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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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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9일 13시 08분 등록


지난 주 월요일 오전, 사장님 비서로부터 사장님과 점심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는 지 문의하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지난 5월의 점심에 이어 3개월 만이네요. 일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사장빠(?)이니 정말 특별한 사유가 아니라면 사장님과 함께 하지 않을 이유 1도 없지요. 바로 콜을 외쳤습니다.


11시 45분쯤 사장님과 함께 건물 밖으로 나왔습니다. 뭘 드시겠냐고 여쭤보니 오늘은 좀 걸어도 되겠냐고 하시네요. 물론이지요. 한 10분 여를 걸어 논현역 영동시장 뒤편에 위치한 한 식당에 들어섰습니다. 전 처음 가본 곳인데 사장님 왈, 이 곳은 ‘무밥’이 맛있다고 하시더군요. 주문을 하고 사장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후배 직원들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예전 직원들 중에는 ‘난 언젠가 이 회사의 사장이 될거야!’라며 호기롭게 외치던 친구들이 몇 명은 꼭 있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친구들이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드렸죠. 게다가 임원을 목표로 뛰는 친구들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듯 싶다고요. 그러면서 제 부서에 같이 근무했었던 30살 주임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박주임은 첫인상만 보면 완전 순둥이처럼 생겼습니다. 평상시 생활하는 모습도 외모만큼 소프트하고요. 하지만 일을 할 때만큼은 표정부터 달라집니다. 그냥 열심히 일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부여된 과업만큼은 100%가 아닌 최소 120% 이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 그야말로 죽어라고 뛰어다니니까요.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업무용으로 사용되는 대형가방의 검수를 위해, 제작 공장이 있는 베트남 호치민에 박주임과 함께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도착해서 보니 문제가 좀 생겼더군요. 만들어진 가방이 원래 수치와 조금 달랐습니다. 아마도 커뮤니케이션상의 문제가 좀 있었던 듯 싶었습니다. 그러자 박주임이 이 문제에 대해 제작공장의 한국인 사장님에게 불같이 화를 내는데 옆에 있던 제가 다 민망해지더군요. 나이상으로 박주임의 아버지뻘 되는 사장님은 아무 변명도 못한 채 쩔쩔매시기만 하구요. 

물론 담당자 입장에서 화가 날 수도 있을 겁니다. 야근까지 하며 완벽하게 준비를 다 해 놓고 검수출장을 온 거니까요. 하지만 어느 정도 선이라는 것이 있는데 조금 과하다 싶었습니다. 보다못한 제가 끼어들어 이제 그만하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찾아 보자며 만류를 해야만 했습니다. 다행히 그 이후 사장님이 밤샘 작업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함으로써, 이 일은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에피소드를 통해 박주임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게 되었죠.

비행기 안에서 박주임이 가지고 있는 꿈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약간 부끄러워하며 말하긴 했지만, 반드시 사장의 자리까지 올라가보고 싶다 하더군요. 깜짝 놀랐습니다. 외모나 행동상으로는 전혀 그럴 것 같아 보이지 않았었거든요.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회사에 들어온 이상 꼭 최고의 자리까지 경험해 보고 싶다며 힘주어 말하더군요. 처음엔 그냥 단순한 하나의 꿈이려니 했습니다. 하지만 같이 지내다보니 이 친구에게 사장이 된다는 것은 단순 목표가 아니라 반드시 이뤄야 할 목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가슴 속에는 그 목표가 야심, 더 나아가 큰 야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박주임 이야기를 들으시던 사장님이 이렇게 말씀을 꺼내시더군요. 물론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도 좋지만 단순히 일에 대한 능력 만으로 사장이 되긴 어렵다고 말이죠. 물론 그렇겠지요. 그러면서 사장이 되기 위해서는 일보다는 다른 어떤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해주시네요. 사장님이 말씀해주신 주신 소위 ‘사장이 되는 법’은 정리하면 크게 2가지였습니다.

하나는 평상시에도 자신의 일뿐 아니라 주변을 살펴 다른 사람의 일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회사를 흔히 ‘조직(組織, organization)’이라 부르는데, 여기서 조직이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분업과 통합의 활동 체계를 갖춘 사회적 단위(social unit)’를 말합니다. 공동의 목표, 분업, 통합이란 단어가 핵심이라 할 수 있죠. 또한 국어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조직은 ‘날실과 씨실로 짠 천의 짜임새’를 의미하는데, 혹시 날실과 씨실의 차이점을 아시나요? 천이나 그물을 짤 때, 세로 방향으로 놓인 실을 날실, 가로 방향으로 놓인 실을 씨실이라고 하는데요, 이 날실과 씨실이 균형을 이루어 촘촘이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좋은 품질, 소위 조직이 좋은 옷감을 얻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반대로 날실과 씨실이 제대로 된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땐 부실한 옷감이 만들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조직 또한 마찬가지죠. 아무리 한 사람의 능력이 뛰어나고 대단할 지라도 함께 어울려지고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하나의 날실 혹은 씨실은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조직의 발전에 방해로 작용될 수도 있어, 최악의 경우에는 버려야만 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도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일도 중요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호흡을 맞춰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조직을 위해서는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 그 사람이 잘 될 수 있도록 진실된 마음으로 도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피라미드는 밑면의 정사각형을 기초로 하여 4개의 삼각형 면이 좁아지며 맨 위에서 하나의 점으로 만나는 사각뿔 형태의 건축물입니다. 이런 피라미드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위의 꼭지점부터 시작해 아래로 내려오며 만들었을까요? 물론 아니겠죠. 기초가 되는 아래의 정사각형 부분을 제대로 만든 후 차곡차곡 위로 쌓아 올라가며 형태를 완성시켰을 겁니다.

자, 한번 생각해볼까요? 피라미드의 맨 위 꼭지점을 사장의 위치라 한다면, 그 자리는 차곡차곡 쌓여진 수많은 개별의 돌들이 아랫 부분을 제대로 받쳐왔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한 사람의 능력 만으로 차지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란 겁니다. 그렇게 본다면 사장이란 조직 내 수 많은 직원들의 희생과 공감, 열정에 의해 그 자리까지 올려진 것이라 할 수 있죠. 한마디로 사장은 내가 잘나서 된 것이 아닌, 직원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사장님은 말씀하시길, 자신은 자신의 능력보다 평상시 다른 사람에 관심을 더 가지고, 나아가 상사든 부하든 그 사람들이 보다 더 잘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네요. 이야기를 듣다보니 40대에 무려 천 억대 부자가 된 사람의 조언이 떠올랐습니다. 한 기자가 그에게 그렇게 큰 부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묻자, 그는 이렇게 3가지를 이야기했다 합니다.

첫째, 약속을 지켜라
둘째, 신용을 얻어라


마지막으로, 거래하는 파트너의 성공 만을 바라보라

어떤가요, 사장님의 조언과 같은 맥락이죠? 물론 사장님이 말씀해주신 2가지만 잘 실천한다고 해서 모두가 사장이 되지는 못할 겁니다. 사장이란 자리는 여기에 더해 기회와 운까지 따라야 할테니까 말이죠. 그렇게 본다면 지금의 사장님은 일에 대한 능력, 주위 사람을 향한 관심, 그들을 잘되게 만들고자 하는 바램과 노력 그리고 절묘한 기회와 행운까지 모두 한바구니에 담을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선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띤 이야기 중에 드디어 주문했던 ‘무밥’이 나왔습니다. 오, 무의 담백한 맛과 약간 알싸한 맛이 막 지은 밥과 어울려 군침을 돌게 하네요. 여기에 이 식당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간장소스를 잘 비벼 한입 뜨니 아~ 맛이 기가 막히네요. 아주 맛있다고 하니, 사장님이 빙긋 웃으며 ‘그렇지?’라고 답해주시는데, 그 미소가 참 좋았습니다. 오늘 맛깔난 무밥과 더불어 사장님과 함께 한 이 짧은 시간이 분명 제 오랜 직장생활 중 잊지 못할 하나의 장면으로 남게 되겠네요. 좋은 추억을 하나 만들어 주신 사장님께 쑥스럽지만, 하트 뿅뿅~을 날립니다...요!^^



차칸양(bang_1999@naver.com) 올림




*****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공지 ***** 

1. [공지] 2017 3rd <변경연 출간기념회> 개최 안내
변화경영연구소에서 개최하는 2017년 3번째 출간기념회가 오는 9월 23일(토) 오후 4시부터 삼각지역 인근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엄마의 글쓰기』의 김정은 작가, 『습관홈트』의 이범용 작가, 『갈림길에서 듣는 시골수업』의 박승오 작가, 이렇게 3명의 작가를 초대해 그들의 짧은 강연과 함께 조촐한 행사를 개최합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2. <1인회사연구소> ‘원데이 창직워크숍’ 참가 안내
변화경영연구소 5기 연구원이자 1인회사연구소 수희향 대표가 진행하는 ‘원데이 창직워크숍’이 한겨레 교육문화센터(신촌)에서 있을 예정입니다. 성격 유형에 맞춰 강점을 살린 컨텐츠로 자신만의 창직을 하고자 하시는 분들에게는 상당히 유익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3. <퇴근길 인문학 교실> 개강 및 참가 신청 안내
예전 구본형선생님께서도 강사로서 인연을 맺으셨던 성천문화재단에서 <퇴근길 인문학 교실>이라는 이름으로 인문학 강좌를 오픈할 예정입니다. ‘한 달 한 권의 고전, 삶에서의 실천’이라는 테마로 직장인의 고전에 대한 교양, 인간관계 그리고 삶의 방향성을 찾고자 하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IP *.122.139.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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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30 09:32:58 *.153.200.103

3개월 만에 사장님과 일대일 식사를 하셨다니 차칸양님이 진정 중요한 직원이신가 봅니다. ^^  (조금은 느끼고 있지만요)

직원들과 독대하며 현장의 소리를 듣고 충성도도 높이는 사장님도 대단하구요!


이렇게 수준높고 이상적인 장면에 놓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차칸양님 참 잘 살아 오셨구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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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1 07:33:43 *.122.139.253

제주 라이프, 잘 지내시죠?^^


돌아가면서 식사를 하기 때문에 중요한 직원은 아니에요.^^

(물론 모든 팀장과 다 하시진 않겠지만요...)


그런데 이렇듯 팀장들과 식사를 하신다는 자체가 대단하신 거지요.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귀찮을 수도 있고 말이죠.

그리고 이런 시간을 나눠주시는 사장님이 참 고마운 분이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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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2 14:34:04 *.39.102.67

이런 사장, 많지 않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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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4 08:32:43 *.122.139.253

그렇지? 이거보면 난 회사 복도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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