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의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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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갑자기 훅 들어왔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져 '아 춥네'라는 말이 나오고 비가오고 나면 하늘이 점점 높아만 가고 있습니다. 예상은 했었지만 가을의 인기척은 언제나 늘 훅 들어옵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지루한 일들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땐 그랬었지'라는 말을 연신 입에 담게 합니다. 계절의 변화로 시간의 흐름을 더욱 절감하는 요즘입니다. 제가 변경연의 과정을 시작한지도 어느 덧 6개월차에 접어 들었습니다. 처음에 '괴롭다, 힘들다, 계속할 수 있을까'였는데 반절은 무사히 왔네요. 시간이 지나고 나니 역시 그 시절은 추억이 되고 있습니다. 언젠가의 칼럼에서도 밝힌 저의 심정처럼 밀리지 않고 해내고 있습니다. 생활의 일부로 들어온 느낌 이랄까요. 이러다 '어머! 벌써 끝났네...'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 역시 시간의 흐름을 다시 또 느끼곤 하겠지요.
살다보면 빛 바랜 사진이 가슴에 불현듯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추억이 깊게 자리하거나, 사랑하는, 사랑했던 사람과의 과거가 마음에 훅 들어오거나, 아련해진 기억이 추억으로 자리할 때가 그때가 아닐까 합니다. 가을은 생각에 생각을 더하고 추억에 추억을 더하는 계절이란 생각 때문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저에게, 가을은 낭만적인 배경이 풍성하고 추억을 곁들이기에 가장 좋은 계절입니다. 올 가을에는 기필코 지난 계절에 남기지 못한, 추억으로 빛날 사진 몇장을 남길 계획입니다.
이번주는 파우스트를 읽었습니다. 파우스트는 아주 바쁜 사람이었습니다. 메피스토를 만나기 전까지는 지식의 습득으로 탐구에 바빴고, 메피스토를 만난 이후부터는 여자들과의 사랑에, 사랑이 지난 이후에는 자신이 생각한 이상향 건설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그에게 행복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죽음 직전 그에게 도착한 생각. “멈춰 서라. 너는 진정 아름답구나!”라고 했던 그 말이, 답을 주는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식으로도, 욕망으로도, 끝없는 이상향의 갈구에도 그는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열심히 ‘앎’과 ‘추구’에 의해 살았는데, 결국 ‘순간’에 도달한 것이라 저는 해석했습니다. 만약에 파우스트와 술 한잔 할 기회가 있어서, 저에게 ‘어쩌면 좋겠냐?’고 물었다면, 저는 “사진을 배우고, 사람을 가까이하고, 사랑안에 살면 좋겠네요”라고 답했을 것입니다. 지금의 점에서 시작해서 가고 싶은 목표에 도달하는 점들의 조합이 결국 인생을 이어줄 것이니까요. 그러다 시간을 돌이켜 보면서 빛바랜 사진이 가슴에 들어올 때, 함께 웃어줄 가족이, 사람이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해서 입니다. 제가 가지는 행복과 사진은 그러한 연결고리로 묶여있습니다. 파우스트가 싫다면요? 할 수 없는거죠 뭐..
아주 간만에 사진기 하나 질렀습니다. 조금 더 멋진 추억을 담아보고, 시간을 손안에 펼쳐보고 싶어서 입니다. 그리고 조금 먼 미래에 자식에게 물려줄 계획입니다. 성장하면서 바라보고 키워내는 시각을, ‘추구’도 좋지만 ‘순간순간을 채우는 기쁨'에도 있다는 것을 사진으로 공유하며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기다려 집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빠와 엄마의 사진을 마음껏 찍으며 한장한장 들여다 보는 아이의 모습이. 청정한 가을의 바람과 햇살이, 몇 년 후 저를 그리로 데려다 줄 것만 같습니다. 가을은 추억을 만들기에 좋은 계절입니다. 사진으로 남겨야 합니다. 사랑이 깃든 사진 한장, 삶에 여백을 만들고, 순간을 아름답게, 잠시 멈춰설 수 있게 할 것입니다. 그러니 카메라를 지르십시오. 추억을 손안에서 펼쳐 보십시오! 빛나는 인생의 한때가 가슴에 들어오는, 슬쩍 미소가 배여나는, 그 때가 분명 있을 것입니다.
이번주도 건강한 한주 되시길요.
감사합니다.
추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