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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3일 21시 43분 등록

파우스트를 읽는 그대에게

 

괴테(1749-1832)

나는 18세기의 사람이거늘 21세기를 살고 있는 자네가 나의 <파우스트>를 읽었다고 하니 그 감상이 어떠한지 궁금하네. 사실 파우스트를 나의 희곡작품으로 만들어 볼 생각은 일찍이 어린 시절부터 품었던 꿈이었네. 그 꿈이 내가 세상의 마지막 빛을 보기 며칠 전에야 이뤄질 거라곤 생각지 못했지. 어찌 되었건 나는 평생에 걸쳐 그 꿈을 이뤘네.  

 

청년: 질풍노도 시기

5(1753) 때 인형극을 통해서 파우스트를 처음 접했던 나는 24(1772) 무렵 집필을 시작했지. 그 시기는 내가 제국 고등법원의 실습생으로서 몇 달 동안 베츨러에 머물렀던 시기인데 당시 자신의 아이를 살해한 죄목으로 프랑크푸르트에서 처형 당한 주잔나 마르가레타 브란트의 재판에 자극 받아 집필하기 시작한 걸세. 그렇게 한창 탄력 받아 집필을 하고 있던 때에 바이마르 공국의 아우구스트 왕이 나를 초청했지 뭔가. 나는 그 때 파우스트를 쓰던 중이기도 했지만 4주 만에 완성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써서 인기가 치솟았을 때이기도 했지. 아우구스트 왕은 나더러 바이마르 공국에서 관리로 일해달라고 부탁했네.


법학과 문학 사이에서 고민했던 나는 또 한번 정치와 문학이라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었네. 고민 끝에 나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네. 정치와 문학은 결국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통하고 아우구스트 왕은 내가 작품활동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고 약속했거든. 그 뒤 무려 12년이나 나는 바이마르 공국에서 정치가이자 행정가로 성장했네. 그런데 어인 일인지 정치와 문학은 점점 멀어져 가더군. 창작을 위한 영감을 얻기는커녕 뭔가를 써야겠다는 의지마저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자 나는 불안해졌네. 

 

장년: 이탈리아 여행(고전주의 준비)

고민 끝에 도망가기로 했지. 38(1786)에 바이마르 공국의 정무에 시달리던 나는 불타는 갑판에서 뛰어 내리듯바이마르를 떠나 이탈리아 여행에 나섰네. 쓰다 만 파우스트를 가방에 넣고 말이지. 그 곳에서 사그라져가는 나의 창작열을 다시 불 지피고 싶었네. 나는 이탈리아의 멋진 예술품과 건축물들을 만든 고대인들을 생각했네. 균형과 조화, 인간애, 바로 이 이상으로 고대의 예술품들이 시대를 뛰어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미를 갖게 된 거 같았지. 그렇다면 나의 작품은? 내가 쓰던 파우스트도 오래도록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보편적인 미가 있을까?

 

그런 질문과 함께 20대 때 써 갈긴 파우스트를 보자니 실망스럽더군. 질풍노도의 감정에 너무 휩싸여 있었지. 20대의 내가 창조한 파우스트는 자기 감정만 중요하게 여길 뿐, 다른 사람, 사회는 어떻게든 상관하지 않는 개인주의자이며 이기주의자일 뿐이었어. 인간은 완전하지 않기에 방황하는 거고 쉽게 악에 빠지는 거다. 그러한 불완전한 인간이 완전한 신을 향해 나아가려면 개인의 감정만 내세울 게 아니라 사회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스스로를 갈고 닦아야 한다. 그런 균형 잡힌 삶이 인간이 지향해야 할 가치인 것이다. 그래, 다시 쓰자!

 

그런 결심과 함께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고 바이마르 공국으로 돌아온 나는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 파우스트를 다시 썼네. 도저히 못 쓰겠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빼고 마녀의 부엌등을 보완하여 <파우스트 단편>이 나오게 되네. 그 때가 내 나이 42(1790)였지.

 

중년: 쉴러와의 만남, 1부의 완성

나는 총 2부로 구성해 1부는 방황하는 파우스트를 그리고, 2부는 파우스트의 최후를 그릴 계획이었네. 그러나 만만치 않아 쓰다 말기를 반복했네. 그런데 49(1797) 무렵 미완성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파우스트 단편>을 읽은 쉴러가 감탄하며 나를 격려하고 독촉하더군. 천재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것 같다나 뭐라나. 이 작품이 완성되는 것을 하루 빨리 보고 싶다고 감탄하면서도 압박했지. 그 친구의 권유와 재촉으로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파우스트를 다시 집필하게 되었고 집중적으로 매달렸지.

 

50세였던 1798년 봄부터 53세였던 1801 4월까지는 오랜 세월에 걸친 파우스트 집필 과정 중 가장 어려운 고비였네. 쉴러는 내가 집필을 영영 중단하지 않을까 염려했고 나도 출판업자 코타에게 이 마녀의 산물이 언제 무르익을지 알 수 없다고 했네. 배째라는 심정이었지. 그 와중에 파우스트 1부를 거의 마무리 하고 2부를 구상하기 시작할 무렵, 1805년 나보다 10살이나 어린 쉴러 그 친구가 46세의 젊은 나이로 먼저 하늘나라로 갔네. 나는 그만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아 신장 산통 등의 질병에 시달렸지. 57세가 되는 1806년 봄에 1부를 완성은 했지만 말일세.

 

노년: 바이런의 죽음, 2부 집필

쉴러의 죽음 이후 오랜 공백이 있었지. 도저히 더 쓸 수가 없었네. 그렇게 17년이 지났네. 함께 했던 친구들은 모두 눈을 감았지. 그 사이 나는 나폴레옹 전쟁(1805-1815) 등을 거치며 혼란과 격변의 시기를 보냈다네.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전쟁과 같은 격랑의 시대를 지나오며 나는 인간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네. 파우스트처럼 최후를 앞두고 나는 문학적만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충분히 깊어졌어.

 

그런데 1824년 영국의 시인 바이런, 그 돈키호테같은 자가 남의 나라 그리스 독립전에서 전사하고 말았지 뭔가. 그에 자극을 받아 제 2부를 위한 펜을 잡았다네. 바이런의 운명에 대해 쓴 2 3막을 기억할 걸세. 그렇게 77(1825)가 되어서야 2부 집필에 몰두할 수 있었고 79(1827)엔 헬레나 장면에 이어, 80(1828) 때 궁중장면을 보완하게 되네. 83(1831)에 드디어 총 12,111행에 이르는 세기의 드라마를 완성하게 되지. 사후에 발표해달라고 부탁하고 내 스스로 원고를 굳게 봉인했네. 그런데 내가 갑갑해서 그만 1832 3월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에 봉인을 뜯고 한번 더 원고를 다듬었지. 그리고 곧 나는 신의 품으로 떠났네. 그렇게 마지막까지 매달린 파우스트는 내가 살았던 시대와 나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라 할 수 있지.

 

파우스트를 읽는 그대에게:

자네는 지금 변화경영연구소의 연구원 과정에 있다고 했지. 연구원들은 모두 일종의 파우스트들이라고 할 수 있겠네. 파우스트는 만족을 모르지, 변화와 성장을 위해 노력하며 나아가려는 인간이란 말이야. 나는 그의 그러한 기질이 좋았어. 파우스트의 과잉 의욕과 충동, 그리고 그 고뇌와 운명이 독일적인 인간상으로 나에게 매우 친근하게 느껴졌지. 하지만 독일적인 인간상만이 아니라 그 인간상을 인류의 보편적 상징으로서, 동시에 나의 이상적인 형상으로 끌어올리기까지는 결국 내 평생의 체험과 끈질긴 노력이 필요했던 것일세. 그러한 보편성이 21세기 한국에서 살아가는 자네의 마음에도 울림을 줄 수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네.

 

또한 나의 끈질긴 집필에는 쉴러의 격려와 재촉이 컸네. 자네도 그러한 도반이 있는가? 우정 어린 경쟁을 할 수 있는 도반 말일세. 때로는 시기와 질투도 하겠지만 동시에 격려와 응원을 하는 그런 도반이 있는가? 자네의 글에서 천재의 숨결이 날뛰는 거 같다며 거짓말을 하는 메피스토같은 도반이 있는가 말일세. 60여 년에 걸쳐 완성한 나의 파우스트를 읽었다면 계몽주의 사상에 반란의 기치를 높이 들었던 청년의 나, 그리스 로마의 고전적인 아름다움에 취했던 장년의 나, 사회주의적인 이상향을 펼치려 했던 말년의 나의 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걸세. 자네는 그렇게 시대와 더불어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나? 그렇지 않다면, 내 오늘 자네 곁에 메피스토를 붙여 주겠네. 주님이 나에게 그랬듯이.

 

내 마음 속 책갈피

 

 

2

 

높고 둥근 천장의 고딕식 좁은 방

 

345 거미줄도 늘었구나.

시간의 흐름과 방치를 드러내는 거미줄. 평소에 사물의 특성을 눈 여겨 분위기 표현에 활용할 것.

 

346 저것을 보니 언젠가 내가 그 소년 학생에게

교훈을 베푼 장난이 생각난다. 그 소년은,

청년이 되었어도 여전히 내가 가르쳐 준 것을 되씹고 있을 테지.

 

347 씨만 뿌려 놓으면 언젠가는 수확을 거두는 법이다.

악마들도 그렇다.

 

348 도망을 칠까? 버티어 볼까?

, 나는 어떻게 될 것인가!

Voice or Exit.

 

350 독창의 재능은 오직 그분 한 분이란 말일세.

내가 지향하는 키워드는 독창과 개성. 독창의 재능은 오직 신에게만 있으니 신을 닮아보겠다는 것은 신에 대한 도전. 예술가들은 감히 그러한 도전을 하는 종족.

 

350 대체 지금 성시(星時)는 어느 때쯤일까요?

 

351 나는 그 일의 성공을 촉진시켜 주려 온 사람일세.

자신감 끝판왕. 이런 악마가 곁에 있다면 유혹이 되긴 하겠다.

 

353 우리는 옛날과 같은 장소에서 만났습니다만,

새 세대의 흐름을 잘 생각하셔서

애매한 말씀은 삼가해 주십시오.

 

354 배우는 데는 물론 때라는 것이 있네.

자네는 벌써 남을 가르칠 나이가 되었군.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렀으니

자네도 제법 풍부한 경험을 쌓았을 것으로 아네.

 

354 경험이라고요! 그 따위는 거품 아니면 연기지요.

정신과는 격이 워낙 다릅니다.

솔직하게 털어놓으시죠! 여태까지의 인간의 지식은

전혀 알 만한 가치조차 없는 것이었다고 말이에요.

나는 경험을 높이 치는 사람인데, 거품 아니면 연기라.

어떤 의미에서 인간의 지식은 가치가 없다고 한 걸까.

 

355 독일인으로서 지나친 공손은 거짓과 통한다고 하죠.

예전에 TV에서 봤는데 장사를 오래 한 어떤 할머니가 아들한테 말하길, “지나친 친절은 사기야!”

그 할머니가 참 정직해 보이더라.

 

356 나는 내 영의 소리에 따라

자유로이, 즐겁게 내면의 빛을 따라가

광명을 가슴에 안고 암흑을 등지고서

독자적인 황홀경에 몸을 적시며 씩씩하게 나아가는 것입니다. (퇴장).

 

356 모름지기 선인들이 기왕에 생각지 못한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 네놈도 얼마나 마음이 쓰리겠나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 그러니 새로운 발견이나 발명에 대한 로망은 집어 치우되 재해석에 힘을 쏟자. 재해석은 자신의 삶을 개성적으로 살 때 독창적 재해석, 하늘 아래 또 다른 새로움이 될 수 있다. ‘독자적인 황홀경에 몸을 적시며살아라.

 

357 악마는 나이를 먹었단 말이오.

당신들도 나이를 먹으면 악마를 이해할 수 있으리오.

 

358 성운(星運)이 좋은 때 찾아오셨습니다.

 

358 (더욱 나직하게) 사람을 만들어 냅니다.

바로 전에는 성운이 좋은 때찾아왔다고 하더니 지금은 사람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바그너는 중세 신비주의와 근대 과학이 공존하는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

 

358 , 천만의 말씀을! 지금까지 유행하던 출산 방법은

순전히 엉터리 같은 장난이라고 우리는 선언합니다.

생명이 튀어나오는 오묘한 결합점이라든가,

체내에서 충동으로 치밀고 나와서 받거니 주거니 하여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본떠 내는 자혜의 힘이라든가,

처음에는 내부의 것으로 다음에는 외부의 것으로 생장하는

그 수태 따위는 이제 엄숙도 신성도 아닙니다.

동물은 이후에도 역시 그런 짓을 즐길지 모르나

모름지기 위대한 천분을 타고난 인간이라면

장차는 좀 더 고원한 출생이 필요합니다.

자연분만, 제왕절개, 인공수정, 시험관 아기.

엄숙과 신성을 벗어난 미래 인류의 좀 더 고원한 출생은 어떤 형태가 될까?

 

359 인간의 원료를 빚어내서

시험관 속에 넣고 밀봉합니다.

그것을 알맞게 증류합니다.

그렇게 해서 남모르게 일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증류! 유기화학의 등장.

나는 신이 빚어낼 때 불은 4T, 물과 바람은 각 1T, 흙은 살짝 뿌려 시험관에 넣었을까.

인간의 원료라는 말에 시선이 간다. 신비와 과학이 계속 엉긴다.

 

359 인간이 자연의 신비라고 찬양해 오던 것을,

우리는 오성의 힘으로 감히 해결한 것입니다.

그리고 자연이 종래에 유기적으로 빚어낸 것을

우리는 결정시켜서 만들어 낸 것입니다.

과학자의 도전. 근대 과학이 태동하는 흔적.

 

359 오래 살면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마련인데

이 세상엔 새로운 것이라곤 하나도 일어나지 않는군요.

나는 예전에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을 무렵에

결정으로 이루어진 사회를 본 일이 있습니다.

메피스토가 말하는 결정으로 이루어진 사회는 어떤 사회를 말하는 걸까? ‘예전에여기 저기 미래사회를 돌아다닌 걸까? 거기에서 자연이 유기적으로 빚어낸 것이 아닌 인공지능으로 이루어지고 운영되는 사회를 본 걸까? 그래서 근대의 이러한 과학도 이미 이 세상의 관점에서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뜻인가?

 

359 위대한 계획이란

처음에는 미친 지랄처럼 보이지만

이제 장차 우연이란 것을 비웃을 시대가 올 것입니다.

그리고 훌륭한 사고하는 뇌수 같은 것,

장차는 학자에 의해 만들어질 것입니다.

시의 예언능력! 사고하는 뇌수=인공지능.

 

360 사물의 속성에 대해서 말씀드리지만,

자연 그것들에겐 우주라도 좁지만,

인공의 것은 한정된 공간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신의 창조는 경계를 알 수 없는 혼돈 속에서 이루어졌으나

인간의 창조는 시험관 같은 한정된 공간이 필요하다.

신과 인간의 창의적 공간의 이러한 차이가 의미하는 바가 무얼까.

 

363 그럴 테지요, 당신은 북녘에서

암흑 시대라 불리는 중세에 자라났고,

기사들과 중들이 들끓어 대는 속에서 태어났으니,

어떻게 당신의 눈이 트일 수 있었겠어요!

암흑 세계만이 당신의 정든 곳일 수밖에 없지요.

 

366 처방대로 생명의 원소를 모아,

조심해서 하나하나 조합해 보세요.

무엇을도 중요하지만 어떻게할 것인가를 더욱 생각하세요.

그동안 나는 세상의 일부를 두루 돌아보며

최후의 완성을 스스로 이룩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되면 위대한 목적은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만한 노력을 하면 그만한 보수가 주어지는 법이죠.

황금, 명예, 명성, 불로 장수,

그리고 학문과 아마 덕성까지도 얻을 수 있겠죠.

그럼 안녕히 계십쇼.

파우스트를 통해서건 호문쿨루스를 통해서건 괴테는 방랑과 노력의 가치를 이야기 하고 싶은 듯.

방랑수업을 통해서 불로 장수와 덕성까지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젠틀맨이란 말은 괴테 시대 유행했던 그랜드 투어에서 왔다고도 하던데.

그러나 저러나 나의 생명 원소의 처방전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그러한 처방전을 알고 싶은 욕망이 뿌리를 알고자 하는 욕망이 되는 것이고

과학자에게는 유전자 지도를 그려내고자 하는 욕망이 되는 것.

 

367 결국 우리는 자기가 만들어 낸

인간들한테 끌려 다니게 마련이군.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인공지능처럼.

 

367 마음속의 자아를 다스릴 줄 모르는 자일수록,

자기의 오만한 뜻 그대로 이웃의 의지를 지배하려 들지요……

 

368 이쪽에서 폼페이우스가 지나간 위대한 영광의 날을 꿈꾸고 있을 때

저쪽에서는 카이사르가 흔들거리는 운명의 저울처럼 기웃거리며 밤을 새웠지요.

결판이 날 것은 물론이지요. 어느 쪽이 이겼는지는 세상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369 옛 이야기의 나라에서 생명을 찾는 사람이니까.

이탈리아 여행을 하며 시대를 초월하는 생명력을 파우스트에 불어 넣을 생각을 한 괴테.

그리스 신화에서 파우스트의 생명을 찾다.

 

371 그런데 우리가 행복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각자가 모닥불을 돌아다니며

스스로 모험을 보는 수밖에 없겠구먼.

 

371 잠자고 있던 나에게 새로운 정신이 불타오르자,

나는 대지에 닿아 힘을 얻은 안타이오스와도 같이 여기 땅에 섰노라.

그리고 여기 어떤 기괴한 것이 한데 모여 있다 해도,

나는 진정 이 불길의 미로를 찾아다니지 않을 수 없다. (퇴장.)

 

374 당신 자신의 이야기를 해보세요. 그러면 그것이 벌써 수수께끼지요.

당신을 자세하게 풀어 보도록 하세요.

착한 이에게도 악한 이에게도 필요한 것으로서

착한 이한테는 금욕을 위한 싸움의 과녁이 되고

악한 이한테는 추태를 연출할 때의 친구가 되는 것,

그리고 그 어느 것이건 오로지 제우스 신을 즐겁게 하기 위한 것.’

나를 정의하고 나를 풀어 본다면? 그게 벌써 수수께끼래.

 

76 귓전은 간지럽게 할지 모르지만,

가슴 속까지는 스며들지 않는다.

 

379 민족들의 최후의 심판을 보려고

우리는 피라미드 앞에 앉았습니다.

홍수건 전쟁이건 또한 평화건

우리는 상 한 번 찡그리지 않았습니다.

그레첸의 심판, 파우스트의 심판에 이어

언젠가 인류 최후의 심판의 날도 오겠지.

그에 앞서 내 영혼의 심판도 올 것이고.

그 날을 보기 위해 바로 지금 여기에서

내 인생을 지켜보는 스핑크스의 눈은 어디 있을까.

 

380 이것은 꿈일까? 아니면 추억일까?

 

383 제자란 것은 배우지 않은 것이나 진배 없어,

끝내는 누구나 제멋대로 훌륭해지는 법이지.

나의 아이들도 그저 이렇게 제멋대로 훌륭해지길.

 

384 우선 아르고 선에 탔던 용사들은

모두가 나름대로 훌륭하였고,

자기가 지난 역량을 좇아

서로 모자라는 점을 보충해 주었던 것이오.

넘쳐흐르는 청춘의 힘과 아름다움에서는,

언제나 디오스쿠로이 형제가 제일이고

결의에 찬 행동으로 언제나 자기편을 구해 낸 공적은

보레아스의 자식들의 훌륭한 몫이었지요.

그리고 신중하고 힘세며 총명하고 지략이 무궁하고,

게다가 여인에게 인기가 있던 것은 이아손이었소.

그리고 오르페우스는 화사하고 늘 얌전하여,

어느 누구보다도 뛰어나게 칠현금을 뜯었지요.

눈이 날카로운 린케우스는 밤낮없이

암흑과 절벽을 감시하여 무사히 배를 몰았으며,

협력해서 위험을 벗어날 수가 있었죠.

한 사람이 일하면 다른 사람은 모두 칭찬하더란 말이오.

우선 블리븐 선에 탔던 용사들은

모두가 나름대로 훌륭하였고,

자기가 지닌 역량을 좇아

서로 모자라는 점을 보충해 주었던 것이오.

넘쳐흐르는 유머감각과 사람들을 묶는 힘에서는

언제나 디오니송스와 뚱냥 형제가 제일이고

결의에 찬 행동으로 언제나 자기편을 구해 낸 공적은

원탁의 기사 모닝의 훌륭한 몫이었지요.

그리고 신중하고 힘세며 총명하고 지략이 무궁하고,

게다가 여인에게 인기가 있던 것은 기상 아이네이아스였소.

그리고 아켈로스는 화사하고 흐르는 물결처럼 늘 생동감이 있어

어느 누구보다도 뛰어나게 밸리댄스를 추었지요.

손이 빠른 티올은

속사포와 같은 말투 속에서 단어를 하나도 빠짐없이 잡아 내어 기록을 하였고

마고여왕과 협력해서 배가 산으로 가는 위험을 벗어날 수가 있었죠.

한 사람이 일하면 다른 사람은 모두 칭찬하더란 말이오.

당신들은 이러한 도반이 있습니까?

 

385 내가 찬양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란 오직

즐겁고 인생을 즐기는 데서 솟아나오는 모습이오.

 

386 시인이란 제멋대로 그려서 내놓는지라

언제 어른이 되었다든지 늙은이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없이

언제 보아도 군침이 넘어가는 모습을 하고 있어,

어려서도 꼬임에 빠지고 늙어서도 청혼을 받는 법,

요컨대 시인은 시간에 속박당하는 일은 없지.

괴테도 자기가 제멋대로 그려서 내놓고 있음을 알고 있구만.

파우스트 1부 보면 그레첸의 임신과 아이의 죽음이 광속도로 전개됨.

서론생략 본론이 아니라 본론생략 결론임. 그것이 시인들의 작법인가.

시인은 시간에 속박당하는 일은 없다.

그저 애벌레를 보고 나비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것이다.

과거, 현재, 미래를 함께 보는 시인의 속도감.

시인에게 있어 시간은 시간의 흐름이 아닌 시간의 뭉침.

3D 영화를 보려면 그에 맞는 안경을 써야 하듯 시인의 작법을 읽는 독법이 필요하다.

그러한 독법을 훈련하는 와중에 우리는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깨닫게 될 것.

 

388 거룩한 샘이 지닌 경험을 버리지 마시오.

노인들은 거룩한 샘이 넘치는 사람들.

 

389 그런 불가능한 것을 탐내는 사람이 저는 좋아요.

知其不可而爲之者(지기불가이위지자). 안되는 줄 알면서도 기어코 그것을 하려는 자.

공자를 표현하는 말인데 그런 면에서 공자 역시 동양버전의 파우스트 유형이라 하겠다.

 

396 누가 우리를 구할 것인가?

우리가 쇠붙이를 마련해 오면

저놈들은 쇠사슬을 만들어 내는데

하지만 뿌리치고 달아나기엔

아직도 시간은 멀었으니

고분고분 참는 것이 좋으리라!

 

403 나는 여기저기를 떠돌았소이다.

어떻게든 완전한 의미로 생성하고 싶소이다.

이 유리를 깨뜨리고 나오고 싶어 못 견디겠소이다.

그러나 내가 지금까지 본 바로는

어디고 뛰어나오고 싶은 곳이 없었소이다.

머물고 싶은 공간이 없다. 파우스는 순간이여, 멈춰라라는 말과 함께 삶을 마감하였고

호문쿨루스는 순간이여, 멈춰라라는 말과 함께 삶을 시작하고자 한다.

뛰어들고 싶은 바로 그 아름다운 생과 사의 순간.

 

404 하지만 자네도 헤매지 않으면 현명해지지는 못하네.

완전히 생성코자 하려면 혼자 힘으로 해보는 거지.

헤매고 방황하라.

 

404 저 자신도 발생을 원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404 자연이나 그 자연의 생생한 변화도

낮이나 밤이나 혹은 시간에 한정되고 있지 않네.

자연은 만물을 법칙에 따라 형성하는 것으로서,

위대한 것 속에도 폭력이란 없는 법일세.

 

405 자네는 은둔자처럼 답답한 생활만 하고,

한 번도 위대한 것을 얻고자 노력을 하지 않는데,

혹시 인간의 지배자가 되고 싶지는 않나?

그렇다면 자네를 그들의 국왕으로 추대해 주겠네.

은둔자처럼 답답한 생활만 하고, 위대한 것을 얻고자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의 나랑 비슷한 것 같다. 나는 지금이 멈추었으면 하는 순간이다.

지배자니 국왕이니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이야.

 

407 하긴 솔직히 말해서 지금은 미치게 되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408 여기서는 지옥의 고뇌와 불길을 무엇으로 불러일으키는지

조사해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이러한 호기심 어린 대사는 메피스토답지 않다.

이 대사 쓸 때 괴테가 궁금했던 모양.

 

410 입을 닥쳐요, 욕심을 내게 하지 마세요!

 

414 저놈들이 신들의 영역까지 도달하려고 애를 쓰지만,

결국은 제 자신밖에는 닿을 수 없는 저주받은 것들이지.

신이 되고자 하는 호모 사피엔스

 

415 이런 트로이의 심판 날은 시구로 엮어져서

천 년 후에까지 전해져 무서운 사실이 되었지.

 

417 어떻게 하면 이룩되고, 또 모습을 바꾸게 되는지를,

생성과 변화.

 

423 그러나 모든 신의 힘찬 모습을 처음에

품위 있는 인간의 모습으로 만든 것은 우리들이지요.

 

424 땅 위에서 하는 짓은 무엇을 해도

결국은 헛수고에 그치는 것이다.

살아가는 데는 물결이 더욱 소용에 닿는다네.

자네를 영원한 물의 세계로 데려가는 것은

프로테우스의 돌고래란 말일세.

 

425 수천 아니 수만의 형태를 거쳐서

인간이 되기까지엔 시간이 걸릴걸세.

 

425 정신만의 인간으로 넓은 물의 세계로 가자.

올해 초 내가 생각한 정신적 유목민, 책으로 하는 세계여행이 이런 맥락.

육체와 물리적 공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 정신의 여행.

 

429 하지만 단 한 번 바라본 즐거움으로도

넉넉히 일년은 메워 줄 수 있으리라.

 

3

 

스파르타에 있는 메넬라오스 왕의 궁전 앞

 

433 그러나 자기에 관해서 있는 일, 없는 일, 마구 늘여서 이야기가 소설처럼 되어 버리면 누구나 듣기가 싫은 법이죠.

 

436 길이건 흉이건 느닷없이

인간에게 닥쳐오게 마련입니다.

미리 알게 되어도 인간은 믿지 않지요.

트로이는 불타 없어지고, 우리는 목전에서,

죽음을, 그 치욕의 죽음을 보지 않았습니까?

 

450 하지만 어떤 뜻하지 않은 위험이 닥치더라도

정신을 가다듬고 기운을 차리는 것이 여왕으로서 인간으로서 어울리는 태도겠지.

요새 몸이 좋지 않다 보니 마음이 가라앉는 게 사실인데

어차피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계속 마주해야 할 장면들의 3막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정신을 가다듬고 기운을 차리는 것이 인간으로서 엄마로서 어울리는 태도겠지.

 

459 우리들은 사로잡혔어요! 전에 겪지 못한 식으로 사로잡혔어요.

 

464 눈도 가슴도 여신을 향하고

부드러운 빛을 마셨습니다.

눈이 부신 이 아름다움이

불쌍한 저의 눈을 완전히 어둡게 하였습니다.

 

465 저를 죽이겠다고 협박하십시오.

아름다우신 모습이 온갖 원망을 없애 줍니다.

예쁘면 용서된다.

 

465 나 때문에 일어난 잘못을 내가 벌할 수는 없어요.

슬픕니다. 이내 몸이! 어디를 가나 사내들의

가슴을 이렇게 유혹해서, 자기 자신도

그 밖의 귀한 소임마저 등한시하게 하다니

얼마나 혹독한 운명이 저를 따라다니는지요.

반신들, 영웅들, 여러 신들, 아니 악령들까지도 나를 빼앗고,

유혹하고 쟁탈전을 벌이고 이리저리 잡아채어,

안 간 데 없이 이리저리 끌고 다녔습니다.

홀몸으론 세상을 어지럽혔고, 이중의 몸으론 더욱 심했으며,

이제 삼중, 사중의 몸이 되어 재앙에 재앙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 착한 사람을 데려다가 풀어 주십시오!

신에게 유혹당한 사람이 어찌 치욕을 받겠습니까?

분명 안된 운명이긴 한데 뭔가 공주병스러운 말투 때문에 감정이입이 잘 안됨.

 

467 처음에 저는 무엇이었죠? 지금은 무엇이죠?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하면 될까요?

나도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다.

 

470 보시는 눈길에는, 거룩하신 분이 어지럽지 않도록

그지없는 빛을 스치도록 하여라!

 

471 이야기가 하고 싶습니다. 어서 이리

제 곁으로 올라오세요. 여기 빈 자리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면 제 자리도 안정될 것입니다.

 

471 숭배자와 하인과 수호자를,

이 한 몸에 겸한 사람으로서 저를 받아 주십시오!

 

472 대체 어떻게 하면 저도 그렇게 아름답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472 아주 쉬운 일입니다. 가슴에서 우러나면 되지요.

그리고 가슴에 그리운 정이 넘쳐 흐르면

돌아보고 묻지요

 

473 저는 아주 멀리 있는 듯해도 가까이 있는 듯 느껴요.

하여간 기꺼이 말하겠어요. 나는 여기 있다, 여기 있다고.

 

473 이 둘도 없는 이 운명을 너무 따지지 마십시오.

사는 것은 의무이지요. 비록 순간일망정.

 

474 만일 아름다운 사신일지라도 불행한 소식을 가져오면 추악해 보이는 법인데,

그렇지 않아도 추한 그대는 좋지 않은 전갈만 가져오는구나.

산통 깨져 잡쳤다는 표정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

 

480 여기서는 생활에 흡족한 기분이 대대로 이어 내려와

볼에도 입에도 즐거운 기운만이 감돈다.

누구나 제자리에서 불사신이 되어,

모두가 만족하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

 

이렇게 깨끗한 나날을 보내며 귀여운 아이들은,

자라나서 아버지로서의 힘을 얻게 된다.

우리는 그것을 그저 놀랄 뿐이며 그들이

신인지, 아니면 인간인지, 언제까지고 의심하게 된다.

 

그래서 아폴론도 목동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며,

제일 아름다운 목동은 아폴론과 닮았던 것이다.

자연의 순수한 테두리를 지키고 다스리며는

온갖 세계가 서로 연결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이러한 삶을 살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가능한 자연을 많이 접할 수 있도록 했고.

유년시절의 이러한 경험과 추억이 앞으로 행복한 인간으로서의 힘을 키우는 거름이 되길.

능력이 아닌 행복체감력이라고 이름 붙일까.

 

483 얼마든지 마음대로 뛰어라.

그러나 공중을 날지는 말아라. 너는 자유로이 날아서는 안된다.

 

487 인간답게 복을 누리기 위하여

사랑은 고결한 두 사람을 가깝게 합니다.

하지만 신과 같은 황홀감을 주려면

사랑은 세 사람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 놓지요.

신과 같은 황홀감이라 함은 생명의 탄생을 말하는 것인가.

이렇게 보니 내가 생명을 탄생시켰다는 것은 새삼 대단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생명의 탄생은 동물적인 것인가 신적인 것인가.

 

487 여러 해에 걸친 즐거운 생활이

아드님의 모습에 온화하게 반영되어,

이 두 부부 위에 모입니다. , 이 결합이 얼마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가!

이 표현 너무 좋다. 부모와 함께 한 여러 해에 걸친 즐거운 생활이

우리 아이들 모습에 온화하게 반영되길.

벌써 7-8년을 함께 했고 아이들이 둥지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건 앞으로 고작 10년 남짓이다.

10년을 우리 넷이 함께 하는 즐거운 생활로 채우자.

 

488 세 사람의 매듭이 곧

풀어질까 겁이 납니다.

나도 이런 두려움이 있다. 매듭이 느슨해질지언정 풀어지진 않길.

매듭을 튼튼하게 하는 것은 사랑과 건강이다.

건강유지,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가족 간에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보다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갖도록 노력하자.

 

488 억제해 다오!

지나치게 발랄한

억센 충동을

어버이를 위해 억제해 다오!

소박하고 평화롭게, 이 숲 속의

한가로운 고장의 자랑이 되어 다오!

질풍노도 시기의 괴테였다면 지나치게 발랄한 충동을 찬양했을 터인데.

나 역시 그렇다. 젊을 때엔 죽기밖에 더하겠어?였지만

부모가 되면서 오히려 겁이 많아졌고 몸 사린다.

괴테의 아들이 괴테보다 먼저 죽었는데

이 장면을 쓸 때엔 아들 생전인지 사후인지 궁금.  

 

489 즐거운 무리들의 주위를

빙빙 돌아다니는 게 훨씬 편합니다.

가락은 이만하면 좋을까요?

몸짓은 이러면 되는 것일까요?

 

490 쉽사리 얻을 수 있는 것은

내 마음에 거슬린다.

억지로 얻을 수 있는 것만이

무엇보다 내게는 즐거운 것이다.

 

491 거역하는 가슴을 끌어안고서,

싫어하는 입에다 입을 맞추고,

힘과 의지를 보여 줄 테다.

 

499 저는 재능을 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옷은 빌려 줄 수 있으니까요.

 

503 구름은 방황하고 물결치며 변화무쌍하다.

한데 어떤 모습을 나타내려는 듯 싶다. – 그렇다 잘못 본 것은 아니다.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이 구름과 같을까. 방황하고 흔들리며 변화무쌍하다.

그리고 그 와중에 어떤 일순의 모습을 빚어내기도 한다.

 

506 이 지방에는 딴 곳에서 온 수천 관의 바위 덩이가 깔려 있죠.

누가 그것을 던진 힘을 알아내겠습니까.

철학자 따위는 해석을 못 내립니다.

 

507 그런 건 아무래도 좋소! 자연 같은 건 아무래도 좋소.

중요한 점은 악마가 그 일에 한몫 끼었다는 사실이죠.

악마가 자연에 무슨 짓을 한 건가.  

 

509 지배하고 소유하는 것이다.

사업이 일체이며, 명성은 필요 없다

자본주의를 말하는가. 시대의 흔적이 대사에서 드러난다.

학자 파우스트가 사업가 파우스트로.

 

509 그래도 시인이란 자가 나타나서

후세에 당신의 영광을 전하고

어리석은 이야기로 어리석은 일에 불을 지를 겁니다.

 

510 횡포한 아무 목적도 없는 자연의 힘이다!

그때 내 정신은 감히 자신을 뛰어넘고 말았지.

여기서 나는 싸우고 싶다. 나는 이것을 이기고 싶다.

힘은 있으나 그 힘을 어디에 쓰려는 목적이 없는 자연.

비생산적이고 비실용적인 자연의 힘.

그 힘에 이글거리는 도전의 눈을 보내는 파우스트, 인간.

 

512 이것이 내 소원일세. , 이 일을 촉진시켜 주게.

 

512 전쟁이건 평화이건 간에 어떻게 하든

자기의 이익이 되는 것을 끌어내는 노력이 현명하오.

어떤 유리한 순간이든 정신을 차리고 기다려야해요.

기회는 왔소이다. , 파우스트 선생, 놓치면 안 됩니다.

리스크니 기회니 이런 말들이 생각해보면 전략, 마케팅 등에서 특히 쓰이는 듯.

 

528 자연이 우리를 향해서

너무나 이상한 것을 긁어모아 주는 것은

누구의 혜택인지 말해 보게나?

 

5

 

확 트인 지방

 

553 매립한 땅덩이 따위를 믿으면 안되요.

정든 이 언덕을 고집해야 되요.

매립한 땅덩이는 부동산과 같은 재산의 의미가 들어가 있고

정든 이 언덕은 말 그대로 대지, 토지, 고향 등의 뉘앙스.

언덕을 고집해야 하는데 땅덩이에 집착하고 있는 우리들.

 

555 자유로운 바다는 정신도 자유롭게 만드는 법,

바다에서 어느 놈이 사리 분별을 찾는단 말이냐!

무엇이든 잽싸게 움켜쥐면 그만이지.

메피스토 참 말 잘한다. 악마의 화술.

캐릭터 상으로는 메피스토가 매력적이긴 하다.

 

556 힘이 있으면 권리도 쥐는 법,

무엇을 나꾸느냐가 문제지, 어떻게 잡느냐는 문제가 아니다.

 

558 멀리까지 시야가 트이도록 해서

내가 이룩한 일체의 사업을 바라보고,

현명한 뜻을 가지고

백성들의 넓은 복지의 땅을 마련한,

인간 정신의 걸작

한눈에 내다보고 싶단 말이다.

사업의 결과물은 인간 정신의 걸작이 될 수 없다. 그런데 문득 왜 안될까 싶다.

이상향을 건설하고자 하는 인간의 위대하고 착한 욕망이 있어왔다. 하지만 다 실패했어.

신도 하지 못한 이상향을 감히 인간 너희들이 할 수는 없다는 신의 의지가 개입된 걸까.

인간 정신의 걸작은 오직 미술, 음악, 문학작품과 같은 예술의 영역에서만 허용되는 겐가.

 

560 반항과 고집 때문에

어떤 훌륭한 성공도 이지러진다.

그래서 심각하고 무서운 고통을 느끼는 나머지,

정의를 유지하려는 마음도 지쳐 버리고 마는 것이다.

 

564 그런 경우엔 흔히 그렇지만

말은 전혀 들리지 않았고, 들으려고도 안 했죠.

하지만 우리는 지체하지 않고

당장 그것들을 몰아내 버렸지요.           

노인 내외는 별로 괴로워하지는 않고

놀란 나머지 넋을 잃고 쓰러졌지요.

그곳에 숨어 있던 어떤 나그네 녀석이

싸우려고 덤비다가 뻗어 버렸지요.

잠깐 동안 맹렬히 싸우는 사이에

숯불이 온통 사면에 흩어져서

지푸라기에 붙어 버렸단 말이오. 그러자 불은 제멋대로 타올라

그 세 사람은 화형을 당한 꼴이 되었지요.

용산참사가 생각난다. 용산참사만일까.

노부부의 선행을 잊지 않은 나그네의 방문.

인간적인 아름다운 이야기가 불 속에서 모두 타서 재가 되어 버렸다.

이런 희생 위에 진행되는 건설이 무슨 의미가 있나.

 

565 성급한 명령이 성급하게 실행되었다

저것은 무엇일까, 그림자처럼 떠오르는 것은?

 

567 어떻게든지 나의 갈 길에서 마법을 제거하고

주문 따위는 이제 송두리째 잊고 싶구나.

자연이여! 내가 한 사람의 사나이로서 그대 앞에 나설 수가 있다면,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보람이 있으련만.

장을 보고 오면 여러 포장으로 인해 쓰레기가 금새 쌓인다.

사는 게 환경오염이구나 싶더라.

요새는 닭이나 계란을 먹지 않고

가능한 육식도 하지 않으려 하지만, 먹고 사는 게 다 죄다.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보람은 커녕 미안함이 더 크다.

 

568 그보다 이 땅에 확고부동하게 발을 붙이고 주위를 돌아보아라.

유능한 인간에게 이 세계는 침묵하지 않으리라.

무엇 때문에 영원의 천국으로 헤매어 들어갈 필요가 있을까?

자기가 인식하는 것은 손아귀에 넣을 수가 있는 법.

이렇게 해서 이 땅 위의 나날을 보내면 된다.

유령이 나돌아도 내 갈 길만 갈 것이다.

앞으로 나가는 데는 고통도 있고 낙도 있을 테지.

어떤 순간에도 만족을 못하게 때문이다.

원문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나중에 시간되면 확인.

유능한 인간에게à노력하는 인간에게가 될 때 뜻이 더 자연스럽다.

그나저나 파우스트의 직진본능. 나는 이해 못한다.

그저 노력하는 삶이라고 박수를 치지는 못하겠다.

 

569 행도 불행도 다같이 화근이 되어

풍족한 가운데 허기질 것입니다.

기쁨이건 괴로움이건

모조리 내일로 밀어붙이고

오로지 앞날만을 기대할 뿐

완성이라고는 없을 것입니다.

 

570 인간은 일생 동안 장님이란 말이오.

그러니 파우스트 선생. 당신도 장님이 되세요.

 

570 (눈이 먼다.) 밤이 점점 깊어지는 것 같구나.

하지만 마음속은 밝은 빛이 빛나고 있다.

헬레나의 눈부신 아름다움에 눈이 멀었다고 앞서 표현했던 거 같은데

이젠 눈이 멀어 마음 속에 눈부신 빛이 들어왔다.

 

572 이 지대한 사업을 완성하려면

천 개의 손을 부리는 정신이면 충분하다.

 

573 나도 젊고 팔팔하고 사랑을 했을 때는

생각하면 어지간히 재미도 보았다.

즐거운 소리가 나고 신이 나게 돌아가면,

내 발길은 저절로 그쪽으로 갔더란다.

 

하지만 음흉한 늙음이 찾아 들더니

가시 지팡이로 나를 후려쳤단다.

나는 묘지 문전에서 비틀거리며 넘어졌는데

어쩌자고 그 문은 마침 열려 있었는지?

이 표현 재미있다. 이걸 쓸 때의 괴테는 몇 세였을까?

묘지 문전에서 비틀거렸는데 하필이면/마침 그 문이 열려 있었다라.

 

575 인간의 예지의 최후의 말은 이렇다

자유와 생명은 날마다 싸워서 차지하는 자만이

그것은 누릴 만한 값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 여기서는 아이고 어른이고 노인이고 간에,

위험에 둘러싸여 유익한 세월을 보내는 것이다.

나는 그러한 인간의 집단을 바라보며

자유로운 땅에 자유로운 백성과 살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나는 순간을 향해 이렇게 부르짖어도 좋을 것이다.

멈춰 서라, 너는 진정 아름답구나!”

내가 이 세상에서 남겨 놓은 흔적은

이제 영구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드높은 행복을 예감하면서,

나는 이제 지고의 순간을 즐기는 것이다.

괴테는 노력에 방점을 찍는 거 같다.

자유와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차지하라 하고.

 

576 이 친구는 어떤 향락과 행운에도 만족을 못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줄곧 찾아 헤매고

최후의 하찮은 허망한 순간을,

이 불쌍한 놈은 붙잡아 두고자 원했다.

내게는 억세게도 항거를 한 놈이지만

때로는 이기지 못해 늙은 것이 여기 누웠구나.

시계는 멎었다

 

578 목숨이란 잠깐 동안 빌렸던 것이라오.

빚쟁이들이 수없이 득실거려요.

 

593 언제나 노력하며 애쓰는 자를

우리는 구할 수가 있습니다.”

 

594 우리가 꽃을 뿌리니 악이 물러났습니다.

우리들의 꽃을 던지니 악마들은 달아났습니다.

낯익은 지옥의 형벌 대신에

악마들은 사랑의 고통을 받았던 것이지요.

그 늙은 악마의 대장까지도

쑤시는 고통으로 온몸이 타올랐지요.

만세를 부릅시다. 성공을 했으니까요.

악마를 이기는 무기로서의 사랑.

사랑 없는 지식, 사랑 없는 진보에 목매달지 말고

사랑하며 살아라. 사랑이 너를 구원하리라.

 

600 일체의 무상한 것은,

한낱 비유일 뿐,

미칠 수 없는 것

여기에 실현되고

말할 수 없는 것

여기에 이룩되었네.

영원한 여성은

우리를 인도한다.

원문은 Das ewig Weibliche zieht uns hinan으로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끈다가 더 알려진 번역인 거 같은데

이 분은 영원한 여성이라고 했네.

 

내가 저자라면

 

1 목차에 대하여(독자의 눈으로 – 목차의 좋은 점, 아쉬운 점, 잘못된 점 분석)

파우스트는 1부와 2부로 되어 있다. 그레첸의 비극으로 알려져 있는 1부는 개인적인 비극이라 하겠다. 결국 지상에서 벌을 받아 죽고 말지만 천상에서는 구원을 받았다는 소리가 들린다. 2부는 파우스트의 비극인데 파우스트만이 아니라 19세기 유럽, 더 나아가 현재의 나, 또는 미래의 인류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로 읽힌다. 개인의 비극과 인류의 비극을 보여주고, 이것이 왜 비극인지 – 1부와 2부 모두 그레첸과 파우스트는 구원을 받았음에도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목차와 제목 모두 시사하는 바가 있다.

 

2 보완이 필요한 점(독자의 눈으로 – 이런 내용은 아쉬웠. 이런 부분은 이해가 안됐다)

파우스트는 배경지식이 많이 필요한 작품이다. 주석을 뒤에 붙이기 보다는 각 페이지 하단에 주석이 있는 것이 좋겠다. 장면해설도 책의 앞부분에 있기보다는 각 장면이 시작되는 페이지에 있는 것이 좋겠다. 또한 이 작품엔 괴테의 전 생애에 걸친 시대의 변화와 개인적 체험이 담겨 있다. 각 장면이 시작될 때 집필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는 페이지가 있다면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2부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파우스트가 벌인 간척사업의 경우, 19세기 운하의 시대가 그 배경이 되는 등)

 

3 이 책의 장점(독자의 눈으로 – 이 부분이 이래서 좋았다. 이런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파우스트에는 시대의 흔적이 담겨있다. 따라서 21세기의 독자로 하여금 파우스트를 읽는 것만으로도 중세와 근대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파우스트에게 시간을 초월하는 생명력을 불어 넣고자 한 괴테의 노력으로 파우스트는 괴테 자신일 뿐만이 아니라 21세기에 파우스트를 읽는 독자 자신으로 봐도 무리가 없는 보편성을 갖고 있는 캐릭터이다.

 

1부의 구경꾼 파우스트처럼 독자는 메피스토와 함께 세상을 구경할 수 있다. 2부에서의 파우스트는 세상에 참여를 했다. 그러한 참여와 개입은 끝내 희생을 불러오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만족을 모르는 파우스트, 변화를 꿈꾸는 파우스트, 그의 그러한 직진본능으로 표현되는 현대의 진보라는 것은 과연 무슨 의미일까. 신이 있느냐 없느냐를 고민하던 시대에서 신이 되고자 하는 시대까지 다루는 파우스트의 시대 보편성. 그러한 인류의 흐름 속에서 인간의 노력, 진보, 발전이 의미 하는 것은 무엇인지, 개인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고민할 수 있게 한 작품이었다. 지상에서의 모든 노력은 헛될 뿐이다. 그러나 지식과 진보에 사랑이 담겨 있을 때 우리는 구원 받을 수 있다. 인류의 지칠 줄 모르는 직진. 그것이 멈추는 순간, 지상에서의 종말은 천상에서의 구원이 될 것이다.

 

4 내가 저자라면 이렇게(내가 저자라면 이 책에서 아쉬웠던 점을 이렇게 해결하겠다)

20-80대의 괴테가 60여 년에 걸쳐 지은 책이므로 어떻게 보면 한 명의 저자가 지은 책이라 할 수 없다. 여러 명의 괴테, 즉 여러 명의 저자가 쓴 책인 셈이다. 긴 집필시간 속에서 시대의 변화가 있었고 그것이 책에도 반영되어 있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적지 않은 세월이 함께 흐른다. 1부와 2부의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고 그 안에서의 장면 역시 마찬가지이다. 내가 저자라면 그 흐름을 좀 더 잘 인식할 수 있게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는 페이지를 삽입할 것이다. 물론 독자가 적극적으로 읽어야겠다는 노력이 있어야겠지만 작품의 방대함으로 인해 그 노력은 방황하게 될 여지가 있다. 영원히 여성적인 친절함이 독자를 밝은 이해와 깨달음으로 이끌 것이다. ()


<괴테의 리즈시절, 11기의 미래풍광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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