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노진
- 조회 수 5390
- 댓글 수 0
- 추천 수 0
노동과 경영 연재 9회 - 첨단 기술의 승자와 패자
사실상 모든 기업의 지도자와 대부분의 주류 경제학자들은 제3차 산업혁명의 극적인 기술 진보가 확산 효과를 지녀 제품의 원가를 싸게 하고 소비자의 수요 증대를 촉진하는 한편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냄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보수를 주는 새로운 하이테크 직업 및 산업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해 왔다. 그러나 일자리를 잃거나 일자리를 찾기가 힘든 많은 노동자들에게 있어서 기술의 확산 개념이란 어떠한 위안도 주지 못한다. 1980년대 미국의 기업들은 92%의 세전 이익 증가를 기록했다. 많은 주주들은 그들의 배당금이 10년도 채 안 되어 3배로 늘었다. 리엔지니어링 혁명은 신기술과 생산성 향상으로 주주들에게 커다란 혜택을 주었지만 보통의 노동자들에게는 거의 아무런 혜택이 없었다. 1980년대 말에는 미국 노동력의 거의 10%가 풀타임 일자리가 없어서 실업, 또는 반실업 상태에 있거나 시간제 노동을 하고 있었다. 더 많은 통계가 사실상 모든 부문에서 노동력이 감퇴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자동화와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지구상의 노동력과 경쟁해야 하는 미국의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가깝게 경제적 생존의 한계 지대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해야만 했다.
다운사이징과 린 생산 방식의 장점에 대한 고상한 선언 뒤에는 본질적으로 노동자들의 욕구보다는 고용주의 욕심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시간당 임금이 계속 떨어지면서 생긴 평균 임금의 하락은 노조 영향력의 약화에 기인하기도 한다. 노조의 약화가 임금을 하락하게 된 원인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는 몰라도 양자는 밀접한 관계 속에서 상호 하락의 추세를 보였다.노동자를 대표하는 노조 조직율 하락으로 인해 미국의 노동자들은 고용주와의 관계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대표해 줄 효과적인 목소리가 없게 되었다. 제조업 부문만 고려할 때 탈노조화란 평균 3.6% 이상의 임금 하락을 의미한다고 경제 정책 연구소는 말한다.
이 부분은 한국의 외환위기 이후의 흐름과 절묘하게 일치하는 면이다. 평범한 노동자들에게 생존의 조건을 미끼로 강압된 복종과 충성심을 요구한 대가로 기업의 경영진들은 호화롭게 살아가기 위한 비싼 이익을 가졌다. 노동자들에게서 빼앗은 부는 기업의 경영자나 주주들에게 배분됨으로써 양극화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지금의 한국과 미국의 80~90년대는 거의 흡사하다. 물론 하나의 세계 시장과 새로운 무역 경쟁의 격화 역시 노동자들의 힘을 약화시키게 한 원인 역시 대등소이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해외에서의 혹독한 경쟁과 이용 가능한 다른 나라의 값싼 노동력 뿐만 아니라 국내의 지속적인 첨단의 노동 대체 기술로 미국의 기업들은 노조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경제 과정에서 인건비를 절감시켰다.
반면 정보 기술 혁명이 중산층을 심각하게 쇠퇴키는 동안 미국의 기업을 움직이는 소수의 최고 경영진과 엘리트들은 사상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새로운 지배계층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인구의 1%도 채 안 되는 백만장자들, 지식 부문의 엘리트로 구성되어 있는 상위 4%의 임금 소득자, 또 다른 16%의 미국 노동력이 대부분의 지식 노동자를 구성하고 있는 20%의 이들 지식 계급은 나머지 인구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부를 벌어들이고 있다. 심지어 다른 임금 소득자들의 수입이 계속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을 감안해도 매년 2~3%씩 계속하여 증가하고 있다.
이제 지식 산업의 노동자들은 새로운 지배계급으로 등장하면서 초기 산업시대에서의 금융자본과 생산수단을 통제한 노동자와 자본가 같은 전통의 양대 집단을 누르고 최고의 이익집단이 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원가의 85%가 생산 노동자와 자본가에게 돌아가던 것이 지금은 60% 미만만을 가져갈 뿐이다. 반도체는 더욱 명확한 예를 제시한다. 반도체 제조의 경우 판매가격의 3%가 원료 및 에너지의 소유주에게 돌아가고, 5%는 기자재 및 설비 소유주에게, 그리고 6%는 일상적인 노동 제공자에게 돌아간다. 원가의 85% 이상이 전문화된 설계 및 엔지니어링 서비스와 특허 및 저작권자에게 돌아간다. 이들은 제3차 산업 혁명의 촉매자요, 첨단 기술 경제를 움직이게 하는 책임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최고 경영층과 투자자들은 첨단 사회를 움직이게 하는 지식과 아이디어를 가진 지적 재산 창조자들과 권력의 일부를 공유해야만 하고 있다. 지식 및 아이디어가 새로운 지배의 연결고리가 된 것이다. 바로 우리들처럼. 그들은 아주 빠른 속도로 새로운 귀족 계급이 되어가고 있다.
2020년 경이면 미국의 수입 중 60% 이상을 차지할 신흥 첨단기술의 국제 노동자 집단은 미래에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뒤로 하고 그들의 수입과 소득을 국가와 전체적으로 공유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듯 하다. 여기에 대한 전 노동성 장관인 라이시의 언급이 눈에 뛴다.
“ 상징 분석가들은 예전에 비해 더욱 더 고립된 영역 속에 움츠러 들어, 그 곳에서 그들은 그들의 자원을 다른 미국인과 공유하거나 다른 미국인의 생산성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재투자를 하기보다는 축적하려 들것이다. 그들 소득에 대한 더욱 더 적은 부분만이 과세되어 나머지 국민들을 위해 투자될 것이다. ··· 그들의 세계적인 연결망과 좋은 학교, 안락한 생활 스타일, 훌륭한 의료 보험 및 풍족한 경호 요원 등으로 다른 사람들과 구분이 되는 상징 분석가들은 노조에서 완전히 탈퇴할 것이다. 그들의 지방과 도시의 거주 지역, 그리고 그들이 일을 하는 기호 분석 지대는 나머지 미국인들과는 닮은 데가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것이 노동의 미래가 아닌가 우려한다. 그러나 이것이 어찌할 수 없는 물결의 흐름이라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이들은 그들 주위의 사회적 혼란에서 멀리 떨어져 풍족한 인생을 구가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똑같은 경제 생활을 영위하지 않는 동일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던져진 의무는 무엇일까?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72 | 시칠리아_김기담 [5] | 강현 | 2012.08.30 | 5456 |
271 | 32+ 3 오똑한 코, 소정이^^ [4] | 백산 | 2010.09.19 | 5459 |
270 | 발표자료 | 박소정 | 2006.05.26 | 5463 |
269 | 식당의 자산은 맛과 서비스뿐이다 [2] | 박노진 | 2006.06.07 | 5463 |
268 | 오상아(吾喪我)가 주는 기쁨 [1] | 학이시습 | 2012.12.17 | 5466 |
267 | '오랫동안 키웠으니까' 하는 착각 [2] | 타오 한정화 | 2014.10.23 | 5467 |
266 | #27. 생의 간결함을 추구하자. [3] | 땟쑤나무 | 2013.12.08 | 5487 |
265 | 노동과 경영 연재 3회 - 생산성 향상으로 나타난 시장의 현실(3) | 박노진 | 2006.02.17 | 5489 |
264 | 어제보다 나은 식당(5) - 고객의 불평과 불만 | 박노진 | 2006.06.08 | 5489 |
263 | 어제보다 나은 식당(8) - 대박식당 엿보기 1 [1] | 박노진 | 2006.06.10 | 5489 |
262 | 노동과 경영 연재 4회 - 노동절약기술의 발전과 노동운동의 아이러니한 동거 | 박노진 | 2006.02.17 | 5508 |
261 | 연구원 과제 <My First Book> | 정경빈 | 2006.05.17 | 5509 |
260 | 어제보다 나은 식당(10) - 식당의 발전, 식당의 미래, 종업원들에게 쏟는 시간이 얼마 | 박노진 | 2006.06.10 | 5520 |
259 | 진나라의 승상 이사에게 보내는 편지 [6] | 2012.09.03 | 5526 | |
258 | 감성플러스(+) 사소한 하루는 없다 [1] | 오병곤 | 2010.03.02 | 5529 |
257 | [화실일기] 잘 안되는 온갖가지 것들 [3] | 한정화 | 2008.10.21 | 5535 |
256 | 어제보다 나은 식당(28) - 밥보다 술을 팔아야 남지 | 박노진 | 2006.07.04 | 5544 |
255 | [18] 밭 전(田)자를 만드시오 [10] [1] | 최지환 | 2008.08.31 | 5565 |
254 | 율리시스 읽는 시간 [4] | 2012.08.15 | 5579 | |
253 | 식당 비즈니스의 목적 | 박노진 | 2006.06.05 | 55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