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
- 조회 수 791
- 댓글 수 1
- 추천 수 0
“휘게 어때요.” 한참 일을 하는 오후시간, 짬이 나자 후배가 말합니다. 내키지는 않지만 잠시 휴식도 필요하니 따라 나섭니다. 1층 카페에는 휘게를 즐기고자 하는 우리를 반기는 음료와 케이크가 가득합니다. 올 줄 알았다는 듯이 말이죠. 커피 한잔, 조각케이크 하나를 들고 앉습니다. 그것만으로도 1만원이네요. 휘게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덴마크어로 편안함, 아늑함, 안락함 이런 뜻이지요. 일상의 안락함 속에서 누리는 행복이라고 하면 적당하겠네요. 요즘 휘게라는 말이 자주 들립니다. 유행이 되고 있다는 의미겠죠. 이 그럴 듯한 휘게에 필요한 게 제법 많습니다. 고급스런 음식, 우아한 그릇, 달콤한 디저트, 향기로운 커피, 안락의자…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어야 휘게라는 단어가 완성됩니다. 덴마크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말이죠.
웰빙이 유행일 때 너도나도 채소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것도 유기농으로요. 고기보다 채소를 즐겨먹으면 웰빙족이라고 불리기도 했고요. 지나가기는 했지만 웰빙도 한때 거센 바람을 몰고 왔었습니다. 정신과 육체의 조화로 건강 · 행복을 추구하는 걸 웰빙이라고 하죠. 삶의 질을 추구하는 방식인데 이 웰빙에도 갖춰야 할 게 꽤 있었습니다. 유기농은 당연한 것이고 명상이나 요가를 배우겠다고 나서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죠. 잘 알지도 못했던 스파를 이용하고 피트니스클럽에 가야 웰빙으로 사는 것 같은 인식이 있었지요. 웰빙을 외치는 사람들을 여러 가지 상품이 유혹하고 나섰습니다. 그런 물건을 갖지 못하면 대세에 뒤처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
힐링이라는 말도 오래도록 유행이었고 지금도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힐링은 치유를 말합니다. 고단하고 행복하지 않은 현대인에게 힐링은 필수적이고 언제나 진리입니다. 아니, 진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그렇게들 생각 합니다. 힐링 역시 그냥 되는 게 아닙니다. 이것저것 있어야 하지요. 승차감 좋은 자동차, 편안한 침대, 맛있는 음식, 그럴듯한 카페, 국내나 해외여행… 이 정도는 있어야 힐링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크고 작은 무언가를 사고 돈을 써야 하지요. 현대인들의 힐링을 도와주기 위해 숱한 상품들은 이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언제나처럼 말이죠. 그러고 보면 우리는 원하는 것들을 그 자체로만 여겨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상품을, 무언가 소비하는 것을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휘게도 웰빙도 힐링도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들입니다. 꼭 필요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어떤 상품이나 물건이 조건으로 따라붙었습니다. 무언가를 소비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처럼 변해버렸죠. 현대인들은 모든 걸 소비하려 합니다. 내 삶 자체로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것처럼 생각합니다. 삶의 주체가 아니라 소비의 주체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입니다. 소비당하고 있는 거지요. 그럼에도 기꺼이 그 상황에 만족하고 빠져듭니다. 나는 지금 휘게하는 중이고, 웰빙스럽게 살고 있으며, 힐링을 즐긴다고 여기면서 말이죠. 모든 게 상품과 소비로 치환되는 시대입니다. 갖고 있지 못해서, 소비하지 못해서 아무것도 누리지 못한다고 생각하지요. 강요당한 그런 생각들이 우리를 오히려 불행하게 만드는 건 아닐 런지요. 우리는 삶을 누리고 있는 걸까요, 삶을 소비당하고 있는 걸까요. 내 삶을 누리는 데는 내 삶이라는 존재 자체만으로 충분한 게 아닐 런지요.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976 | 내 안에 깃든 여성성 | 오병곤 | 2007.12.17 | 3514 |
3975 | 작은 몸짓, 따뜻한 온기 | 문요한 | 2007.12.18 | 3092 |
3974 | 너의 열정을 팔아라 [3] | 한명석 | 2007.12.20 | 2795 |
3973 | 야마다 사장 [1] | 구본형 | 2007.12.21 | 3066 |
3972 | 직장을 내 인생 반전의 기회로 삼아라 [3] | 오병곤 | 2007.12.24 | 3044 |
3971 | 2008년의 이름을 지어주세요 [1] | 문요한 | 2007.12.25 | 3328 |
3970 | 이제 겨우 시작이야 [10] | 한명석 | 2007.12.27 | 3042 |
3969 | 2008 년 '마음을 나누는 편지' 새로운 필진 [5] | 구본형 | 2007.12.28 | 2823 |
3968 | 또 다른 처음을 시작하며 [8] | 오병곤 | 2007.12.31 | 2954 |
3967 | 운전하는 사람은 멀미하지 않는다 [1] | 문요한 | 2008.01.01 | 3505 |
3966 | [구본형 변화 경영 연구소] 당신의 신대륙 [5] | 김도윤 | 2008.01.02 | 3233 |
3965 | 지금 살고 있는 삶이 네가 살고 싶은 삶이냐 ? [2] | 구본형 | 2008.01.04 | 3028 |
3964 | 단지 아주 조금 서툴 뿐. [5] | 박승오 | 2008.01.07 | 3065 |
3963 | 이것을 또 어디에 적용할 수 있을까? | 문요한 | 2008.01.08 | 3053 |
3962 | 동네 한 바퀴 [5] | 김도윤 | 2008.01.10 | 3012 |
3961 | 오늘이라는 이름의 하루 [3] | 구본형 | 2008.01.11 | 3140 |
3960 | 풍만한 여성들을 위한 피트니스 클럽 | 문요한 | 2008.01.15 | 3689 |
3959 | 대학로 가는 길 [3] | 김도윤 | 2008.01.16 | 3781 |
3958 | 다섯 개의 액자와 두 개의 편지 [1] | 구본형 | 2008.01.18 | 3268 |
3957 | 숨이 멎을 것 같은 순간들 | 박승오 | 2008.01.21 | 40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