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뚱냥이
- 조회 수 1023
- 댓글 수 3
- 추천 수 0
나도 그 모습으로 흐르고 싶다
자가용을 이용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나는 어김없이 한강대교를 이용한다.
봉천동으로 들어가는 길 중 그 길을 가장 좋아한다.
다리를 건너는 짜릿함과 한강을 바라보는 호강을 누리기 위해서다.
하루는 꽉 막힌 한강대교 위에서 어김없이
한강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문득 아버지를 보았다.
한강대교 아래 강물은 나이든 물이다.
머지않아 바다로 흘러 갈 늙은 강.
상류부터 흐르며 온갖 풍파를 이겨내고
아픔, 기쁨, 슬픔의 시간이 익은 강.
하지만 세계 어느 강보다 웅장하고 멋있는 경치를 입었다.
수 많은 사람들과 역사를 품었다.
영락없는 아버지다.
나는 지금쯤 어딘가를 흐르고 있을까?
태백산 초입을 지나고 있을까? 아니면 북한강으로 유입되었을까?
나는 아직 강물조차 되지 않은 어린 물이다.
이제야 제구실을 해보려는 젊은 강줄기.
더워지면 쉬 말라버리고, 추워지면 쉬 얼어버리는
떫은 물.
하지만 한강대교의 한강은 그렇지 않다.
더워져도 그 모습, 추워져도 그 모습을 변치 않는다.
쉬 마르지 않고, 쉬 얼지 않는다.
나도 언젠가 태백산, 북한강, 팔당댐을 지나
한강으로 들어가겠지.
나도 아버지처럼 되고 싶다.
아버지의 넓은 폭을 갖고 싶다.
아버지의 그윽한 깊이를 갖고 싶다.
나도 아버지처럼 흐르고 싶다.
나도 아버지처럼 바다로 가고 싶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752 | 별을 보는 방법 [1] | 불씨 | 2020.07.12 | 1075 |
4751 |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을 느낄 때 [1] | 정승훈 | 2020.06.25 | 1077 |
4750 | <뚱냥이칼럼 #17> 뚱냥이 에세이 - 더 크게, 더 많이, 더 자주 외 1편 [8] | 뚱냥이 | 2017.09.03 | 1078 |
4749 | #24 꿈, 환상 그리고 여행_이수정 [3] | 알로하 | 2017.11.06 | 1078 |
4748 | #31 프로세스(Process) [4] | 불씨 | 2018.12.23 | 1078 |
4747 | <칼럼 #2> 행복의 첫걸음 - 장성한 [5] | 뚱냥이 | 2017.04.21 | 1079 |
4746 | 잠못드는 밤 비는 내리고 [2] | 불씨 | 2018.10.28 | 1079 |
4745 | 또 다시 칼럼 #16 공탁을 해야 할까요? [2] | 정승훈 | 2018.08.12 | 1080 |
4744 | 중력의 유령 [2] | 불씨 | 2018.07.08 | 1081 |
4743 | 일기 [1] | 박혜홍 | 2019.01.07 | 1081 |
4742 | 칼럼 #15 보은(報恩)_윤정욱 [2] | 윤정욱 | 2017.08.14 | 1082 |
4741 | 목차와 임산부의 일반 경험 연결하기 [2] | 콩두 | 2020.07.20 | 1082 |
4740 | #20 - 영웅을 떠나보내줘야 하는 이유 [2] | 모닝 | 2017.10.02 | 1084 |
4739 | (보따리아 칼럼) 부탄, 방부제가 뿌려진 히말라야 산자락의 꽃 피는 산동네 [1] | 보따리아 | 2017.08.07 | 1085 |
4738 | 코로나 이후의 직장 풍경 [2] | 희동이 | 2020.06.28 | 1085 |
4737 | 1주1글챌린지_아이와함께하는삶_07 [2] | 굿민 | 2020.07.08 | 1085 |
4736 | 5주- 아이와 함께 자신을 키워라 [1] | 콩두 | 2020.09.04 | 1085 |
4735 | <칼럼 #3> 나는 그곳에 있었다 - 장성한 [4] | 뚱냥이 | 2017.05.01 | 1086 |
4734 | 1주1글챌린지_아이와함께하는삶_04 [3] | 굿민 | 2020.06.14 | 1086 |
4733 | 승마와 어린이 교육의 괘, 산수몽(山水蒙) | 보따리아 | 2018.03.12 | 108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