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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2017. 8월 오프모임 후기
7월 오프 수업 과제는 미스토리를 축약한 나를 정의해 보는 것과 어린 시절의 나를 탐구해 보는 것이었다. 지금의 나를 만든 자양분이 된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해 지금의 나를 돌이켜 보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과제를 받고 3-4일 정도 우선 나를 정의하기 위해 다시 미스토리를 읽어보았다. 많은 단어들 속에서 내가 나를 상징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말을 걸러 냈다. 그래서 수천단어 중에서 건져낸 단어는 “르네상스적 삶”,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이 단어를 다시 조합해서 나를 정의하는 문장 “21세기 르네상스적 삶을 사는 아름다운 청년”으로 정의해 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고 실천하면서 나이가 들수록 본인만의 인생의 길을 만들어 내는 그런 모습이었다. 아니 그런 모습인 내가 되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나를 정의 했다 기 보다는 앞으로 되고 싶은 나를 정의한 것은 아닌 가 싶었다. 그리고 나는 나를 상징하는 것으로 내 결혼식 청첩장을 골랐다. 당시 결혼하면서 그 동안 찍었던 사진과 결혼을 앞두고 마음 먹었던 것들을 정리해서 청첩장 사진첩으로 만들었다. 그걸 나의 상징물로 선택했다. 결혼 전까지의 내 삶과 생각을 정리했기에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했던 어린 시절의 나를 다시 돌아보는 것, 그 때 내가 힘들었던 것, 받고 싶었는데 못 받았던 것, 받고 싶지 않았는데 받았던 것에 대해서 탐구해 보는 순서였다.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주저없이 엄마가 9살때부터 일을 하시기 시작한 일을 떠올렸다. 잊혀져 가던 아련했던 그때의 추억들이 다시 떠 올랐다. 초초하게 엄마를 기다리면서 시계를 보던 나의 모습, 그리고 엄마가 올 때쯤 버스 정류장에 나가 엄마를 기다리던 나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는 그게 왜 그렇게 싫었을까? 엄마가 없는 집에 들어오는 것도 싫었고 혼자 있어야 되는 것도 어린 나에겐 너무나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렸을 때의 나에게 싫었던 일 중에 하나는 아버지와 함께 하는 외식이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버지만의 기준을 우리에게 요구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은 그때의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때만해도 아버지만의 기준을 우리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 반발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이런 나의 어린시절로의 탐색에 대해서 동료 연구원들은 다양한 질문과 의견을 주었다. 특히 우리 시대의 아버지를 우리는 거부하면서도 그 모습을 나도 모르게 따라가고 있는 면이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혹시 우리 아이들은 내가 어린시절 느꼈던 감정을 똑같이 느끼고 있지는 않을까? 란 질문에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그런 질문을 못해 보았다고 대답은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주도에서도 그렇고 아이들은 종종 나에게 본인의 감정을 표현하곤 했다. 그러나 나는 그때마다 어린 아이들이 투정 또는 징징거림 정도로만 여기고 귀 기울이지 않았던 것 같다. 순간 머리가 띵하면서 나 역시 내 스스로의 기준에서 좋은 아빠가 되려고 했지 정작 아이들의 눈에서 그 애들의 입장에서 아빠로서 잘 해주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느꼈던 아버지의 모습과 그 속에 결핍된 것들, 나는 아버지의 그런 모습에서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까지 오로지 내 기준에서 생각한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 놓고 그대로만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아이가 아무리 어려도 한 인격체이다. 아이들이 말을 허투로 듣지 않고 잘 새겨 들으면서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를 이해하려고 더 노력해야겠다. 나만의 아버지가 아닌 아이들의 아빠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이 과정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되짚어 본 기회가 된 수업이었다. 나의 상징과도 같은 결혼식 청접장, 이 것은 나에게 자랑이자 또 한편으론 인생의 숙제와도 같은 것이다. 나의 진솔한 마음을 담아 내 인생의 좋은 날 초대하기 위한 편지였기에 모두가 좋은 말을 해 줄 수 있었던 내 결혼식 청첩장,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내가 하고 싶은 말, 내 마음을 담은 책을 누군가가 직접 돈을 내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 나의 숙제이다. 이번 수업에선 다시 한번 그 간절함을 내 자신에게 스스로 물어본다. 정말 할꺼니? 아니 하고 싶니?
마지막으로 이번 오프모임은 한 사람이 빠진 빈자리 아쉬웠고, 중간 레이스 과정에서 조금은 지친 듯한 그리고 한 주 한 주 과제하기에 급급한 내 모습에 실망한 수업이기도 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여기까지 해 온 제 자신이 그리고 동료 연구원들이 자랑스러웠던 수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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