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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의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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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11일 11시 21분 등록

여름의 끝자락, 아직 짝을 찾지 못한 매미들이 '내님은 어디에 있나?'를 외치고 있습니다. 견딜 수 없는 추위가 닥치기 전에, 이 세상 떠나기 전에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고 싶은 매미들의 외침인데요. 수컷 매미들이 암컷을 유혹하는 사랑의 구애로나 여기있소! 내 목소리 멋지지 않소? 어서 와 주시오!’를 외치는 것이라 합니다. 수컷들의 소리를 들은 암컷매미는 자신이 마음에 드는 소리를 찾아가 짝짓기를 한다고 합니다. 수컷들의 짝짓기 확률이 5~10% 정도라 하니, 수컷들의 그 치열함은 이루 말할 수 없겠습니다. 그래서 수컷들이 더 화려하고 개체들의 특징이 암컷에 비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모양입니다. 자연의 선택에 의해 주어질 수도 있는 것이겠지만, 누가 더 절박하게 구애하느냐가 수컷들의 목적달성을 좌우할 것입니다. 그러니 자리를 잘 잡고, 절박하게 소리를 내어 암컷들의 마음을 얻는 수 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이번주는 중국의 최강고전이라 할 수 있는 사마천의 「사기열전 1」을 읽고 있습니다. 사기 열전은 등장인물만 4,000명이 넘고 주인공만 20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방대한 역사 책이기도 하거니와, ‘언젠가는 읽어야지하는 마음은 먹어도 쉽게 읽어지는 책은 아니라고 합니다. 지금 중간 조금 안되게까지 읽었는데 역사적 배경이나 해설이 없이 읽으려니 헉헉대고 있습니다. 중국사람들도 역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만큼 시대적 상황이나 배경과 지식이 필요한 난해한 책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사마천께서는 왜 이 책을 쓴 것일까요?’ 문득 그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아버지의 부탁 때문만은 아닌거 같습니다. 생각끝에 이런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어쩌면 방대한 역사속에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와 그 어떤 진실을 발견하고 후대에 전하고 싶었던건 아니었까.

저는 그 메시지를 감히 사람의 마음 얻음이라고 생각합니다.누가 어떠어떠 했는데, 어떻게 되었더라라는 기록을 나열하고자 두꺼운 책을 쓰신 건 아닌 것 같으니까요.  아직 남은 분량도 있으니 이번주는 다르게 검색도 해보고 찾아보면서 제가 생각했던 키워드가 맞는 것인지 돌아보며 독파해 보겠습니다.

 

자연계이건 인간계이건 마음을 얻는 문제는 절박한 문제입니다. 내가 가치가 있고 상대의 가치를 헤아릴 수 있는, 쓰임새와 존재로 주고 받을 수 있는, 또한 유지될 수 있는  네트웍 구조가 지금의 사회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멀리가 보면 생존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변해야 세상이 변하는 것은 맞지만,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건 아닌 까닭에, 우리는 마음을 얻는 문제를 충분히 고민하고 찾아야 합니다. 자연계에서는 소리로 모양새로 상대의 마음을 얻는 반면, 인간계에서는 무엇으로 마음을 얻어야 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지난 날 배워온 것들로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상대를 위한 따뜻한 배려, 공감해 줄 수 있는 마음씨. 바로 그것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도구라 생각합니다. 경쟁이라는 상황에만 몰두하다 보니, 놓치기 쉬운 것들이 되버린건 아닐까. 그래서 잊지 않기 위해서 책도 읽어야 하고, 사색도 해야 하고, 사람을 만나 이야기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시 좋은 말을 듣게 될까 봐 두려워 한다'는 책 속 가르침처럼, 내가 오늘 따뜻했는지, 공감했는지를 곰곰히 생각해 보고 따져봐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비가 오는 월요일. 

따가운 햇살아래 치열하게 울어 내던 매미소리도 잦아들었습니다잠시 쉬고 있는지, 날이 차가워져 이제는 다시 울어댈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삶도 잠시 쉬고 있는지, 세상과 관계를 맺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할, 중요한 시간이 아닐까 생각이 고이는 아침입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려하는 것일까. 그 절실함이 무엇을 향하고 있는 것일까. 매미의 마지막 곡조에 맞춰 잠시 생각이 머물러 있었습니다. 

 

환절기 기온변화가 심합니다.

건강유념 하시는 한주 되시고 사색이 있는 가을이 되시라 기원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IP *.226.22.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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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1 17:14:17 *.18.187.152

우와! 쏭스 갈수록 글이 좋네요. 책 소개하는 남자의 라디오 방송 스크립트같아요.

매미로 계절변화를 알리면서 '마음을 얻는 것'의 의미를 자연계와 인간계로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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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1 19:25:38 *.226.22.184

부끄럽사와요.

글고치다가 댓글 발견해서 답글 달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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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5 20:47:54 *.223.36.249
마음얻음 = 마음 줌
사기는 "줌"을 말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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