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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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사업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하겠는가)?
장사를 오래 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의 문제도 있고 주변의 문제도 있습니다. 자신의 문제로는 매출부진의 문제가 가장 크지만 장사를 통해 즐거움을 얻지 못하는 것도 큰 이유입니다. 대부분의 소점포 예비창업자들은 ‘장사요, 최소한 몇 년은 해야죠, 들어간 돈이 얼만데’라고 말하며 시작합니다. 고작 몇 개월 하자고 장사를 시작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예측하지 못했던 문제들로 인해 장사에서 즐거움은커녕 오히려 더 했다가는 미칠 것 같아서 그만둔다는 사람도 허다합니다.
사실 이 질문은 장기적으로는 경영에 대한 미래 계획을 묻는 질문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사업장 임대차 계약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과거 흐름을 보면 창업시장에도 업종마다 유행이 있듯이 그 유행은 길게 잡아도 2년을 넘지 않습니다. 이 시기가 지나면 소점포 자영업자는 외로운 싸움을 하듯 홀로 소점포 경영을 끌고 가게 됩니다.
처음 생각과 달리 장사를 하다보면 잘 되든 안 되든 예상치 못한 어떤 이유로든 사업장을 옮겨야 하거나 폐업을 해야 하는 상황들은 부지기수로 발생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점포를 뺄 수 있는가 입니다. 손해를 보든 안 보든 내가 장사를 정리하고 싶은 때,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 정리할 수 있는 것도 소점포 자영업자에게는 복입니다.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빠질 것을 미리 걱정해야 하나’라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맞습니다. 발을 담그기 전에 뺄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는 사업이 잘 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업이 잘 된다면 건물주에게는 그것도 월세를 올리고 싶은 이유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때 합의가 잘 되지 않으면 2년 장사하고 떠밀리듯 나가야 하는 게 우리 자영업의 현실입니다. 장사가 잘되는 것도 때론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준비 단계에서 끝도 예상해 보아야 합니다.
종로구 계동에서 악세사리를 파는 김 대표가 처음 그 자리를 구하던 2013년 당시 점포는 비어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계약이 되지 않은 채 쓰레기로 보이는 물건들만 가득하여 창고로 사용되던 자리를 계약해서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임대인은 처음에는 2년 계약 그 다음부터는 1년씩 재계약을 하기로 했고 2016년에 3번째 즉 4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동안 골목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북촌 한옥마을의 상권이 확대되고 안정화 되면서 짧은 시간에 큰 변화를 겪어야 했습니다. 점포라고는 김 대표의 점포뿐이던 골목에 특이한 책방도 들어서고 피아노 교습소도 하나 들어오고 작은 여성 옷가게도 생기면서 골목은 구경하는 재미가 생겼습니다. 그동안 점포를 알리느라 시간을 보내고 이제 좀 자리가 잡히는 느낌이어서 한숨을 돌리려던 차에 계약 기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으로부터 당장 비워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골목이 살아나서인지 자신이 직접 장사를 해보겠다는 것이 임대인의 이유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상가임대차보호법도 있고 그 앞에 인간적 도리가 있고 상식도 있습니다.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임차인을 마음까지 지켜줄 수 있을까요. 그것은 막장으로 갔을 때 그나마 서로의 입장 정도를 정리해주는 역할이지 법원까지 간다면 그 전까지 임차인은 약자로서 얼마나 애를 태워야 하는지 그 마음을 지켜주지는 못합니다. 당장은 법도 있고 어찌할 방법이 없으니 버티기야 하지만 임대인은 김 대표의 비협조에 대한 보복을 벼릅니다. 그때부터는 원상회복에 대한 책임을 빌미로 괴롭히고 보복을 예고합니다. 현장 상담을 하다보면 억지를 쓰는 임대인도 실제로 많습니다. 서로의 관계가 틀어져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되면 법보다는 더 이상의 마음을 다치지 않는 선에서 임차인의 포기로 마무리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임대인을 이기는 임차인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그 동안 김 대표는 그 장사로 먹고만 살았습니다. 벌지도 못했고 모으지도 못했죠. 그나마 김 대표는 미혼이라서 혼자임에도 그렇습니다. 이제 좀 펴려나 하니 이런 상황에 닥친 것입니다. 이 이야기가 남의 일로만 보여지지 않아야 합니다. 예비창업자들은 발생 가능성 상위에 이 상황을 올려 놓아야 할 것입니다. 언제고 닥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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