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제산
  • 조회 수 1356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7년 9월 11일 12시 10분 등록

마음이 아픈 아내에게


아내가 친정에 다녀오더니 마음이 아픕니다. 아무래도 장모님과 아내 사이에 뭔가 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평일에는 이야기를 길게 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드디어 주말이 되었습니다. 제법 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내는 장모님께 실망했습니다. 결단코 고집을 꺾지 않으시는 장모님. 그러나 아내는 더 이상 어린 아이가 아닙니다. 고집과 정당한 논리가 서로 다른 것임을 구분할 줄 아는 나이입니다. 자신을 낳아서 길러준 분의 고집에 실망을 할 때처럼 마음 아픈 일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아내의 아픔이 저에게도 전해집니다. 아내를 위해 무슨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까요?


아내는 저에게 아내 같은 이유로 마음이 아파 본 경험이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당신도 당신 부모님께 실망해본 적 있어?”


“당연히 있지. 요즘 들어 때때로 내가 이런 말 했던 것 기억 날 거야. ‘20~30년 뒤에 우리는 두 딸들에게 고집 부리지 말자’고 말이야. 그럴 때 마다 ‘당신은 그럴 사람 아니야’라고 이야기 해 주었잖아. 그런 이야기 내가 할 때가 내 부모님에게 실망할 때였어.”


“그렇구나. 그러나 난 당신이 그런 것을 느끼는 줄은 몰랐어.”


“티 안 내려고 노력했을 뿐이야. 그러나 우리 부모님을 봐도 나 역시 같은 생각이 들어. 칠십 세가 넘어가시면서 고집이 더욱 늘어가시는 것 같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냥 모른 척 넘어가기에 마음이 너무 아파.”


“괴로운 마음을 따라가지 마. 괴로운 마음의 원인이 되는 사람을 비난한다고 해서 결코 괴로운 마음이 줄어들 지는 않아. 오히려 괴로운 마음이 강해질 꺼야. 괴로운 마음에 먹혀버릴 지도 몰라. 반대로 괴로운 마음이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겨서도 안돼. 분명한 것은 괴로운 마음도 너의 마음이야. 잊으려 한다고 잊혀지는 게 아니야.


그대로 바라봐. 괴로운 마음에 빠진 너의 모습을 그대로 바라봐. 고개를 돌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 마음 아파하는 네 모습을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바라봐.


물에 빠져 죽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숨을 쉬려고 애를 쓰다가 죽는 거야. 애를 쓰면 쓸수록 물속에서 숨쉬기는 더욱 어려워져. 힘을 빼는 게 중요해. 물에 빠진 네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힘을 빼면 몸은 자연스럽게 떠오를 거야. 괴로운 마음에 빠졌을 때도 같은 거야. 괴로운 마음과 맞서 싸우려 할수록 괴로운 마음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괴로운 마음에 빠진 네 모습을 힘을 빼고 받아들여. 힘을 빼는 게 중요해. 어느새 괴로운 마음에서 빠져 나와 물 위로 두둥실 떠오르는 네 모습을 느낄 수 있을 거야.


거리 두기가 중요한 것 같아. 내 마음을 아름답게 지킬 수 있는 길은 결국 거리 두기를 할 수 있어야 해. 우리 삶의 목적이 부모님의 바램을 이루어 드리기 위한 것은 아닐 거야. 너의 모습이 부모님의 바램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네가 인생을 잘못 살아가는 게 결코 아니야. 그렇다고 부모님을 사랑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지. 부모님을 사랑하는 것과 부모님의 기대에 맞추어 네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서로 다른 이야기라는 것을 말하는 거야. 우리 아이들이 우리의 소유물이 아니듯, 너 역시 네 어머니의 소유물이 결코 아닐 꺼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흔이 넘어가시는 부모님은 변하지 않을 거야. 이 점 역시 받아들여야 해.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변하실 분들이 아니야. 다만 너의 마음이 다쳤다는 것은 알려드려야 해. 알려드리지 않으면 모르셔. 모르시기 때문에 같은 행동을 반복하실 수 있어. 부모님의 생각을 바꾸려고 맞서지 않았으면 해. 바꾸실 분들이 아니야. 다만 부모님의 행동 때문에 네 마음이 다쳤다는 것은 알려드려야 해. 너의 마음을 다치게 했던 그 행동을 반복하지 않으시길 바란다는 말씀을 드려야 한다는 거지.”


아내의 아픈 마음이 어서 나았으면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걸릴 겁니다. 이전에도 그래왔듯이 아내는 마음을 추슬러 낼 겁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아내에게 관심을 가지려고 합니다. 집을 나와 회사에 있어도 아내가 밥은 챙겨 먹는지,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무엇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더 자주 챙겨 물어 보아야겠습니다.


9월 25일 월요일에 아내의 편지가 이어집니다.


유형선 드림 (morningstar.yoo@gmail.com)

IP *.91.26.207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76 목요편지를 시작하며 [2] 어니언 2021.01.07 1355
» 마음이 아픈 아내에게 제산 2017.09.11 1356
2774 어린 시절의 기억, 간직하고 계신가요? [1] 어니언 2021.05.06 1357
2773 [월요편지 29]직장에서 영어 동아리 2년 운영해 보니 습관의 완성 2020.10.11 1358
2772 '목표'가 아니다, '시스템'이다 [1] 차칸양(양재우) 2016.04.05 1359
2771 예순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다섯번째 토크쇼 [2] 재키제동 2016.06.24 1359
2770 [월요편지] 내 인생의 단어장을 펼치며 [3] 에움길~ 2023.03.27 1359
2769 <알로하의 영어로 쓰는 나의 이야기> 어린 왕자 and ...... 알로하 2021.08.22 1360
2768 더 사랑하고 더 미워하며 살리라 김용규 2016.02.19 1361
2767 [화요편지]기쁨의 뷔페레스토랑에서 생긴 일 [2] 아난다 2021.03.09 1361
2766 진짜 어른이 되었습니다. 한 명석 2016.01.27 1362
2765 쉰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책쓰기 재키제동 2016.04.15 1362
2764 [월요편지 9] 가난이 싫어 라고 말하면 안되는 이유 file [1] 습관의 완성 2020.05.24 1362
2763 경제성장만이 답은 아니다 [4] 차칸양(양재우) 2015.08.18 1363
2762 [화요편지]자신을 재료로 신화를 만들어내야 하는 작은 영웅들의 시대 아난다 2021.08.24 1363
2761 생활 속 명탐정 [1] 어니언 2021.10.14 1363
2760 [목요편지]아침 운동 [1] 어니언 2023.03.09 1363
2759 들개처럼 사는 시간 2 김용규 2015.06.26 1364
2758 내가 만난 어느 기업가의 정신 김용규 2015.10.08 1364
2757 모질게 다가오는 것들의 의미 김용규 2016.05.13 13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