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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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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16일 00시 49분 등록

불안하였다. 커다란 돌덩이가 가슴을 내리누른다. 왜가는 거지. 자괴감이 들었다. 자신감은 무너진 지 오래다.

목적지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8시. 별 하나 내밀지 않는 밤. 담배라도 피울 줄 알면 막힌 숨구멍하나 틔울 텐데. 병신같이 그러지도 못하였다. 일단 버스에서 내려야 한다. 젠장. 발아래 닿는 건 온통 논밭. 반기는 건 개구리들뿐. 그들의 소리가 똬리 친다. 무섭다. 인간의 목소리가 없었다.


어림잡아 이십년 날들을 직장에서 보낸 후 호기 있게 사직서를 던졌습니다.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겠노라고. 붙잡는 이도 많지 않았습니다. 매출실적의 저조 등 회사가 어려웠죠. 아내는 쓴 소리를 합니다. 등 떠밀어 나가라는 소리도 하지 않았는데 왜 그런 선택을 했냐고. 딴에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두려움이 컸지만 욕심도 있었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리라.

오판이었다는 깨달음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개인 사업이 아닌 누군가의 녹을 받는 상황. 좋아하는 일만을 할 수 없었습니다. 내가 이러려고 회사를 나왔나 되씹어보지만 그렇다고 바둑판을 물리지도 못합니다. 그렇게 마음의 무게가 내려앉자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찾아옵니다.


우울증. 흔히들 여성에게서 일어나는 질병으로 알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09년 여성 환자 비율 69.5% 자료가 이를 말해줍니다. 남성과 달리 감성적, 민감, 월마다 반복되는 생리 등 기질 및 신체적 변화에 따를법합니다. 한데 2010년 이후부터 남성 환자 비율이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2012년에는 11.1%의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이는 계속 늘어나리라고 보는데 그만한 인과(因果)가 있습니다.

세대가 바뀌어도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관점은 변함이 없어 보입니다. 딸과는 달리 아들을 대할 때는 부드러움보다 엄격함의 모드로 전환합니다.

“어디 사내가 울고 그래. 뚝 그쳐.”

서럽습니다. 왜 우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지. 그렇다고 현실로 와 닿는 삶이 그렇게 녹녹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남자는 인생을 살면서 세 번만 울어야한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도 있습니다.


길들여진 감정억제 덕분에 외적으로 드러나는 남성의 이미지는 씩씩함과 강인함입니다. 속살은 어떨까요. 아픔, 힘듦, 고민 등을 표현하고 싶지만 그 대상이 만만치 않습니다. 모두가 적 혹은 경쟁자임에 마음을 풀어놓기가 쉽지 많은 않죠. 약점 혹은 꼬투리로 잡힐까 염려도 됩니다. 가족과 나누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것도 어렵습니다. 회사의 어려움, 나의 꿈 등을 얘기할라치면 아이들 학원비, 진학문제 등 경제적 이슈가 발목을 잡습니다. 여인들은 무조건 버티라고 합니다. 은퇴 후 치킨 집 사업 실패율을 들이밀며 팔자 좋은 소리 하지마라고도 합니다. 남자들을 받아줄 넉넉한 마음의 쉼터는 어디일까요. 역설적이게도 익숙하지 않은 환경입니다.


선술집, 스탠드바. 남성 직장인들이 늦은 시간 혼자 술을 마시는 경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중년의 마담이나 종업원 아가씨가 말을 건넵니다.

“얼굴이 좋아 보이지 않는데 무슨 일이 있었나봐요.”

직업상 멘트일수 있지만 그 한마디에 겹겹이 둘렀던 방어막은 무장해제가 됩니다. 단순한 남자들. 처음 보는 그녀에게 자신의 속마음과 응어리진 것들을 내어놓기도 합니다. 한잔 두잔 취기. 내일이면 잊히겠지만 부담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남성 우울증 환자가 늘어나는 원인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서울신문. 2017.05.16)


‘우울증은 50대 이상 중, 노년층이 환자의 60%를 차지합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955~1963년 태어난 ’베이비부머‘가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에서 퇴장하면서 생긴 ’퇴직 우울증‘의 영항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장기간의 불황으로 인한 재취업 스트레스, 자영업 경쟁 심화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남궁기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남성은 사회, 경제적 위치상실에 따른 자존감 상실이 주요 원인‘이라며 ’남성은 전통적인 성 역할에 따라 한 집안을 책임지고, 나아가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높은 지위를 성취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직이나 퇴직은 가정의 경제권을 책임진 가장의 지위상실로 이어져 남성의 자존감 상실을 부르고, 이것이 우울증을 일으킨다는 겁니다.’


최악의 결과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2015년 통계청 분석 자료에 의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인원이 1만 3513명입니다. 이 순간에도 하루 약37명의 누군가가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내리고 있습니다. 이중 여성이 3954명인데 반해 남성은 9559명으로 2.4배나 많습니다. 병을 숨기거나 치료를 기피하는 남자가 많다는 점에도 까닭이 있습니다.


오늘 그대의 남자는 안녕하신가요.

헝클어진 머리와 쳐진 어깨. 늘어진 한숨과 하얗게 눈 내리는 머리밭. 몇 년째인지 모를 굽이 닳아진 검정구두. 새벽 남몰래 골방에서 눈물 흘리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아빠란 직책을 짊어진 소년. 따뜻하게 안아주세요. 6초의 시간. 사랑의 호르몬이 몽실 꽃이 됩니다.

IP *.134.217.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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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8 16:59:06 *.8.191.103

조만간 직장생활 20년을 맞는 저로서는 절절히 와 닿는 얘기처럼 느껴집니다.

아직까지는 남들보다는 탄탄한(?) 회사에 다니다 보니 내 차례는 멀다고만 생각하는데 최근 언론 및 인터넷에서 이야기거리로

오르내리는 베이비부머들의 퇴직과 청년실업 등이 중간에 낀 저로서는 아득한 먼 일이 현실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머리속이 복잡해지고는 합니다.

열심히 학교 다니고 열심히 회사 일하고 열심히 가정에 봉사-받아들이는 가족들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했다고

나름 자부하면서 살아왔는데 결국 맞닺는 길이 모두 공통적이라는 현실에 주눅이 들게 됩니다.

"난 아닐꺼야"라는 자기위안을 오늘도 한 번쯤 꺼내보게 됩니다.

남 몰래 골방에서 눈물까지 흘리지는 않으려고 더 마음을 다잡아 보겠습니다.

-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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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0 23:30:26 *.39.23.8

함'께 길을 걸어가는 누군가.

그 누군가와 나눌수 있어 저도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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