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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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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20일 13시 00분 등록

어제보다 나은 식당(17) - 미래의 라이벌 벤치마킹(3)

2006년 3월 한정식 마실을 오픈하면서 중장기적인 목표를 세웠다. 물론 당장의 장사가 잘 되는 전술적인 승리를 만들어 내면서 달성해야 할 전략 같은 것이다. 당장은 장사가 손익분기점을 넘어서 하루 200만원을 달성하는 것이고, 1년 동안 지속적인 메뉴개발과 서비스의 개선으로 중저가 한정식으로 이미지 메이킹 작업에 성공해서 대박을 터트리는 일이다. 그동안 마실의 색깔을 분명히 각인시키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나서 3년 이내에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개해 나감과 함께 소스개발전문기업을 만드는 것이 중장기적인 목표다. 잘 될지 그렇지 않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경영자인 나의 의지와 노력, 그리고 전반적인 경영환경이 얼마나 도와주는 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가이다.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매일 할 수 있을 때 즉, 취미가 일이 될 때 전문가가 되는 첫 다리를 건너는 것이라고 하였다. 사실 식당 비즈니스를 좋아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적도 있었지만 직업에 대한 애정의 부족, 술을 먹어야만 가능했던(?) 식당영업, 개인 생활의 포기로 인한 가정불화, 삶에 대한 전망의 상실, 돈이 되지 않는 식당 등이 식당 비즈니스를 싫어하게 만들었다. 무엇하나 재미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시작해야 할 이유도 있긴 했지만 무엇보다도 어쩌면 이 일이 내게 재미있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의 가장 큰 증거가 이렇게 식당비즈니스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잘 팔리고의 문제는 다음이다. 식당비즈니스에 관한 글을 쓰고 책을 펴내는 것이야말로 내가 식당비즈니스를 잘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배우고 익히게 하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아마 이번 책이 나오게 되면 다음 책은 이보다 훨씬 잘 쓰여 져서 나올 것이다. 이렇듯이 나는 마실을 시작하면서 식당비즈니스를 하면서 배웠던 여러 가지를 실험해 보고 싶었고 무엇보다 여기에서 승부를 내고 싶었다. 굴욕의 시간들을 다시 회복하고 싶었다. 식당비즈니스는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했다. 배운 것이 이것밖에 없었으니까 말이다. 어쨌던 지금 나는 일주일에 3일은 마실에 출근한다. 그리고 이런 저런 미팅과 실험들을 해 본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들은 식당비즈니스에 관한 글을 쓰거나 또 다른 재미거리를 찾아 나선다. 물론 가족들과도 좋은 시간들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조금씩 이 식당비즈니스에 애정이 가기 시작했다.

좋구먼은 지금의 내가 따라갈 수 있는 식당이 아니다. 자동차로 비교하면 쌍용자동차와 현대자동차 정도로 보면 어떨까 싶을 정도로 격차가 확연하다. 맛, 시스템, 자금, 경험, 입지 등 무엇 하나 나은 점이 없다. 그러기에 이 식당을 따라 배워 더 나은 식당으로 성장시키고자 하는 욕심이 나는 것이다. 좋구먼을 따라 배워서 마실만의 차별화된 식당비즈니스를 만들어 나간다면 언젠가는 좋은 외식업체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먼저 사람중심의 경영이다. 사람을 통한 경쟁력 향상이 핵심 키워드이다. 돈은 사장이 벌어오지 않는다. 종업원들이 벌어다 준다. 지난 10년 동안 조그만 기업 활동을 하면서 달랑 이것 하나 배웠다.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들이 비록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 까지 일하는 힘든 3D업종에 있지만 자부심을 가지게 만들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들이 이 일을 통해 배우고 익혀 꿈을 가지게 만들어 주면 더 좋겠을 것이다. 지금은 월 4회 휴무지만 조만간 추가적인 휴무도 계획하고 있다. 더 잘되면 주 5일 근무까지도 가능할 것이다. 최고의 급여수준은 아니지만 자기 직장이라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려 한다. ‘직원 만족을 통한 고객 만족’이 내가 생각하는 사람 중심의 경영인 것이다.

다음은 가격대비 최고의 만족도를 구현하는 것이다. 마실은 다 잘할 수는 없다. 종업원들 역시 다 잘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우리 식당의 위치는 시내권이긴 하지만 썩 좋은 위치는 아니다. 유동인구도 거의 없는 곳이다. 다만 예전에 꽤나 알려진 식당이라는 점 외에는 아무 장점도 없다. 대신 아주 뛰어난 건축 인테리어로 무장하고 있다. 내가 혹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프트웨어는 다시 구성할 수 있지만 하드웨어는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음식 가지고 장난하고 싶은 생각이 없기 때문에 정직하게 장사하려고 마음먹었다. 더 퍼주고 싶은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지금 내가 목표로 하는 것은 이 가격대에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음식과 서비스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 평가는 오직 고객만이 할 뿐이다.

그리고 컨셉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공간이 가진 하드웨어적인 분위기도 무척 중요하다. 쉽게 손댈 수 없는 것이니만큼 시작할 때 잘 고르거나 만들어야 한다. 마실을 같이 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색깔도 무척 중요하다. 제각기 다른 성격과 삶의 조건에서 살았던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같은 식당에서 같이 한솥밥을 먹고 사는 동안만이라도 같이 호흡하고 같이 생각하는 마실만의 색깔을 찾아야 한다. 식당이니만큼 음식 역시 소홀히 할 수 없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이다. 고객에게 보여 지는 상품이니까. 나는 이 컨셉을 [웰빙과 토속]으로 잡았습니다. 음식도, 사람도, 구조도 이것을 중심으로 고쳐나가고자 한다. 마실에서 만들어지고 행해지는 모든 것은 이 개념에서 출발하고 마무리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시장에서의 승리가 좋은 경영의 결과라면, 좋은 경영이란 과연 무엇일까? 한마디로 고객을 돕는 경영(Customer-helping Business)이다. 고객을 돕는 것이 목적인 경영은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다. 그리고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다. 우리는 잘못 배웠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의 추구가 아니다. 이윤은 경영의 결과이다. 결과와 목적을 혼동할 때 우리는 심각한 오류에 빠지게 된다. ······ 주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경기에서나 경영에서나 승리는 게임 자체의 몰입을 통해 얻어진다는 점이 그것이다. 선수가 점수에 연연하면 그 경기는 풀리지 않는다.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것은 결과가 목적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삶의 목적은 좋은 삶 자체이고, 경기의 목적은 좋은 경기 그 자체이다. 경기 동안의 몰입과 정열이 중요하다.”(월드 클래스를 향햐여 25p)

위대한 무용수 나진스키는 자신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춤추는 사람은 사라지고 춤만 남을 때’라고 하였다. 나도 나진스키처럼 돈만 바라는 식당경영자가 아닌 그저 식당비즈니스에 충실한 사람이 되고 싶다. 좋은 음식을 친절한 식당에서 맛있게 먹도록 돕는 일, 게다가 가격까지 생각한 것에서 훨씬 저렴하다면 고객들은 우리 식당을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고객을 돕는 경영은 식당에서는 이렇게 적용시켜야 한다고 믿고 있다. 다시 되새겨 보자. 좋은 경영이란 고객을 돕는 경영이다. 돈은 그 다음에 오지 말라고 해도 쫒아올 것이다. 1년만 그렇게 버틸 수 있다면 누구라도 어떤 비즈니스를 한다 하더라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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