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뚱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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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 모습으로 흐르고 싶다
자가용을 이용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나는 어김없이 한강대교를 이용한다.
봉천동으로 들어가는 길 중 그 길을 가장 좋아한다.
다리를 건너는 짜릿함과 한강을 바라보는 호강을 누리기 위해서다.
하루는 꽉 막힌 한강대교 위에서 어김없이
한강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문득 아버지를 보았다.
한강대교 아래 강물은 나이든 물이다.
머지않아 바다로 흘러 갈 늙은 강.
상류부터 흐르며 온갖 풍파를 이겨내고
아픔, 기쁨, 슬픔의 시간이 익은 강.
하지만 세계 어느 강보다 웅장하고 멋있는 경치를 입었다.
수 많은 사람들과 역사를 품었다.
영락없는 아버지다.
나는 지금쯤 어딘가를 흐르고 있을까?
태백산 초입을 지나고 있을까? 아니면 북한강으로 유입되었을까?
나는 아직 강물조차 되지 않은 어린 물이다.
이제야 제구실을 해보려는 젊은 강줄기.
더워지면 쉬 말라버리고, 추워지면 쉬 얼어버리는
떫은 물.
하지만 한강대교의 한강은 그렇지 않다.
더워져도 그 모습, 추워져도 그 모습을 변치 않는다.
쉬 마르지 않고, 쉬 얼지 않는다.
나도 언젠가 태백산, 북한강, 팔당댐을 지나
한강으로 들어가겠지.
나도 아버지처럼 되고 싶다.
아버지의 넓은 폭을 갖고 싶다.
아버지의 그윽한 깊이를 갖고 싶다.
나도 아버지처럼 흐르고 싶다.
나도 아버지처럼 바다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