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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9일 09시 31분 등록

“휘게 어때요.” 한참 일을 하는 오후시간, 짬이 나자 후배가 말합니다. 내키지는 않지만 잠시 휴식도 필요하니 따라 나섭니다. 1층 카페에는 휘게를 즐기고자 하는 우리를 반기는 음료와 케이크가 가득합니다. 올 줄 알았다는 듯이 말이죠. 커피 한잔, 조각케이크 하나를 들고 앉습니다. 그것만으로도 1만원이네요. 휘게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덴마크어로 편안함, 아늑함, 안락함 이런 뜻이지요. 일상의 안락함 속에서 누리는 행복이라고 하면 적당하겠네요. 요즘 휘게라는 말이 자주 들립니다. 유행이 되고 있다는 의미겠죠. 이 그럴 듯한 휘게에 필요한 게 제법 많습니다. 고급스런 음식, 우아한 그릇, 달콤한 디저트, 향기로운 커피, 안락의자…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어야 휘게라는 단어가 완성됩니다. 덴마크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말이죠.


웰빙이 유행일 때 너도나도 채소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것도 유기농으로요. 고기보다 채소를 즐겨먹으면 웰빙족이라고 불리기도 했고요. 지나가기는 했지만 웰빙도 한때 거센 바람을 몰고 왔었습니다. 정신과 육체의 조화로 건강 · 행복을 추구하는 걸 웰빙이라고 하죠. 삶의 질을 추구하는 방식인데 이 웰빙에도 갖춰야 할 게 꽤 있었습니다. 유기농은 당연한 것이고 명상이나 요가를 배우겠다고 나서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죠. 잘 알지도 못했던 스파를 이용하고 피트니스클럽에 가야 웰빙으로 사는 것 같은 인식이 있었지요. 웰빙을 외치는 사람들을 여러 가지 상품이 유혹하고 나섰습니다. 그런 물건을 갖지 못하면 대세에 뒤처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


힐링이라는 말도 오래도록 유행이었고 지금도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힐링은 치유를 말합니다. 고단하고 행복하지 않은 현대인에게 힐링은 필수적이고 언제나 진리입니다. 아니, 진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그렇게들 생각 합니다. 힐링 역시 그냥 되는 게 아닙니다. 이것저것 있어야 하지요. 승차감 좋은 자동차, 편안한 침대, 맛있는 음식, 그럴듯한 카페, 국내나 해외여행… 이 정도는 있어야 힐링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크고 작은 무언가를 사고 돈을 써야 하지요. 현대인들의 힐링을 도와주기 위해 숱한 상품들은 이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언제나처럼 말이죠. 그러고 보면 우리는 원하는 것들을 그 자체로만 여겨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상품을, 무언가 소비하는 것을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휘게도 웰빙도 힐링도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들입니다. 꼭 필요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어떤 상품이나 물건이 조건으로 따라붙었습니다. 무언가를 소비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처럼 변해버렸죠. 현대인들은 모든 걸 소비하려 합니다. 내 삶 자체로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것처럼 생각합니다. 삶의 주체가 아니라 소비의 주체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입니다. 소비당하고 있는 거지요. 그럼에도 기꺼이 그 상황에 만족하고 빠져듭니다. 나는 지금 휘게하는 중이고, 웰빙스럽게 살고 있으며, 힐링을 즐긴다고 여기면서 말이죠. 모든 게 상품과 소비로 치환되는 시대입니다. 갖고 있지 못해서, 소비하지 못해서 아무것도 누리지 못한다고 생각하지요. 강요당한 그런 생각들이 우리를 오히려 불행하게 만드는 건 아닐 런지요. 우리는 삶을 누리고 있는 걸까요, 삶을 소비당하고 있는 걸까요. 내 삶을 누리는 데는 내 삶이라는 존재 자체만으로 충분한 게 아닐 런지요.



IP *.202.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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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3 10:56:34 *.124.22.184

선배님 글체가 바뀐 것 같은데.... 아닌가요?

전 이번 글체가 좋네요. ㅎㅎㅎㅎ

내용은 뭐~ 말할 것도 없구요. 웰빙 얘기 나올 때 웰다잉도 같이 나왔었죠. 죽음학교니 뭐 그런 것까지...

뭐든 유행이다 하면 그 본질은 없어지고 형식만 남더라구요. 그 형식마저도 유통기한이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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