2016년 9월부터 웹저널 가톨릭일꾼(www.catholicworker.kr)에 매 달 한번씩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17년 2월부터는 아내와 함께 격주로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마음을 나누는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몸 관리를 위해 수영을 배웠습니다. 1월부터 6월까지 새벽 수영기초반을 다니면서 자유형과 배영, 평형을 배웠습니다. 여름에는 잠시 수영을 쉬고 있지만 조만간 가을부터 다시 시작할 계획입니다. 작년 6월부터 금연을 하고 있고, 지난 달 말부터는 금주도 실천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불광역 근처 서울혁신파크의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cafe.daum.net/shanthi.energy)를 다니면서 <1.5도 적정기술학교>를 수료했습니다. 기초반에서 커팅과 용접을 배웠고, 비전력반에서 자전거를 이용한 페달형 믹서기를 만들었습니다. 전력반에서는 태양열 스마트폰충전기와 풍력발전기도 만들어 보았습니다.
회사에서는 2015년 5월부터 독서모임을 시작해서 돌아가며 읽을 책을 추천하고 매월 한 두 번씩 점심시간에 모여 도시락을 먹으며 책을 읽은 소감을 나누는 모임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과장에서 차장으로 진급도 했습니다.
이렇게 정리해 놓고 보니 저도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온 것 같네요. 두 딸들에게 꿈을 꾸며 사는 삶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충실하게 가족을 돌보면서도 자신의 꿈을 좇아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는 아버지로 두 딸들에게 기억되고 싶습니다.
목표를 몇 가지 세웠습니다. 우선 내년에는 책을 출간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올 가을부터 매 주 주말은 온전히 글 쓰기에만 전념하겠습니다. 노트북의 빈 화면을 글자로 빼곡히 채워 넣겠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제 이름이 적힌 두 번째 책이 나오면, 그때는 아내와 함께 <가족인문학연구소>를 세워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가족인문학연구소>에서 좋은 책을 가족과 함께 읽는 인문학 운동을 아내와 함께 추구하며 살고 싶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아내와 동지적 관계로 평생을 함께 할 수 있을 겁니다. 그 꿈을 담은 그림을 그려 보았습니다.
8월 28일 월요일에 아내 김정은의 편지가 이어집니다.
유형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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