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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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다가 보면 다른 회사의 특정한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연락을 하거나 제안을 해야 할 일이 생긴다. 공식적인 루트 및 연락처는 공개되어 있다. 핸드폰 번호까지 알기는 힘들더라도 각 기업, 기관 내 안내 전화를 통해서 해당 인물의 유선전화번호를 확인하고 연락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직접 연락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누군가와 연락할 일이 생기면 우선 주위 사람들에게 문의를 한다.
“혹시 그 사람 알아?”
여기 저기 문의를 하다 보면 직접은 아니더라도 한 두 단계를 거쳐 인맥, 학연, 지연 등 여러 가지 네트워크 중 하나에 걸리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SNS(사회적 관계망)에 대한 세계적인 연구 조사에서 하버드대학의 교수인 밀그램은 우리는 6단계만 거치면 누구든 연결된다는 6단계 분리란 개념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와 연결하고 싶다면 6단계만 거치면 다 자기 자신과 연결관계가 있다는 의미이다. 생각보다 그 단계가 적은 것이 놀랍다.
그러나 이런 구체적인 학술연구를 떠나서도 실 생활에서도 우리는 이렇게 저렇게 연결 고리를 찾다 보면 어떻게든 그 사람과 소위 ‘안다’는 사람을 발견하게 되고 ‘안다는 사람’에게 우리가 특정한 용무를 위해서 제안 연락을 하기 전에 미리 귀뜸을 해 줄 것을 요청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연락을 다시 하게 되면 아무래도 그냥 전화를 하는 것 보단 전화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반응이 사무적이기 보단 아주 약간은 친근하게 나오게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실 이것은 그냥 서로간의 누구인지를 인지하는 정도이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는 너무 쉽게 누군가를 ‘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자기 자신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 안에도 또 다른 내가 참 많이 존재한다.. 나 역시 스스로 내가
이런 면이 있었나? 놀랄 때가 많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안에는 또 다른 내가 자라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도 모르는 세계를 많이 가지고 있다. 그것은 나름대로의 습관, 경험, 생활관련, 관심 등이 복잡적으로 어우러져 조용히 하나하나 퇴적층이
쌓이듯 포개지며 오랜 시간을 걸쳐 형성되는 것이다. 이 형성된 나늘 나 자신조차 정확하게 모르는 경우가 생긴다. 이는 자기 자신이 생각하는 본인의 모습, 또는 본인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어떤 상과 자기 자신과의 괴리 때문에도 발생한다.
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볼 때도 특히 내가 아주 친하고 잘 안다는 친구들을 볼 때 ‘아! 저 친구가 저런 면이 있었나?’ 싶을 때가 있다. 그 사람을 10여년을 보아 오며 저런 모습을 처음인데? 하면서 놀랄 때가 있다. 그런데 그것은 그 사람이 변한 것이 아니라
아마도 내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내 마음속에 내 나름대로 그 사람을 규정해 놓았고 그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이 보니 그렇게 놀라게 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사람은 누구나 여러가지의 모습을 내재하고 있고 또 변화하고 성장한다.
아! 걔는 00 애야, 얘는 이런 애야!
아하~ 쟤는 그럴 땐 이렇게 할 껄 아마?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상상 속에 그림 그려놓은 그 사람의 모습을 정말 사람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제부터 누군가를 잘 안다는 말을 하지 말아야겠다. 난 누군가를 잘 알고 있는 게 아니라
단지, 그 사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야겠다.
" 자네 혹시 누구 누구 아니?? "
" 아! 네, 전 그 사람에게 관심이
있어요~ "
휠씬 좋은 것 같다. 그리고 편견 없이 날마다 그 사람들의 새로운 모습을, 그리고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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