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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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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2일 01시 59분 등록

대로변 간판. 야옹아, 멍멍해봐. 웃깁니다. 야옹이라고 외쳐야하는 고양이에게 개처럼 짖어보라니요. 견원지간(犬猿之間)마냥 만나면 서로 으르렁 거리는 관계에서 더구나 말이죠. 생김새에 습성, 기질이 서로 다릅니다. 이 땅에 존재하는 남성과 여성처럼요. 그러기에 상대편 언어로 대화 요구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봄. 여심을 들뜨게 하는 계절. 지름신이 우리의 고왈순 여사님에게 강림하셨습니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택배 기사님의 배달 물품이 대문 앞을 차지하네요. 종목도 다양합니다. 농산물에서 의류, 생활용품까지. 이번엔 뭘까요.

“자기야, 이 모자 어때. 이렇게 창을 내려 햇볕을 가릴 수도 있고 접으면 색깔을 다르게 할 수도 있어.”

바라봅니다. 심드렁. 이럴 때 한마디 거들지 않으면 후일이 염려가 되지요.

“예쁜데.”

짧고 분명한 남편의 한마디. 그것으로 족합니다. 임무완수.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확인사살을 했음에도 여인은 다시 두 번째 모자를 꺼내들며 거울 앞을 돌더니 주섬 얘기를 꺼냅니다.

“자기야, 이 모자는 ~~”

“그래. 디자인도 그렇고 괜찮네. 얼마야.”

조금 더 말을 덧붙인 남자. 본색을 드러냅니다. 궁금. 얼마주고 샀을까요. 그녀는 물음에 대답 없이 마냥 흥에 취해있습니다. 마음은 벌써 다가오는 여행지에 가있군요. 이어서 다시 등장하는 모자.

“이거는 어때. 푸른 계열에 바다 느낌이 나고…….”

서서히 꼭지가 열리는 남자. 예쁘다, 디자인 좋다 나름 호응을 해주었것만 구애는 끝이 없습니다. 짜증이 납니다.

“좋다고 했잖아.”

아니, 한번 말하면 됐지. 도대체 몇 번을 묻는 거야.


미국 워싱턴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부부치료 전문가인 존 가트맨(John Gottman). 35년간 약 3000쌍의 부부를 정기적 추적 연구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릅니다.

“부부싸움의 ‘내용’때문에 이혼하는 것이 아니라 부부싸움의 ‘방식’때문에 헤어진다.”

원인보다는 풀어나가는 방식인 커뮤니케이션 불일치를 지적한 것이죠.

강의중 수강생들에게 질문하나를 해봅니다.

“배우자와의 행복지수는 얼마나 될까요?”

손 사레를 칩니다. 함께 살아온 시간이 많은 분들일수록 그 반응은 격렬합니다. 얼굴 보는 것, 살에 손을 대는 것마저도 몸서리친다는 이도 있습니다. 그들은 점점 멀어지고 있군요.


일반적 남자의 대화는 짧습니다. 직선적. 돌아가지 않습니다. 악센트가 강하고 결론을 요구합니다. 적을 향해 거칠게 멍멍 짖습니다. 내 사람인 경우에는 드물게 꼬리를 흔드는 의지적 노력을 보이기도 합니다.

여자의 대화. 깁니다. 길어도 너무~~~ . 꼬입니다. 피육하고 총알을 쏘면 과녁판에 떨어져야하지만 언제 도착될 지요. 돌고 돕니다. 고양이처럼 자신의 몸을 치장하고 야옹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가와 상대의 애간장을 녹이기도 합니다.

다음 사례를 들여다볼까요.

입사 일 년도 되지 않았건만 무슨 어려움이 있는지 그만두겠다는 사무실 여직원.

“무슨 힘든 일이 있었나봐. 나에게 얘기해주면 안될까?”

“아무 일 없어요. 그냥 쉬고 싶어서요.”

남자 상사. 답답합니다. 팔자 좋은 소리. 너만 쉬고 싶냐. 나도 쉬고 싶다. 메아리는 머릿속으로 똬리를 칩니다.

그녀는 종내 속내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러다 퇴사이후 다른 이를 통해 들려오는 갖가지 사유들. 허허. 아무 일 없다고 해놓고.


남성은 행위의 동물입니다. 일어난 결과에 따른 판단을 내립니다. 여성은 감정의 동물. 과정에서 끊임없이 신호와 메시지를 송신합니다. 남편에게. 상사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나같이 무딘 사람은 당체 여인의 속을 모릅니다.

옷장에 옷이 그득한데도 왜 입을 옷이 없다고 하는지. 무엇 때문에 힘이 드는지.

결국은 서로를 탐색하고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습니다.


야옹 혹은 멍멍. 내짖는 그대 속살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IP *.92.42.135

프로필 이미지
2017.09.02 14:35:22 *.39.102.67

제 반려자는 '어~흥'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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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5 08:51:20 *.158.25.187

참 공감이 가네요.

남성들이 조금만 더 노력하면 여성들과 좀더 좋은 관계를 유지할수있을텐데말이죠.

저두 존가트맨 교수의 연구결과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네요.


글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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