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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뚱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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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11일 00시 46분 등록

한 걸음 더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교육을 홍보하기 위해 동료와 길을 나섰다.

교육내용은 폐업을 하셨거나 폐업 예정인 소상공인분들의 재기를 위한 희망리턴패키지다.

 

새 출발에 대한 흥분과 감사함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리플릿이 잔뜩 실린 가방의 무거움은

가슴에서 소멸되었다.

 

주민센터, 구청, 고용센터 등을 방문하며 리플릿을 비치했다.

희망이 돌아오기를 염원하는 마음도 함께 놓고 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4~5시간을 쉬지 않고 걸었다.

힘이 들었다. 오락가락 하는 비, 후덥지근한 날씨가 발목을 잡았다.

 

리플릿이 줄어든 공간에 태만함이 채워졌다.

자기합리화라는 추악한 꽃이 피었다.

 

그 순간,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희망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 아닌가?

누군가에게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아닌가?

나의 한 걸음이 누군가에게는 10, 아니 평생의 걸음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나는 가방의 무게에 눌렸지만, 누군가는 삶의 무게에 절망했을 것이다.

나는 다리가 아팠지만, 누군가는 가슴이 찢어졌을 것이다.

나는 땀을 흘렸지만, 누군가는 피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멈출 수 없었다. 머무를 수 없었다.

 

나의 삶은 희망을 잃은 많은 소상공인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었다.

내가 멈추면, 그들은 쓰러진다.

내가 머무르면, 그들은 뒤처진다.

내가 한 걸음이라도 더 걸어야 그들은 간신히 일어날 수 있다.

 

다시 일어서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다시 걸음마를 배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나는 안다.

 

그래서 나는, 내일도 모레도 한 걸음 더 걸어 나갈 것이다.

한 걸음 더

 

 

---------------------------------------------------------------------

 

나의 이름은

 

 

이젠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나이를 너무 먹어서 가물가물 하네요.

 

나는 엄마와 강제로 헤어졌어요.

엄마와 헤어지며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낯선 아저씨들이 나를 차에 태워

어딘가로 데리고 갔어요.

 

거기에 비슷한 또래 친구들이

먼저 와 있었어요.

 

우리는 그렇게 함께 커갔어요.

영문도 모른 체 그저 밥을 주면 밥 먹고

햇살을 쬐라면 쬐었어요.

그렇게 우리는 커갔어요.

 

엄마가 보고 싶고 고향이 보고 싶었어요.

갇혀 있는 삶은 너무 답답했습니다.

 

그러다 지금 이곳으로 오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늙어 버렸어요.

 

숨쉬기도 힘들고, 서 있기도 벅차네요.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지만,

오랜 시간 나는 이렇게 있어야 했어요.

 

고향으로 가고 싶어도 이젠 늙어서 가지도 못합니다.

돌아 갈 곳이 없어요.

 

내 이름이요?

나의 이름은 가로수 입니다.

IP *.140.65.74

프로필 이미지
2017.09.11 14:53:12 *.226.22.184

그런데 말이지.
힘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인간의 온기가 먼저 아닐까?
그 온기가 채워져야 교육도, 시스템도, 필요할 거 같은데...


지금 준비하는 교육시스템이 어렵고 힘든분들에게 쉴수 있는 그늘이 되기를 기원하네 ^^
잘 읽었어~

프로필 이미지
2017.09.15 21:08:05 *.223.36.249
"한걸음 더"를 읽는데ᆢ
문득 영화《Door to Door》가 떠오르네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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