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時田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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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영랑을 만나다.
아침입니다. 비가 그치고, 밤새 몰아치던 바람이 잠시 멎었습니다. 밤과 낮의 바람이 바뀌는 바로 그 순간, 영랑호는 제게 많은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밤새 비를 뿌렸던 하늘은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맑게 개인 환한 표정과 흐리고 심통 난 듯 찌푸린 표정. 가끔 헤, 하고 배시시 웃기도 하고, 수많은 색깔을 품은 구름들 사이로 말간 얼굴을 쏙, 내밀기도 합니다.
길 옆엔 포근하게 봄 꽃들이 피어있고, 버드나무들은 싱싱한 초록빛 가지들을 호수 쪽으로 한껏 내뻗어 봅니다. 그렇게 평화로운 풍경에 가끔 오리가 꽥, 꿱, 꿱 거리며 요란한 선을 휙, 긋고 지나가기도 합니다.
잔잔한 호수는 그런 봄날 아침의 풍경들을 아무 말 없이, 맑고 담담하게 담아냅니다. 그렇게 떼쓰고 어리광 부리고, 어르고 달래는 동안 문득, 하늘과 호수 사이의 경계가 사라집니다. 이 곳과 저 곳 사이의 경계가 사라집니다.
여기가 바로 신라시대 화랑인 영랑(永郞)이 맑고 잔잔한 호수에 취해, 웅장한 설악의 울산바위와 호수가에 웅크리고 앉은 범바위가 물 속에 잠겨 있는 풍경에 취해, 무술대회에 나가는 것도 잊고 한참을 머물렀다는 영랑호입니다.
미래라는 주제에 대해 읽고, 생각하면서 많은 것을 보아야 하지만, 또 그만큼 잊어야 함을 배웠습니다. 변화무쌍한 변화의 흐름을 읽기 위해선 자신 주변의 풍경들을 편견 없이 읽을 수 있는 투명한 눈과, 모든 것이 마치 처음인 듯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맑은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온 몸의 세포를 열어젖히고,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영랑호의 봄날을 즐겨봅니다. 하늘과 호수 사이, 그곳에 미래가 있고, 과거가 있었고,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이 있습니다. 모든 것은 그렇게 서로 다른 것이 아닌, 한데 어울려 이처럼 하나로 존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다시 바람이 불면, 곱고 잔잔한 수면에 물결이 일어, 이곳도 다시 일상의 풍경을 돌아가겠죠. 그러나 바람과 바람 사이에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있듯, 일상과 일상 사이에 자신을 내려 놓는 고요한 마음이 필요함을 영랑은 몸소 보여 주었습니다. 순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가는 데까지 가거라 / 가다 막히면 앉아서 쉬거라 / 쉬다 보면 새로운 길이 보이리
김규동님의 유명한 시구가 떠오릅니다. 이제 우리는 과거를 되돌아볼 것입니다. 역사 속의 빛나는 장면들을 찾아 볼 겁니다. 그 장면들은 지금은 켜켜이 쌓인 먼지에 뒤덮여있지만, 한때는 오늘처럼 반짝이는 아름다운 순간들이었습니다.
이제 그 멋진 풍광들을 되살려 보려 합니다. '현재와 과거와의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의 의미를 찾아보려 합니다. 역사 속의 맥박과 떨림을 느껴보고, 다시 일으켜 세워 보려 합니다. 지나간 것들이 바로 현재임을 마음으로 헤아려 보려 합니다.
돌아오는 길. 호숫가에서 한 아주머니가 쑥을 캐고 있습니다.
‘향긋한 쑥 국이 참 맛있겠네요.’
IP *.60.237.51
아침입니다. 비가 그치고, 밤새 몰아치던 바람이 잠시 멎었습니다. 밤과 낮의 바람이 바뀌는 바로 그 순간, 영랑호는 제게 많은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밤새 비를 뿌렸던 하늘은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맑게 개인 환한 표정과 흐리고 심통 난 듯 찌푸린 표정. 가끔 헤, 하고 배시시 웃기도 하고, 수많은 색깔을 품은 구름들 사이로 말간 얼굴을 쏙, 내밀기도 합니다.
길 옆엔 포근하게 봄 꽃들이 피어있고, 버드나무들은 싱싱한 초록빛 가지들을 호수 쪽으로 한껏 내뻗어 봅니다. 그렇게 평화로운 풍경에 가끔 오리가 꽥, 꿱, 꿱 거리며 요란한 선을 휙, 긋고 지나가기도 합니다.
잔잔한 호수는 그런 봄날 아침의 풍경들을 아무 말 없이, 맑고 담담하게 담아냅니다. 그렇게 떼쓰고 어리광 부리고, 어르고 달래는 동안 문득, 하늘과 호수 사이의 경계가 사라집니다. 이 곳과 저 곳 사이의 경계가 사라집니다.
여기가 바로 신라시대 화랑인 영랑(永郞)이 맑고 잔잔한 호수에 취해, 웅장한 설악의 울산바위와 호수가에 웅크리고 앉은 범바위가 물 속에 잠겨 있는 풍경에 취해, 무술대회에 나가는 것도 잊고 한참을 머물렀다는 영랑호입니다.
미래라는 주제에 대해 읽고, 생각하면서 많은 것을 보아야 하지만, 또 그만큼 잊어야 함을 배웠습니다. 변화무쌍한 변화의 흐름을 읽기 위해선 자신 주변의 풍경들을 편견 없이 읽을 수 있는 투명한 눈과, 모든 것이 마치 처음인 듯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맑은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온 몸의 세포를 열어젖히고,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영랑호의 봄날을 즐겨봅니다. 하늘과 호수 사이, 그곳에 미래가 있고, 과거가 있었고,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이 있습니다. 모든 것은 그렇게 서로 다른 것이 아닌, 한데 어울려 이처럼 하나로 존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다시 바람이 불면, 곱고 잔잔한 수면에 물결이 일어, 이곳도 다시 일상의 풍경을 돌아가겠죠. 그러나 바람과 바람 사이에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있듯, 일상과 일상 사이에 자신을 내려 놓는 고요한 마음이 필요함을 영랑은 몸소 보여 주었습니다. 순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가는 데까지 가거라 / 가다 막히면 앉아서 쉬거라 / 쉬다 보면 새로운 길이 보이리
김규동님의 유명한 시구가 떠오릅니다. 이제 우리는 과거를 되돌아볼 것입니다. 역사 속의 빛나는 장면들을 찾아 볼 겁니다. 그 장면들은 지금은 켜켜이 쌓인 먼지에 뒤덮여있지만, 한때는 오늘처럼 반짝이는 아름다운 순간들이었습니다.
이제 그 멋진 풍광들을 되살려 보려 합니다. '현재와 과거와의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의 의미를 찾아보려 합니다. 역사 속의 맥박과 떨림을 느껴보고, 다시 일으켜 세워 보려 합니다. 지나간 것들이 바로 현재임을 마음으로 헤아려 보려 합니다.
돌아오는 길. 호숫가에서 한 아주머니가 쑥을 캐고 있습니다.
‘향긋한 쑥 국이 참 맛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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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오늘도 날이 흐리네요^^ 장례식장은 이것 저것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장소인 것 같습니다. 아마 '죽음'이라는 것이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곳이라 그렇겠죠..
선이 누나~ 나레이터는 저랑 안어울려요! 게다가 감기 때문에 계속 킁킁거려서.. ~다. 킁킁. ~습니다. 흠, 킁킁.. 역시 안될것 같은데^^
효신님, 저는 소중한 고정 독자 한 분을 가진 기분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니, 글을 쓰는 것이 대화같기도 하고, 편지글 같기도 하고, 또 함부로 쓰면 안되는 소중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그 마음을 담아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선이 누나~ 나레이터는 저랑 안어울려요! 게다가 감기 때문에 계속 킁킁거려서.. ~다. 킁킁. ~습니다. 흠, 킁킁.. 역시 안될것 같은데^^
효신님, 저는 소중한 고정 독자 한 분을 가진 기분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니, 글을 쓰는 것이 대화같기도 하고, 편지글 같기도 하고, 또 함부로 쓰면 안되는 소중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그 마음을 담아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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