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뚱냥이
- 조회 수 1049
- 댓글 수 8
- 추천 수 0
더 크게, 더 많이, 더 자주
어머니: 여보~! 저기가 개그맨 김학래가 하는 중국집이야!
아버지: …… … …
어머니: 네 아버지 안 들리시나 보다. 밥 먹으라고 몇 번을 말해도 못 들으신다.
어머니: (더 크게) 여보~!! 여기~ 여기가 개그맨 김학래가 하는 중국집이에요!
아버지: 뭐?? 개그맨 막내라고?
어머니: (더 크게) 아니~!! 왼쪽 편 저기가 김학래가 하는 중국집이라고!! 저기가 그렇게 잘 된데!
아버지: 저기라고? 요새 김학래 방송에 많이 나와!!
개그맨 김학래가 운영하는 중국집이 백미러에서 희미해 져 가듯,
아버지의 귀에서도 어머니의 목소리가 그리고 나의 목소리가 희미해 져 간다.
아버지,
들리실 때까지 더 크게 말씀 드릴게요.
몇 번이든 귀찮지 않습니다. 더 많이 말씀 드릴게요.
제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게 더 자주 말씀 드릴게요.
------------------------------------------------------------------------------------------
인덕션아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인덕션아, 지금까지 내가 살던 집은 가스렌지였어.
라면을 끓이건, 찌개를 끓이건 모든 것이 빨리 끓었지.
심지어 내가 원하는 대로 불 조절이 가능했어.
하지만 지금의 집으로 이사와서 만난 너는 참 답답했어.
넌 너무 느렸어. 언제 끓어 오를지도 모르는 너가 답답했어.
그래서 매번 너를 욕했지. 항상 너에게 불만만 가지고 있었어.
오늘 알았어. 내 기준으로 너를 대했다는 것을.
너는 그저 넌데 말이야.
너가 천천히 끓어오르는 동안 나는 집안 정리를 할 수 있었어.
너가 느리게 뜨거워지는 동안 나는 다른 어떤 것에 집중할 수 있었어.
너가 찬찬히 달궈지는 동안 나는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었어.
나는 너로 인해 여유를 가질 수 있었어.
인덕션아 미안해.
난 너에게만 조급했어. 너에게만 성급했어.
만약 너가 가스렌지였으면, 나는 그 많은 것을 하지 못했을거야.
불에만 매달려 차분하지 못 했을거야.
너가 나에게 적응하듯 나도 너에게 맞게 생활하면 되는거였어.
10분, 15분 늦게 먹는다고 죽지 않는데, 나는 너의 느림에, 답답함에
죽도록 매달렸어.
인덕션아 고마워.
집에서도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해줘서.
다시 한 번 느림을 알게 해줘서.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792 | [12.11.09] 나는 걷는다 [1] | 어니언 | 2020.08.09 | 1039 |
4791 | 아무 노래나 일단 틀어 [6] | 희동이 | 2020.05.31 | 1040 |
4790 | 8월 오프 모임 후기_나 그리고… [1] | 알로하 | 2017.08.29 | 1041 |
4789 | # 20. 군대 이야기 I [2] | ggumdream | 2017.10.02 | 1041 |
4788 | 난 짐승이오. 짐승에게는 자유가 있어야지. [3] | 어니언 | 2020.06.29 | 1041 |
4787 | #12 여름 감기_이수정 [2] | 알로하 | 2017.07.24 | 1042 |
4786 | 아들 이름을 '수' 라할 수 없는 이유 [4] | 박혜홍 | 2018.05.22 | 1042 |
4785 | #32 움켜잡기, 그리고 놓아버리기 [1] | 불씨 | 2019.01.01 | 1042 |
4784 | 지지 말라 | 박혜홍 | 2019.01.13 | 1042 |
4783 | #27 경영자, 관리자 그리고 리더 | 불씨 | 2018.11.11 | 1043 |
4782 | 지금 나는 어떤 때인가? [3] | 정승훈 | 2020.08.20 | 1043 |
4781 | 칼럼 #20 나는 학교폭력 가해자의 엄마다. 2편 (정승훈) [2] | 정승훈 | 2017.10.01 | 1044 |
4780 | 또 다시 칼럼 #20 변호사를 선임해야 할까요? | 정승훈 | 2018.10.01 | 1044 |
4779 | 1주1글챌린지_'아이와 함께 하는 삶'_01 [9] | 굿민 | 2020.05.24 | 1044 |
4778 | 망부석 [4] | 희동이 | 2020.06.07 | 1044 |
4777 | 청소년 진로 탐색을 진로 독서로 시작하다 [1] | 정승훈 | 2020.08.28 | 1045 |
4776 | [칼럼#5] 홍룡사(虹龍寺) 폭포 아래 (윤정욱) [2] | 윤정욱 | 2017.05.15 | 1047 |
4775 | 개발자의 언어 [3] | 불씨 | 2018.08.05 | 1048 |
4774 | 내 안의 敵 [1] | 박혜홍 | 2018.12.24 | 1048 |
4773 | 매체를 활용한 통합독서에서 생각을 키우는 독서까지 [8] | 정승훈 | 2020.05.21 | 10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