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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뚱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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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1일 11시 28분 등록

나도 그 모습으로 흐르고 싶다

 

 

자가용을 이용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나는 어김없이 한강대교를 이용한다.

봉천동으로 들어가는 길 중 그 길을 가장 좋아한다.

다리를 건너는 짜릿함과 한강을 바라보는 호강을 누리기 위해서다.

 

하루는 꽉 막힌 한강대교 위에서 어김없이

한강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문득 아버지를 보았다.

 

한강대교 아래 강물은 나이든 물이다.

머지않아 바다로 흘러 갈 늙은 강.

 

상류부터 흐르며 온갖 풍파를 이겨내고

아픔, 기쁨, 슬픔의 시간이 익은 강.

 

하지만 세계 어느 강보다 웅장하고 멋있는 경치를 입었다.

수 많은 사람들과 역사를 품었다.

영락없는 아버지다.

 

나는 지금쯤 어딘가를 흐르고 있을까?

태백산 초입을 지나고 있을까? 아니면 북한강으로 유입되었을까?

 

나는 아직 강물조차 되지 않은 어린 물이다.

이제야 제구실을 해보려는 젊은 강줄기.

 

더워지면 쉬 말라버리고, 추워지면 쉬 얼어버리는

떫은 물.

 

하지만 한강대교의 한강은 그렇지 않다.

더워져도 그 모습, 추워져도 그 모습을 변치 않는다.

쉬 마르지 않고, 쉬 얼지 않는다.

 

나도 언젠가 태백산, 북한강, 팔당댐을 지나

한강으로 들어가겠지.

 

나도 아버지처럼 되고 싶다.

아버지의 넓은 폭을 갖고 싶다.

아버지의 그윽한 깊이를 갖고 싶다.

 

나도 아버지처럼 흐르고 싶다.

나도 아버지처럼 바다로 가고 싶다.

 

 

IP *.146.8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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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1 16:00:21 *.14.90.189

새로운 글을 시작했네. 매번 새로운 형식의 글을 쓰다니 대단해~

한강을 보면 이 글이 생각나겠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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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1 22:56:00 *.222.255.24

관찰자의 눈으로 보면 한강이 이렇게도 보이는 구나. 이번주도 또 하나 배워요.

지난주 시도 좋았는데... 담에 기회되면 시나 뚱익스피어 희극 버전도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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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2 21:36:15 *.18.218.234

시같은 에세이 좋네요.

한강을 바라보는 호강 --> 이거 읽을 때 느낌 좋다. 꼭 김영랑처럼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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