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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6일 07시 02분 등록


모임이 있을 때 가끔 빵을 사가지고 갑니다. 몇 개를 살 것인지는 몇 사람이 오는지를 보고 결정하죠. 다섯 명이 참석하면 빵 네 개, 네 명이 참석하면 세 개를 삽니다. 빵이 비싸서 그러냐고요? ㅎㅎ.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빵을 집어든 사람은 절반이나 삼분의 일 정도를 잘라서 먹습니다. 나머지는 내려놓지요. 먹던 빵이 거의 없어질 즈음이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거 내가 다 먹어도 될까요?” 자기 마음대로 먹지 않는 이유는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인원대로 빵이 있었으면 하나씩 들고 먹었겠지요. 그런데 모자라니 다른 사람을 생각하게 됩니다. 나누어 먹어야 하니 조금 덜 먹기도 합니다. 자연스럽게 말이죠.


어느 집이나 그렇지는 않지만 방마다 텔레비전이 하나씩 있는 집들이 많습니다. 에어컨도 거실에 하나 방에 하나씩 있기도 하더군요. 스마트폰은 식구마다 제각각 갖게 된지 오래되었고요. 가진 것들이 많아지는데 이상하게 부족한 것들도 늘어납니다. 가족들은 함께 얼굴 볼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각자 자기 방에서 모든 걸 해결하니 모일 일이 없어졌지요. 당연히 대화도 줄었고 소통은 갈수록 어려워지지요. 다른 사람을 생각할 기회도 줄어듭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겠지요. 배려나 나눔에 대한 생각을 해볼 시간도 크게 적어졌습니다. 개개인이 가진 게 많아지면서 개인화는 심해졌고 주변의 다른 사람이 필요하지 않아졌습니다.


예전의 우리사회는 부족한 사회였습니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는 집에 하나뿐이었고 우산도 몇 개 없던 시절이 있었지요. 무언가 모자랐을 때 우리는 다른 누군가를 생각했습니다. 내가 취하면 누군가는 불편해졌으니까요. 식구를, 친구를, 이웃집을, 마을을 생각했죠. 그런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사회의 가치가 되었고 공동체 아닌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 공동체적 사고가 철저히 깨진 게 요즘의 우리 사회입니다. 부족함이 있을 때 만들어진 공동체적 가치가 풍족해지면서 쉽게 해체된 것이지요. 곳곳에서 공동체 복원을 외치는 소리가 있지만 실현은 힘들 겁니다. 필요한 게 별로 없으니까요. 남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혼자 생활하기에 충분히 풍족하니까요.


좀 부족하게 살아보면 어떨까요. 빈곤에 시달리던 시절로 돌아가자는 게 아닙니다. 의식적으로 조금 부족하게 만들어보자는 거지요. 텔레비전 하나만 놓고 식구끼리 채널다툼도 해보고, PC하나를 서로 먼저 쓰겠다고 가위바위보도 해보고, 선풍기 앞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양보도 하고 말이지요. 그게 불편한 걸까요? 물론 편한 건 아니지요. 그렇지만 불편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런 불편함이 못 견딜 정도라면 너무 풍족함에 길들여진 것은 아닌지요. 자기만의 삶에 스스로를 가두어 버린 건 아닌지요. 빵이 하나만 부족해도 다른 사람을 생각하게 되더군요. 자연스럽게 공동체적 사고가 살아나는 셈이지요. 조금 부족한 생활이 삶을 더 살찌우게 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지금 부족함이 필요한 건 아닐까요?



IP *.202.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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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8 12:43:18 *.124.22.184

머리로는 알겠고 그래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천은 쉽지 않아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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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30 09:23:40 *.153.200.103

잘 지내지요, 인창씨.

상큼하고 인상적인  서두가 싱긋 웃게 만드네요.


그 오묘한 뜻에 한 수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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