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뚱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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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크게, 더 많이, 더 자주
어머니: 여보~! 저기가 개그맨 김학래가 하는 중국집이야!
아버지: …… … …
어머니: 네 아버지 안 들리시나 보다. 밥 먹으라고 몇 번을 말해도 못 들으신다.
어머니: (더 크게) 여보~!! 여기~ 여기가 개그맨 김학래가 하는 중국집이에요!
아버지: 뭐?? 개그맨 막내라고?
어머니: (더 크게) 아니~!! 왼쪽 편 저기가 김학래가 하는 중국집이라고!! 저기가 그렇게 잘 된데!
아버지: 저기라고? 요새 김학래 방송에 많이 나와!!
개그맨 김학래가 운영하는 중국집이 백미러에서 희미해 져 가듯,
아버지의 귀에서도 어머니의 목소리가 그리고 나의 목소리가 희미해 져 간다.
아버지,
들리실 때까지 더 크게 말씀 드릴게요.
몇 번이든 귀찮지 않습니다. 더 많이 말씀 드릴게요.
제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게 더 자주 말씀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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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덕션아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인덕션아, 지금까지 내가 살던 집은 가스렌지였어.
라면을 끓이건, 찌개를 끓이건 모든 것이 빨리 끓었지.
심지어 내가 원하는 대로 불 조절이 가능했어.
하지만 지금의 집으로 이사와서 만난 너는 참 답답했어.
넌 너무 느렸어. 언제 끓어 오를지도 모르는 너가 답답했어.
그래서 매번 너를 욕했지. 항상 너에게 불만만 가지고 있었어.
오늘 알았어. 내 기준으로 너를 대했다는 것을.
너는 그저 넌데 말이야.
너가 천천히 끓어오르는 동안 나는 집안 정리를 할 수 있었어.
너가 느리게 뜨거워지는 동안 나는 다른 어떤 것에 집중할 수 있었어.
너가 찬찬히 달궈지는 동안 나는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었어.
나는 너로 인해 여유를 가질 수 있었어.
인덕션아 미안해.
난 너에게만 조급했어. 너에게만 성급했어.
만약 너가 가스렌지였으면, 나는 그 많은 것을 하지 못했을거야.
불에만 매달려 차분하지 못 했을거야.
너가 나에게 적응하듯 나도 너에게 맞게 생활하면 되는거였어.
10분, 15분 늦게 먹는다고 죽지 않는데, 나는 너의 느림에, 답답함에
죽도록 매달렸어.
인덕션아 고마워.
집에서도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해줘서.
다시 한 번 느림을 알게 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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