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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4일 08시 49분 등록

어제보다 나은 식당(27) - 단체손님을 받아야 돈이 되지

식당 장사에 있어서 가장 큰 손님은 단체손님이다. 단체 팀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그날 매상이 달라진다. 단체 팀은 많게는 하루 매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매상에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식당 경영자들은 단체 손님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쉬운 방법으로는 여러 모임에 가입해 정기 모임을 유치하거나 인근 기업들에 대한 판촉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단체 손님의 장점은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매상에 차지하는 기여도가 확연하다. 매일 두 세 팀 정도의 단체 팀이 와 준다면 돈을 못 버는 식당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목표 매출의 절반은 단체가 해결해 주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뜨네기 손님이나 두세명 손님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 20명 정도의 단체손님이 와도 두 명 정도의 서버가 맡아서 처낼 수 있다. 그러나 두세 명 손님 7, 8팀은 한꺼번에 몰리면 감당할 수 없기도 하고 손이 몇 배로 간다. 힘만 들고 음식 재료는 훨씬 더 들고 신경도 더 많이 쓰인다. 당연히 단체 손님이 손 적게 가고, 불만도 적고, 비싸네 싸네 하지 않는다. 자기 돈으로 먹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돈 아끼지 않고 잘 먹는다. 대부분의 단체팀은 어느 개인이 사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회사나 모임에서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먹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가격 따지지 않고 비싼 메뉴나 평소 먹기 힘들었던 음식이나 술을 서슴없이 시킨다. 개별 손님들의 객단가보다 평균 30% 정도 더 나온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당 객단가 평균이 15,000원이면 20,000원 정도 먹는다. 식당 입장에서는 더 없이 좋은 손님들이다.

식당에서도 단체 손님은 식당을 왁자지끌하게 만들기 때문에 일반 손님들한테 홍보용으로 선전하기 딱이다. 뭔가 있기 때문에 단체 손님이 온 것이니 일반 손님들 눈에는 이 식당이 대단해 보이고 다음에 또 오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해 준다. 이들이 오는 것 자체가 일반 손님들한테 흥밋거리를 제공해 주는 셈이 된다.

그러나 이와 대조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단체 손님을 치러다 보면 일반 손님들한테 소홀히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게 된다. 한 두 번은 그러려니 하지만 정도를 지나친다고 느끼게 되면 일반 손님들은 화를 내거나 심한 경우 식사 도중 자리를 박차 일어나기도 한다. 주인 입장에서는 조금만 참아 주면 해결될 문제라고 할 수 있지만 손님 입장에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한 명이 오던 열 명이 오던 손님은 똑 같은 손님이지만 차별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서운한 마음은 누구나 가지기 마련인 것이다.

단체 손님을 많이 치르는 식당일수록 맛이 들쭉 날쭉일 경우가 많다. 연일 계속되는 손님으로 주방이 지치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면 처음과는 달리 주방에서도 대충 음식을 만들게 된다. 단체의 특성상 음식이 대량 조리되어야 하고 담음새도 신경 쓸 여유도 없이 일단 손님앞으로 내어 가는 것이 더 급하게 된다. 명성이 자자한 식당이 생각보다 맛이 덜한 느낌을 받을 때가 가끔 있는데 이런 연유에서 기인다. 손님이 많은 식당, 좋기는 하지만 주인 입장에서만 그렇지 일하는 종업원들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식당 전체의 효율성을 높여야지 매상만 높인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소비자 트렌드는 개인 위주, 가족 위주로 바뀌고 있다. 연인, 친구, 비즈니스 관계 등두 명씩 오는 손님과 가족 단위 손님이 많다는 뜻이다. 식당업에도 구매의 변화가 오고 있다. 누구나 맛있는 집에서 먹고 싶고, 자기들만의 분위기나 얘기를 하면서 먹으려고 한다. 손님이 만족해야 다음 내방의 기회가 온다. 첫 방문시 불편했거나 시끄러웠거나 맛이 없다면 다음에 다시 오려고 하지 않는다. 요즘 대부분의 식당의 객단가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에서 대부분 자기 돈 내고 자기가 먹는다. 내 돈 내고 내가 먹는데 남 눈치 볼 일 없다. 맛없으면 또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오지 않는다. 식당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단체 손님을 잘 받으면 개별 손님이 찾아 오리라 생각하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개별 고객을 잘 맞이해 줘야 단체 손님을 끌고 온다. 두 명씩 오는 손님을 왕처럼 대접하라. 자기들만의 분위기에 취해 쉬었다 가는 느낌이 들게끔 만들어 주어라. 음식을 다 먹었어도 자리를 일어나지 않는다면 서비스를 더 주어라. 귀찮은 표정대신 우리 식당을 찾아주신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라.

당연히 단체 손님이 식당의 입장에서는 백번 낫다. 단체 손님을 유치하지 말란 소리가 아니다. 적정한 비율을 맞추어야 한다. 단체 손님이 전체 고객수의 30% 남짓하면 전체 매출의 40~50% 정도를 차지하게 된다. 좌석수를 고려해서 단체 손님을 받을 수 있는 공간배려와 개인 손님을 모실 수 있는 공간을 가능하면 따로 만들면 좋다. 방이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방이 없어도 칸막이 등으로 공간 구분을 해서 손님들의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종업원들도 단체가 있는 날은 사전에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그날은 난장판이 될 확률이 높다. 손님은 손님대로, 종업원은 종업원대로 힘이 들게 된다. 주방도 마찬가지다. 단체 손님용은 조금 일찍 음식을 준비하고, 뜨거운 요리를 뺀 찬 음식은 사전에 세팅이 가능하도록 하면 훨씬 편하다. 경영자는 이런 상황을 예측하고 조율해야 한다. 오늘 하루만 장사할 것이 아니라 매일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매상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식당 전체의 최적화가 더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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