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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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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8일 00시 19분 등록

마음을 나누는 편지 - 엄마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지난 월요일 난생 처음으로 생방송에 출연했습니다. EBS 라디오 ‘책으로 행복한 12시’의 ‘당신의 서재’라는 코너에 저의 신간 <엄마의 글쓰기>로 큰아이와 제가 함께 초대를 받은 겁니다. 한 시간 가량 엄마가 글을 쓰게 된 사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한 가지 기억에 남는 장면을 소개합니다. 진행자가 큰아이에게 질문했습니다. ‘책에 엄마의 손편지 외에도 엄마의 일기가 실려 있는데, 수민 양은 어땠어요? 어떤 얘기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라고 묻자, 아이는 “‘엄마와 아빠가 싸운 날’에 쓴 엄마의 일기가 특히 좋았어요. 엄마가 아빠와 결혼을 하면서 아내가 되고 며느리가 되었잖아요. 엄마는 아내라면, 며느리라면 따라야 하는 전통적으로 정해놓은 여자로서의 역할을 무조건 따르지 않고, 가부장제, 남녀차별, 남아선호사상에 맞서서, 아닌 건 아니라고 소통을 시도하고, 일기로 남기고, 남녀 평등한 가족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시거든요. 전 엄마의 그런 점이 참 좋아요.”라고 대답한 겁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진행자도 저도 놀랐습니다. 열세 살 아이 입에서 ‘가부장제’, ‘남녀차별’, ‘남아선호’라는 단어가 쏟아져 나오다니요!

 

큰아이가 <엄마의 글쓰기>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목은 바로 여깁니다. ‘순간 딸아이 얼굴이 떠올랐다. 내 딸이 커서 이렇게 살면 안 된다. 딸은 엄마를 보고 자란다. 내 삶은 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내 아이가 살았으면 하는 삶을 내가 먼저 살아보리라. (...) 십 년 넘게 살아오면서 서로 많이 노력했다. 분노의 시간, 저항의 시간, 투쟁의 시간을 거쳐 마침내 소통의 시간을 맞았다. 어쩌면 내 친정아버지께서 그토록 집안일을 열심히 하셨던 이유도 두 딸이 커서 딱 당신 같은 사람 만나서 성 평등을 이루고 살라는 의미였을 터, 평생 바깥일 집안일 함께하셨던 나의 친정 부모님처럼 남녀 성 역할 구분 없이 함께 하는 가정을 우린 만들어가고 있다. “엄마 아빠는 사이가 좋아서 참 좋아”라고 말하는 두 아이를 보며 다시 힘을 낸다. 더불어 남편에게도 한마디, “과거에서 오느라 고생 많았소. 우리 잘 살아봅시다!”’ (엄마의 글쓰기, 167쪽)

 

글을 쓰지 않았다면, 모성이라는 가면을 덮어씌워 무한 희생과 무한 배려를 요구하는 ‘엄마’라는 단어 안에 갇혔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나만 잘 하면?’, ‘나만 참으면?’하며 스스로를 닦달하다 폭발 했을지도 모르고요. 아내로 며느리로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현실에서 문제제기를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돌아보기에,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 바로 글쓰기였습니다. ‘이전 세대 엄마들은 왜 그렇게 살았을까?’로 질문하고 ‘내 딸들이 나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엄마로서 난 어떻게 해야 할까?’로 답을 구하면서 시작한 엄마의 글쓰기는 가족의 문화를 바꾸는데도 한몫했습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공동체인 가족이 변한다는 건 사회 전체가 바뀌는 첫 걸음이 되기에 의미가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권합니다. 함께 쓰시죠!

 

* 9월 11일 남편 유형선의 편지가 이어집니다.

 

*****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공지 *****

 

1. 2017년 변경연 출간기념회 공지 (9월 23일, 토)

<엄마의 글쓰기> 김정은, <습관홈트> 이범용, <청소년을 위한 진로인문학>, <갈림길에서 듣는 시골수업> 박승오, 세 작가의 저자강연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827567

 

2. 수희향 연구원이 운영하는 1인회사연구소에서 한겨레 교육문화센터(신촌)에서 원데이 창직워크숍을 진행합니다.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free&document_srl=828820

 

3. 박승호 연구원이 일하고 있는 성천문화재단에서 '퇴근길 인문학 교술'을 개강합니다.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free&document_srl=828576

 

4. 한명석 연구원이 운영하는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 카페에서 글쓰기 강좌를 진행합니다.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free&document_srl=828440

 

IP *.202.11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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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8 09:52:03 *.158.25.187

따님의 깊은 생각이 놀랍네요.


글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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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30 09:26:13 *.153.200.103

과거에서 오느라 고생 많았소...  멋진 표현이네요.


글이 삶과 나란히 가야 한다고 말로만 얘기해 왔는데

정은씨네 가족의  글쓰기를 보며 새삼 깨닫고 있답니다.


좋은 예를 보여주어 고마워요.  새 책이 여러 사람들 손에 건네 지기를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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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2 14:34:37 *.39.102.67

난, 네 글이 더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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