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뚱냥이
- 조회 수 1009
- 댓글 수 8
- 추천 수 0
더 크게, 더 많이, 더 자주
어머니: 여보~! 저기가 개그맨 김학래가 하는 중국집이야!
아버지: …… … …
어머니: 네 아버지 안 들리시나 보다. 밥 먹으라고 몇 번을 말해도 못 들으신다.
어머니: (더 크게) 여보~!! 여기~ 여기가 개그맨 김학래가 하는 중국집이에요!
아버지: 뭐?? 개그맨 막내라고?
어머니: (더 크게) 아니~!! 왼쪽 편 저기가 김학래가 하는 중국집이라고!! 저기가 그렇게 잘 된데!
아버지: 저기라고? 요새 김학래 방송에 많이 나와!!
개그맨 김학래가 운영하는 중국집이 백미러에서 희미해 져 가듯,
아버지의 귀에서도 어머니의 목소리가 그리고 나의 목소리가 희미해 져 간다.
아버지,
들리실 때까지 더 크게 말씀 드릴게요.
몇 번이든 귀찮지 않습니다. 더 많이 말씀 드릴게요.
제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게 더 자주 말씀 드릴게요.
------------------------------------------------------------------------------------------
인덕션아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인덕션아, 지금까지 내가 살던 집은 가스렌지였어.
라면을 끓이건, 찌개를 끓이건 모든 것이 빨리 끓었지.
심지어 내가 원하는 대로 불 조절이 가능했어.
하지만 지금의 집으로 이사와서 만난 너는 참 답답했어.
넌 너무 느렸어. 언제 끓어 오를지도 모르는 너가 답답했어.
그래서 매번 너를 욕했지. 항상 너에게 불만만 가지고 있었어.
오늘 알았어. 내 기준으로 너를 대했다는 것을.
너는 그저 넌데 말이야.
너가 천천히 끓어오르는 동안 나는 집안 정리를 할 수 있었어.
너가 느리게 뜨거워지는 동안 나는 다른 어떤 것에 집중할 수 있었어.
너가 찬찬히 달궈지는 동안 나는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었어.
나는 너로 인해 여유를 가질 수 있었어.
인덕션아 미안해.
난 너에게만 조급했어. 너에게만 성급했어.
만약 너가 가스렌지였으면, 나는 그 많은 것을 하지 못했을거야.
불에만 매달려 차분하지 못 했을거야.
너가 나에게 적응하듯 나도 너에게 맞게 생활하면 되는거였어.
10분, 15분 늦게 먹는다고 죽지 않는데, 나는 너의 느림에, 답답함에
죽도록 매달렸어.
인덕션아 고마워.
집에서도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해줘서.
다시 한 번 느림을 알게 해줘서.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212 | [33] 시련(11) 자장면 한 그릇의 기억 [2] | 앤 | 2009.01.12 | 205 |
5211 | [36] 시련12. 잘못 꿴 인연 [6] | 지희 | 2009.01.20 | 209 |
5210 | [38] 시련 14. 당신이 사랑을 고백하는 그 사람. | 지희 | 2009.02.10 | 258 |
5209 | [32] 시련 10. 용맹한 투사 같은 당신 [2] | 앤 | 2008.12.29 | 283 |
5208 | [37] 시련. 13. 다시 만날 이름 아빠 [3] | 앤 | 2009.01.27 | 283 |
5207 | [28] 시련(7)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8] | 지희 | 2008.11.17 | 330 |
5206 | 편지에는 심장이 있다 [10] | 송의섭 | 2017.05.01 | 940 |
5205 | #4 시지프스의 손_이수정 [8] | 알로하 | 2017.05.08 | 940 |
5204 | [칼럼#5] 아빠의 망토(이정학) [3] | 모닝 | 2017.05.15 | 940 |
5203 | #19 - 소원을 말해봐(이정학) [5] | 모닝 | 2017.09.18 | 941 |
5202 | 희망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1] | 송의섭 | 2017.10.02 | 941 |
5201 | 11월 오프모임 후기_설레임을 기다리겠지... [1] | 뚱냥이 | 2017.11.21 | 941 |
5200 | #26. 그렇게 안하고 싶습니다. [1] | ggumdream | 2017.11.27 | 941 |
5199 | 마흔, 유혹할 수 없는 나이 [7] | 모닝 | 2017.04.16 | 942 |
5198 | [칼럼2] 왜 여행을 떠날까(정승훈) [5] | 오늘 후회없이 | 2017.04.22 | 942 |
5197 | #2 어디에 있을 것인가?(이정학) [5] | 모닝 | 2017.04.23 | 942 |
5196 | #10 엄마와 딸 2–출생의 비밀_이수정 [5] | 알로하 | 2017.07.03 | 942 |
5195 | 결혼도 계약이다 (이정학) [2] | 모닝 | 2017.12.25 | 942 |
5194 | 1. 새로 태어난다는 것은 무엇인가? | 해피맘CEO | 2018.02.26 | 942 |
5193 | 어떤 사장이 될 것인가 [3] | 송의섭 | 2018.01.01 | 9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